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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볼턴의 진짜 '구세주'…팀과 감독 동시에 구해

강개토 2010. 1. 27. 19:38

 

 

 

ⓒChris Brunskill/BPI/스포탈코리아
 
진짜 구세주는 이청용이었다.
잉글랜드 무대 데뷔시즌에 자신의 5호골을 기록한 이청용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던 팀과 감독을 동시에 구했다.
이청용의 결승골로 팀은 강등권에서 벗어났고, '배신자'라는 비난여론에 직면해 있던 감독은 자신이 직전까지 몸담았던 팀을 상대로 짜릿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27일(이하 한국시간) 자신들의 홈구장인 리복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09/1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경기에서 볼턴은 이청용의 결승골로 귀중한 1-0 승리를 챙겼다.
이 날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긴 볼턴은 리그 순위 15위로 도약하며 강등권에서 벗어났다.

1월 말 현재 21경기를 치른 볼턴은 승점 21점으로 웨스트 햄,
울버햄튼,
번리(이상 승점 20점) 그리고 각각 승점 19점과 15점을 기록중인 헐 시티,
포츠머스를 제치고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다.
 
번리전에서도 승점을 추가하지 못할 경우 자칫 더욱 혹독한 싸움이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어서 이청용의 결승골을 더욱 의미가 크다.
그야말로 나락의 순간에 있던 팀을 구해낸 것.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프리미어리그 잔류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구원의 빛을 본 것은 팀만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이 날 볼턴의 상대팀은 오언 코일 감독이 직전까지 사령탑을 맡고 있던 번리.
번리 돌풍을 이끌며 프리미어리그 승격 이후 팀 서포터들에게 구세주와도 같은 성원을 받았던 오언 코일 감독은 지난 12월 말,
시즌 중 경질된 게리 맥슨 감독의 뒤를 이어 볼턴으로 차기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이후 번리의 서포터들은 시즌 중 팀을 떠난 자신들의 전 사령탑 오언 코일 감독을 향해 비난을 멈추지 않았고
한때 신과도 같은 성원을 받던 코일 감독은 번리 팬들에게는 배신자 유다로 전락한 상황이다.

실제로 볼턴과 번리의 23라운드 경기에서는
강등권 탈출을 위한 두 팀의 사투뿐만 아니라 오언 코일 감독을 향한 장외 비난전도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번리의 팬들은 "그는 구세주가 아니다(He is not Messiah)",
 "한때는 신이었지만 지금은 유다일뿐", "볼턴 너희는 곧 가라앉는 배"등을 외치며 동지에서 적이 되어버린 코일 감독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계속했다.
경기장 곧곧에는 오언 코일 감독의 얼굴에 'JUDAS'라는 글씨를 적어 놓은 사진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전임 게리 맥슨 감독에게 그랬듯이 이번에도 이청용이 감독을 구했다.
2009/10 시즌 개막 후 가장 성공적인 영입으로 손꼽히며 자신의 진가를 알린 이청용은
코일 감독 부임 후 가장 어려운 고비가 될 뻔 했던 번리전에서 팀의 승리를 만드는 결승골을 터뜨렸고, 이 순간 누구보다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코일 감독 본인이었다.

영국 언론들 역시 "함성을 멈추지 않던 번리의 팬들을 잠잠하게 만든 것은 이청용이었다.
그가 번리팬들의 입을 다물도록 해 코일 감독을 도왔다"며 감독의 난처한 입장을 진정으로 구해준 것은 이청용이었다고 평가했다.
팀과 감독을 동시에 구하며 볼턴의 진정한 구세주로 떠오른 이청용.
프리미어리그 잔류라는 팀의 목표를 현실로 만들고 있는 이청용의 발끝에는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실리게 됐다.

사진=ⓒChris Brunskill/BPI/스포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