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해치’서울의 상징 됐는데 …

강개토 2008. 5. 14. 09:10

해치’서울의 상징 됐는데 …

[중앙일보 성시윤]

 

서울시가 전설 속의 동물인 '해치(해태·그림)'를 서울의 상징 아이콘으로 선정해 13일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3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서울시는 규모와 위상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상징물이 없었다"며
"예로부터 상서로운 동물로 사랑받아 온 해치를 서울을 대표할 상징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내년에 조성될 광화문 광장에 해치상을 복원하는 것을 비롯해
서울 곳곳에 해치상을 설치하고 해치거리를 조성해 서울을 '해치의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자유여신상,
베를린의 곰,
싱가포르의 머라이언(사자상)처럼
 
'서울'
하면 떠오르는 상징을 만들어 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이날 공개한 '해치' 로고를
서울 시내 버스 및 택시는 물론 티셔츠·열쇠고리·배지 같은 관광기념품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해치는 해태의 원어이며,
일반 서민과 달리 관가에서는 해치로 불려 왔다"며
"한자 '치'는 중국에서 '치' 또는 '태'로 발음됐다"고 설명했다.
해태제과는 수십 년 동안 광화문의 해태상을 로고로 써 왔다.

◇'해치'선정 논란=해치 선정에 대해 시민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고,
서울 상징물로도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달 21일 시민공청회를 한 차례 열었으나 참석 인원은 80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서울시는 "여론조사기관 갤럽을 통해 서울 시민과 외국인 각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조사는 "서울의 27가지 명소 중 서울을 대표적으로 상징할 후보가 무엇이냐'를 물은 것이다.
당시 설문조사에는 해치가 후보로 등장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 서울시는
'경복궁'
'한강'
'N서울타워' 3개로 압축한 뒤
'경복궁'을 상징 개발의 최종 방향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경복궁'의 이미지는 활용이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경복궁과 관련 있는 해치를 선정하게 됐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김종대 중앙대 민속학과 교수도
"해치가 경복궁을 지키는 상징적인 동물이긴 하지만 서울 전체를 아우르는 동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 copipijoongang.co.kr >

◇해치=중국 한나라 때 문헌 『이물지(異物志)』에 따르면 '동북 지방의 땅에 사는 짐승'으로 알려져 있다.
머리에 뿔이 있고, 목에 방울이 달려 있으며, 몸 전체는 비늘로 덮여 있는 전설 속의 동물이다.
'정의를 수호하고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신라시대에 관복의 문양으로 쓰였고,
조선시대 들어서는 궁궐 곳곳에 해치 조각상이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