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만화

 

김성환 /김성환이 그린 신문만화 〈고바우 ...>

 

만화가 어떤 대상의 형태나 사건의 성격을 과장 또는 생략된 표현으로 웃음의 소재나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희화(戱畵)라는 점에서,

한국만화의 기원을 조선시대말의 김홍도·신윤복의 풍속도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 만화가 등장한 것은 1900년대초로서, 서양에 비해 역사가 훨씬 짧다.

그 이유로는 조선시대말의 쇄국정책에 의한 문화의 비교류와 일제강점기 동안의 언론탄압을 들 수 있다.

한국에 시사만화가 등장한 것은 1909년 〈대한민보〉가 창간되면서부터였다.

〈대한민보〉는 항일운동단체인 대한협회의 기관지적인 성격을 띤 신문으로서,

만화로써 구국정신을 고취·계몽시키고자 했으므로 일본통감부에 의해 수시로 만화란이 먹칠당한 채 판매되곤 했다.

시사만화는 1920년대에 들어서서 〈동아일보〉와〈조선일보〉가 창간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이처럼 1910~20년의 신문만화가 1칸짜리 시사만화였던 데 비해, 1924년부터 시작된 4칸짜리 연재만화는 시사적인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유머 만화에 가까운 것이었다.

한국 신문 최초의 연재만화인 〈조선일보〉의 〈멍텅구리〉 시리즈와 〈동아일보〉의 〈허풍선이 모험기담〉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밖에도 같은 시기의 〈조광 朝光〉·〈별건곤 別乾坤〉 등의 잡지에 실린 김규택의 〈억지춘향전〉, 최영수의 〈코〉 등을 당시의 유머 만화로 들 수 있다.

한편 이 시기의 어린이 잡지에도 만화가 등장해, 1923년에 창간된 어린이〉·〈신소년〉·〈아이생활〉 등에 어린이 대상의 단편적인 만화가 실렸으며,

1930년대 중반에 창간된 어린이 신문에도 역시 단편적인 만화가 선보였다.

1945년 해방 후에는 〈대한민보〉·〈조선일보〉 등에서 활약하던 김규택·정현웅·임동은과 함께,

일본에서 귀국한 김용환·김의환 형제가 〈서울 타임즈〉·〈어린이 나라〉 등 신문과 잡지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이들은 1946년에 창간된 주간 〈중학생〉에 이어 속속 발행된 〈진달래〉·〈어린이 나라〉·〈새동무〉 등의 지면을 통해 아동 만화가로도 활약했다.

이 무렵인 1948년 김소운의 주도하에 간행된 한국 최초의 성인 대상의 대중만화 전문지 〈만화행진〉의 등장은 만화사에 특기할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서 6·25전쟁을 전후해 〈바나화 뉴수〉·〈만화신문〉·〈만화주보〉 등이 발간된 바 있다.

6·25전쟁중에는 김성환의 단행본 아동만화 〈도토리 용사〉 외에 〈학원〉·〈소년세계〉 등에 몇몇 만화가 연재되었다.

위축되었던 만화계는 1955년 일간지에 본격적으로 만화가 연재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동아일보〉에 실린 김성환의 〈고바우영감〉, 백인수의 만평, 〈경향신문〉에 실린 김경언의 〈두꺼비〉(뒤에 안의섭이 승계함),

〈세계일보〉에 실린 정한기의 〈허사비〉 등이 인기가 있었다.

당시 각 일간지에 실린 만화들은 처음에는 유머 만화를 지향했으나, 점차 정치·사회상의 반영이 늘어남에 따라 시사만화로 그 성격이 바뀌어갔다.

그중 〈아리랑〉(1950년대)·〈새교실〉(1960년대)·〈선데이 서울〉

(1970년대)에 실린 김성환의 〈꽁생원〉, 이상호의 〈갈비씨〉, 박수동의 〈탁배기 교장〉·〈고인돌〉 등은 유머 만화로 꼽힌다.

이밖에도 1970년대 이후 발표된 홍모래의 〈재치부인〉, 정운경의 〈왈순아지매〉·〈팔푼며느리〉, 길창덕의 〈순악질여사〉 등을 대표적인 유머 만화로 들 수 있다.

한편 1960년대의 아동만화는

〈학원〉·〈학생계〉 등의 잡지와 〈소년동아일보〉·〈소년조선일보〉·〈소년한국일보〉 등의 연재만화가 인기를 누리는 것과는 별도로,

만화는 잡지시대에서 단행본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와 함께 서점 상대에서 대본소 위주로 자리를 옮기면서 조악한 작품들이 남발되어 사회문제시되는 경향을 낳았다.

그결과 1961년에 조직된 한국아동만화자율회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통제되었던 아동만화의 내용은

문화공보부에 의해 구성된 한국아동만화윤리위원회에서 심의를 맡게 되었으며, 이것은 1961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로 통합되었다.

1970년대 이후의 한국 만화계의 특징으로는 각종 주간지와 스포츠 신문을 주지면으로 하는 성인용 극화(劇畵)가 등장한 점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만화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개선에 기여하는 반면 지나친 외설·폭력의 묘사로 인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는 1968년에 발족한 사단법인 한국만화가협회가 있으며, 만화출판인들의 단체인 한국만화출판협의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