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일본과 전쟁을 한다면?
일본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36년간의 강점기가 있었고 아직도 일본과 풀지 못한 숙제가 산적한 탓에 일본과 관계된 일이라면 예민해지는 게 사실이다.
여타 축구경기보다 한일전이 재밌고 전력의 우위를 떠나 뭐든지 일본과의 대결에서는 이상하리만치 힘을 내는 것도 바로 한국이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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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벌'의 겉그림 | |
ⓒ2005 팀매니아 |
독도문제가 불거져서가 아니라 '만약 일본과 전쟁을 한다면?' 하는 생뚱맞은 생각을 했다.
그런 궁금증을 풀어 주기라도 하듯 한·일간의 가상전쟁을 다루고 있는 만화가 있다.
바로 이현세 작품 <남벌>이다.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이 작품은 한 스포츠신문에서 93년 7월부터 연재됐는데,
이현세 최고의 만화 중 하나로 불리며 시들해진 이현세의 인기를 다시 솟구치게 만들기도 했다.
이 작품을 가지고 한일 양국의 대학생들이 토론을 벌인 적도 있다.
그만큼 이 만화는 당시 뜨거운 감자였다.
<남벌>은 마치 현대판 무협지를 읽는 기분인데,
무협지 작가 출신의 야설록이 글을 써서 그런지 여타 야설록의 만화가 그런 것처럼 그만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또 지극히 이현세적인 만화다.
야설록은 스토리의 스케일이 크기로 유명한데 그에 걸맞은 재미도 있다.
중동전쟁으로 인해 전세계는 에너지위기에 직면한다.
다급해진 일본은 인도네시아 마루쿠 제도의 한국 관할 유전을 그곳의 소수 민족을 통해
강탈하게 한 뒤 자위대가 직접 인도네시아에 들어가 지킨다.
2천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억류된 것을 보고 받은 대통령이 인질을 구해내기로 하고
작전명 '남벌'을 발동하고 인도네시아에 부대를 파병하는 것으로 2차 태평양 전쟁이 벌어진다.
▲ 만화 주인공들 '오혜성, 엄지, 가쓰오 경사' |
ⓒ2005 이현세 |
고교를 중퇴한 재일교포 2세인 오혜성은 야쿠자들과 싸움을 벌이다 중간 보스 하나를 살해하고 쫓기게 된다.
그 때 일본 전역에 한국을 비롯 5개국 국가의 국적을 가진 국민들을 상대로 모두 관할구청에 신고를 하라는 포고령이 발동되고
곧이어 모든 교전 국가 거주민들을 특별수용조치 한다는 '전시특별법'이 발령된다.
한국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 소속 백두산은 일본으로 잠입해 조총련 도쿄지부장인 최관을 만나 동시 다발적인 대탈출계획을 세운다.
한국에서는 대규모 수송단을 파견하지만 일본의 육해공 입체 방어작전에 부딪쳐 퇴각하고 만다.
한편 가족들을 잃고 벼랑으로 떨어진 오혜성은 표류하다 가까스로 부산 앞바다에 도착하고 유명 의료진의 치료로 상처를 회복하자마자 군에 자원 입대한다.
이후 AK-47을 든 '사신 카라시니코프'라 불리며 활약을 펼친다.
단군부대의 손병도 장군은 대통령을 포함한 요인들과 2차 태평양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일명 '열도침몰'을 기획하고 여기에 오혜성도 특수요원으로 발탁된다.
드디어 일본을 향한 '남벌'이 시작되는데….
▲ 한국군의 일본 본토 상륙 |
ⓒ2005 이현세 |
만화에서는 공중에서 미사일의 폭발로 인한 전자펄스(electromagnetic pulse)로 일본의 첨단 전자장비를 무능화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작품은 많은 자료와 함께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다.
스토리의 자료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방위청이 매년 발행하는 '방위백서'를 참조했다고 한다.
옥의 티도 있다.
같은 장면인데도 전투기의 모양이 바뀌기도 하는데 그리다 보니 자료가 부족해서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책 마지막 부분에 한국측이 일본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있다.
과거 맺었던 한일 조약을 전면 폐기하고 새 조약을 만든다.
정신대를 조직했던 배후를 철저히 색출해 그 명단을 통보하고 피해자에 대한 즉각적이고 합리적인 배상을 시작한다.
그리고 독도와 그 반경 200해리를 완전한 한국영토로 인정하는 것은 물론
경도 130도에서 140도상, 위도345에서, 343도상의 바다를 '일본해'가 아닌 '동해'로 표기할 것을 명문화하고 이를 전세계에 홍보해야 한다 등.
이 모든 것은 어쩌면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다.
그렇지만 소설이나 만화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나 할까?
현실은 냉정해야 하고 전쟁은 게임이 아니다.
힘없는 나라가 힘있는 나라에 뭐라 해봐야 상대방은 콧방귀만 뀔 뿐이다.
무엇보다 국력을 키워 당당히 큰소리 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남벌>, 다시 봐도 재밌는 작품이다.
/위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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