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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day'에 인기만화 '바이러 스'를 연재 중인 박경근 화백 그는 만화가로선 치명적이라 할 양손 장애인이다. 섬세한 펜 터치가 어떻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두 손은 손가락의 형태만 조금 남아 있는 상태. "생후 5 개월쯤 등잔불이 이불에 옮아 붙는 바람에 양손이 녹아버렸습니다. 그때의 고통은 기억에 없지만 손을 볼 때마다 힘겨워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삶을 돌아보며 투지를 다집니다." 일반인들도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대에 가정 형편마저 넉넉치 않던 그는 절망감에 중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무작정 고향 음성을 떴다. 비누장사를 하며 겨우 입에 풀 칠을 했지만 삶은 갈수록 나락으로 떨어져만 갔다. 그런 박씨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것은 17세 때 우연히 들른 만화방에서였다. "김산호 선생의 SF만화 <라이파이>를 보게 됐습니다. 사는 게 고통이기만 했던 제게 만화는 유토피아였습니다. 밥 먹는 것도 잊고 만화에 푹 빠져 들었지요. 그러다 내 손으로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연필을 쥘 수 있는 손이 아니었다. 온갖 방법을 다 쓰던 끝에 겨우 펜을 움직일 수 있게 됐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기약도 없는 독학의 길이었다. "밤을 새워 가며 몇년간 그린 원고를 들고 만화가를 찾았지요. 제 분신이었던 그림은 보지도 않고 돌아가라더군요. 죽고만 싶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손에 펜을 묶어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지 3년 만인 70년 그는 마침내 감격적인 첫 작품 <철인 육박전>을 출간했다. 이후 <소년한국일보>에 연재한 <파랑새>가 큰 반향을 얻으면서 어린이 잡지 <어깨동무>와 <소년세계>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영화 다이제스트>에 10년 넘게 연재한 <맹물배우>와 무협활극 <싸울아비>는 그의 대표작.'
"제가 불행해서 그런지 밝은 만화에 더 애정이 갑니다. 스스로 세상을 밝게 보려고 노력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대학생 아들과 딸을 둔 가장으로, 그리고 인기 만화가로 우뚝 선 박경근의 웃음이그립다.
박경근화백>왼쪽
만화계의마이다스손/출판인 이재근회장>오른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