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 | 서보현기자]
"원작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는 외모와 성격이 캐릭터와 일치하는지 여부가 캐스팅 1조건이 된다.
만화 캐릭터가 가장 근접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최종 선발되는 경우가 많다."
'꽃보다 남자', '탐나는도다', '버디버디' 등 만화 원작 드라마를 제작한 그룹 에이트가 밝힌 캐스팅의 조건이다.
만화 속 캐릭터와 얼마큼 닮았는지 여부가 성공적인 캐스팅의 조건이 되고 드라마를 성공 여부도 점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단 캐스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캐스팅 이후가 더 중요하다.
만화 캐릭터와 '더' 흡사한 외모와 성격을 갖기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
이는 온전히 배우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만화와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한 배우들의 노력은 상당하다.
예를 들어 MBC-TV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이하 '신불사')의 주인공을 맡은 송일국은
캐릭터를 위해 체지방 0.2%의 몸을 만들었고 온 몸에 근육을 키우는 노력을 보였다.
이처럼 만화 캐릭터와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한 배우들의 숨은 노력을 살펴봤다.
◆ "머리부터 발끝까지, 싱크로율 100%"
만화 원작 드라마는 만화 속 캐릭터를 그대로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마치 만화 속 캐릭터가 그대로 튀어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관심 얻기의 지름길이다.
이를위해 근육질 몸매, 스타일, 표정 등을 원작 캐릭터와 똑같아 보이도록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일국은 '신불사' 제작발표회 당시 "강타와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신경썼다"며
"식습관을 바꿔가면서 몸 만들기에 열중했고 맞춤형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해 헤어와 의상을 만화 속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민호는 외적인 조건이 맞아 구준표 역에 캐스팅됐다.
소라머리와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가 만화 '꽃보다 남자'의 모습 그대로였던 것.
실제로 그는 일본, 대만판 '꽃보다 남자'을 통틀어 가장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 스타로 꼽히기도 했다.
이민호는 "오디션을 볼 때 튀어보일 수 있도록 파마를 하고 갔다.
덕분에 주인공과 비슷한 이미지가 나온 것 같다"면서
"매 오디션때마다 자신감있고 당당한 태도도 제작진이 게 본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 "2% 부족한 외모, 98% 비슷한 행동"
만화 캐릭터의 특징을 그대로 재현하는 경우가 있다.
외모는 닮지 않았지만 캐릭터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해 캐릭터와 동일화시키는 것이다.
주로 역동적인 움직임이 많은 스포츠 드라마에서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유이는 골프 드라마 '버디버디'에 캐스팅 된 후 골프 배우기에 돌입했다.
골프 무림정복을 꿈꾸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서다.
유이가 타고난 운동 신경을 가진 만큼 빠른 시간 내에 골프 선수로 변신할 것이라는 자체 평가가 많다.
유이는 '버디버디' 제작발표회 당시 "요즘 실내 골프장을 찾아 다니며 기본기를 익히고 있다"며
"어렸을 때 골프를 접할 기회가 많았지만 실전을 배운 적은 처음이라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극 중 캐릭터를 닮기 위해 노력 중임을 드러냈다.
윤태영도 만화 캐릭터의 특징을 온전히 살린 배우로 꼽힌다.
지난해 방송된 MBC-TV '2009 외인구단' 속 까치 역을 위해 윤태영은 1년 6개월 동안 투구 연습을 해 130km 안팎의 공을 던지게 했다.
또 극 중 역할에 맞게 왼손으로 100km의 공을 던질 수 있도록 했다.
윤태영은 "먼저 캐스팅이 된 후 중학교 운동장에서 수 백개의 공 던지기를 반복했다"면서
"다른 배우들이 합류한 이후에는 2달 가량은 야구장에서 살았다.
야구옷이 10벌 이상 찢어질 정도로 슬라이딩을 했다.
덕분에 모든 연기에 대역없이 직접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98% 부족한 싱크로율, 연기로 캐릭터 재창조"
만화 속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전혀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연기력으로 승부를 본다.
만화 캐릭터를 드라마 캐릭터로 재창조하고 배우 스타일대로 재해석하는 것. 만화보다 생생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KBS-2TV '공부의 신'의 김수로가 대표적인 예다.
사실 김수로와 일본 만화 '드래곤 사쿠라' 속 사쿠라기 켄지 사이에서 외모적인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다.
이 때 김수로는 평소 코믹 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고 덕분에 강석호 캐릭터가 살아났다.
이는 만화 원작자도 인정한 부분이다.
원작자인 미타 노리후사는 내한 당시 "'공부의 신' 중 김수로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라며
"김수로가 만화보다 더 인상적으로 캐릭터를 잘 표현한 것 같다"고 밝혔다.
MBC-TV '탐나는 도다' 속 서우도 상황이 비슷했다.
제주도 처녀 버진 역은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던 것이 사실.
생소한 제주도 사투리를 쓴다는 것과 해녀라는 직업을 만화 그대로 표현하기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대신 서우는 표정 연기에 중점을 뒀다.
말괄량이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당시 서우는 "버진이 천방지축 캐릭터이기 때문에 화면에 예쁘게 나오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대신 역할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캐릭터 애착, 명품 싱크로율 만드는 지름길"
이들이 만화와 높은 싱크로율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
캐릭터에 대한 애착과 고민이 반복됐기 때문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소한 것 하나도 온전히 표현하려는 의지는 높은 싱크로율을 만들어냈다.
'신불사' 송일국은 "완벽한 남자인 강타가 돼야 했기 때문에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썼다"며
"로망으로 꿈꿨던 캐릭터를 하게 된 만큼 많은 공을 들였다.
끝까지 이 캐릭터를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였다"고 말했다.
원작이 있다는 부담도 싱크로율을 높인 이유 중 하나였다.
만화를 뛰어 넘는 드라마와 캐릭터를 보이기 위한 욕심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것.
캐릭터 몰입도가 높아진 것도 이상적인 결과였다.
'외인구단' 윤태영은 "원작이 워낙 유명하고 까치 캐릭터가 강렬해 소화하기에 부담이 컸다"면서
"만화가 드라마로 재탄생되는 만큼 보다 현실감있는 인물로 보여주고 싶다.
만화에서 강조된 부분을 순화시키는 등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것"이라고 캐릭터 표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사진=이승훈·이호준기자, MBC·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