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게그손님

그 가게 그 손님

강개토 2011. 5. 22. 08:42


매일 보는 부부도 닮기 힘들다는데

생판 남인 이들은 생김새도, 취향도, 성격도 너무 닮았다.

 

 

카페로닌 주인 오훈섭 +손님 박진영


"로닌 카페는 밤에 오는 게 최고죠.

테라스에 흑백 영화 틀어주시는 거 아시죠?

특히 찰리 채플린이 나올 때면…."

 

쉬지 않고 로닌의 자랑을 늘어놓던 건

정작 사장님이 아닌 단골 손님 박진영이었다.

겉으로 봤을 땐 믿기지 않겠지만 적은 나이 차이 덕에 친해졌다는 그들.

이제 그들은 손님과 주인으로 만난 관계지만 형, 동생이 더 익숙하단다.

카페 로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커피나 차를 만들 때 빼고는

항상 카운터 밖으로 나와 손님들과 쉴 틈 없이 이야기하는 인기 만점의 사장님이다.

그가 손님들과 주로 나누는 내용은

'옛 여자친구 때리기 게임' 같은

아이폰 앱 소개나 새로 나온 음반 등 소소한 이야기들임에도 말이다.

 

"이런 게 바로 로닌만의 매력이에요.

옆집에 놀러 온 것 같은 편안함 말이죠.

이 타코만 봐도 그렇잖아요"

 

라고 말하는 단골 손님의 테이블에는

정말 로닌의 메뉴에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큼지막한 '타코'가 놓여 있었다.

로닌도 다른 카페와 같이 외부 음식이나 음료를 가져와서 먹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장님이 특별히 옆 가게에서 파는 '타코'를 사오는 단골 손님에게는

특제 햄과 치즈를 듬뿍 넣어서 오븐에 구워주신다고 한다.

이런 사장님의 단골 손님에 대한 무한 사랑 때문인지

어쩔 땐 그는 집에 있는 시간보다 오래 가게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을 때도 있단다.

그럼에도 사장님은 카페의 인기는

 모두 다 카페의 마스코트 고양이 때문이라며 절대 부인하지만,

이런 겸손한 그의 매력 에 단골 손님들이 매료되는 게 아닐까.

heu se rian
주소 마포구 서교동 339-9번지 문의 02-336-0105

 

 

page one 주인 김효미 +손님 김가윤


홍대 놀이터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는 페이지원

국내에서 보기 드문 빈티지 마켓 형태의 빈티지 숍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그 자리에서 바를 운영하던 두 사장님

(조용히 어딘가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남자 사장님이 한 분 더 있다)

의기투합해 시작하게 되었다는 숨은 사연이 있었다.

학교와 집이 모두 홍대라서 새로 생긴 곳은 소문나기 전에 찾아가본다는

단골 손님 김가윤은 페이지원의 큰 간판을 보고 가게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왔을 때 가격에 한 번 놀라고

언니와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인들도 엮여 있어서 더 놀랐어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그 뒤로 틈이 날 때마다 찾아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며 놀았고

이제는 그녀에게 페이지 원은 가끔이 아닌 자주 들르는 단골 숍이 돼버렸다.

 

"빈티지 정보도 공유하고 언니가 항상 반겨주니깐 친언니 같아요"

 

라고 말하는 그녀는

합리적인 가격대와 다양한 제품은 물론

유니크한 디자이너 제품까지 구비해놓은 숍이 없다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인심 좋은 언니의 성격 덕에 할인 또한 덤으로 해줘요."

 

듣자 하니 단골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었다.

필요한 아이템이 없으면

수소문해서 구해다주기도 한다니 단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언니가 입고 있는 빈티지 의상에 눈독 들이는 일이 많다던 그녀는

언니와 취향이 비슷한 점도 친해지게 된 이유라고 한다.

손님으로 만난 사이가 아닌 그전부터 알던 사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그 둘은 촬영이 끝난 뒤에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사장님에게 단골 손님 김가윤은 언제 와도 반가운 손님이었다.

ahn so ra
주소 마포구 서교동 364-3번지 3층 문의 070-8612-5329

 

 

마초헤어주인 김광희 +손님 우현명

가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어서오세요"로 시작되는

형식적인 미용실에 싫증 났다면 "담배 피우세요?"라고 물어보는

이 마초끼 가득한 미용실에 들러보는 게 좋겠다.

달랑 거울 2개,

의자는 한 개,

무너질 법한 이층 침대 하나,

그리고 어지럽게 널려 있는 정체불명의 소품들.

그저 단순한 콘셉트 미용실이지 싶겠지만

자신과 똑 닮은 캐릭터의 티셔츠를 입고

뭔지 모를 포스가 잔뜩 풍기는 사장님을 보면 그런 생각 못할 거다.

왠지 무서워서 온 손님도 달아날 것 같은

마초 스타일의 그도 도시락 한 개를 정답게 나눠 먹을 정도의 단골 손님이 있었다.

 

"원래 제 단골 손님이었어요"라고

 

당돌히 말하는 단골 손님을 보니 역시 그 가게 그 손님이더라.

사장님은 예전에 그가 운영하던 바의 오랜 단골 손님이었다고 한다.

워낙 캐릭터가 강한 성격의 사장님에 끌려 머리를 자르러 간 첫날.

거칠고 대충 자를 것 같다는 그의 예상을 뒤로한 채

세심하고 꼼꼼하게 머리를 만져주던 솜씨에 감동해 그 뒤로 항상 이곳에서 머리를 하게 되었다고.

물론 그의 여자친구도 함께 말이다.

요즘은 머리 자를 때가 되지 않았는데도

사장님이 직접 끓여주는 검은 콩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러 온다는 단골 손님,

그런 그를 무심한 척하지만 언제 올까 기다리는 사장님.

이 둘이야말로 환상의 짝꿍이 아닐 수 없다.

heu se rian
주소 마포구 서교동 335-3번지 2층
문의 070-8804-6676

 

 

lobjet 주인 민세원 민지원 + 손님 허유정


자매가 운영하는 빈티지 주얼리 샵이라는 설명만으로도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마치 작은 아씨들의 자매들처럼 오손도손 모여 앉아 동화 엽서 같은 가게을 운영하는 딱 그 모습이있다.

평소 여행을 다니면서 빈티지 주얼리들을 사 모으기 시작했는데,

자신들이 직접 판매를 시작하게 된 건 유럽에서 50~60년대 유행했던 '캣 우먼 안경' 때문이다.

그 안경을 서울 어느 곳에서도 구할 수 없어

자신들이 직접 이런 재미난 빈티지를 판매하면 어떨까 해서 오픈한 것이

바로 '로브제'.

단골 손님인 허유정씨 역시 마찬가지다.

화려하고 유니크한 쥬얼리들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 바로 이 곳이다.

관현학과 학생인 그녀는 원래 액세서리를 좋아하고

연주 때 착용할 일이 많은데 로브제의 화려하면서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제품들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로브제에서 빈티지에 대한 가치와 매력에 빠졌어요.

유럽 여러 나라의 귀걸이를 걸치고 있자면 마치 내가 그 시대 그 여인이 된 듯 해요.

일주일에 한번 이상 샵에 꼭 들르는데

물건들이 매번 바뀌고 특히 사장님들이 쥬얼리 파트를 이용해 조합,

제작한 물건들은 손님으로서도 더 애착이 가요."

 

그리고 로브제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로 저렴한 가격을 꼽았다.

깨끗하게 세척하고 손질된 빈티지 제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해

훨씬 믿음이 간다고 한다.

 

"사실 빈티지의 가치는 무한대예요.

가격을 책정하기는 어렵죠.

우리는 판매자 이기도 하지만 해외 바잉을 나가면 소비자이기도 하니깐요.

합리적인 가격으로 훌륭한 퀄리티의 빈티지 제품들을

많은 사람들이 부담 갖지 않고 즐길 수 있다면 좋겠어요"라며 두 주인 자매가 웃었다.

 

신기하게도 주인과 손님이 닮은 미소를 짓는 건 빈티지에 대한 따뜻한 애정 때문이었나 보다.

 jung hee in
주소 용산구 한남동 683-28 번지
문의 02-749-0950




 

 

oval 주인 김수랑 +손님 김지연


홍대 앞 미술 학원들이 즐비한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문구숍 오벌은 디자인 스튜디오 빌리 브라운이 운영하는 문구점이다.

 

"이사 하기 전의 회사와 가까이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벌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었죠."

 

그 덕분에 자주 들르곤 했다는 손님 김지연. 이때부터였을까?

예전부터 문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던 터라

오벌은 자연스레 단골 아닌 단골이 되었다.

일본에 갈 때면 꼭 들르는 숍 중 하나인

포스탈코를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포스탈코 제품은 거의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마니아적인 그녀는 오벌에서도 판매하는 정갈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노트 시리즈가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템이라고 한다.

매일 열지 않는 숍의 특성상 시간을 맞춰서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지 않지만

잘 선별된 물건들, 그리고 그 물건들이

매일매일 정성껏 돌본 흔적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 오벌을 좋아한다.

김수랑은 서로의 손님으로 얼굴을 익히게 되었고,

좋은 물건의 가치에 대한 동감에서부터 시작해

다양한 분야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며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최근에는 아트북 서점 포스트 포에틱스에서 오벌의 팝업 스토어를 열거나,

오벌에서 포스트 포에틱스의 책을 판매하는 등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고 같이 진행하기도 했다.

작다면 작은 공간인 오벌에서 서로의 공통분모를 갖고 만난 그 둘은

 손님 이상의 단단한 무언가로 이어진 듯 보였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녀들의 대화까지 말이다.

 ahn so ra
주소 마포구 창전동 436-24번지 1층 문의 02-323-1981

 

 

slwk 주인 이인우 + 손님 남궁교


Sleep walker.

몽유병이라니, 재미난 브랜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직접 만나본 그들은 정말 꿈속을 걷는 사람들 같았다.

요란한 트렌드에서 조금 비켜가 조용히 수작업으로 모든 걸 진행하는 그들이기에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소공동 맞춤 양복 거리에 자리 잡은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단골 손님인 낭궁교씨는

처음 가게를 오픈 할 때 가구 만드는 것을 도와주면 SLWK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쭉 손님 그 이상의 관계로 SLWK를 신뢰하고 있다.

 

"사실 핸드메이드 옷이라는게 굉장히 고가잖아요.

하지만 이 친구들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숙련된 제봉으로

핸드 메이드의 퀄리티와 합리적인 가격 사이에 균형을 잘 맞춰나가고 있죠.

그 모습을 보면 굉장히 뿌듯해요"

 

두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제작되는 모든 옷들을 그 자체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SLWK의 두 디자이너는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만들기에 지금은 판매만을 위한 작업으로도 정신이 없지만,

좀 더 규모를 키워 옷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작업을 보여주고 싶은 바램을 드러냈다.

이토록 잘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꿈 많은 청년들에겐 시간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SLWK에게 바라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언제나 잘해나가고 있어 기대가 될 뿐이지 뭘 바라는 건 없어요.

다만 두 친구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장인이 되어 있으면 좋겠어요."

 

라며 진지하게 그들의 꿈과 행보를 지지했다.

jung hee in
주소 중구 소공동 112-20번지 401호 문의 070-4194-1980


assistant editor ahn so ra, heu se rian, jung hee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