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준커피창고

최팀장의 커피 칸타타

강개토 2010. 9. 13. 13:25

 

최팀장의 커피 칸타타

드르르륵 콩콩콩 *^# $^&$^#@^#&&*%%


진한 갈색의 커피콩이 드르륵드르륵 갈리고,

퐁퐁 펄펄 물이 끓으면 갈린 커피의 향과 따뜻한 수증기가 만나 행복한 냄새를 만들어 낸다.


척 하니 걸쳐 입은 검은 앞치마가 너무나 멋진 강원지방조달청 최덕희 물자구매팀장.


포근하니 몽글몽글 솟아오른 커피구름이 사그라지며 검은 자줏빛 커피가 만들어지고,

라바티카 한잔에 커피예찬이 오간다.

 

커피에 빠지다
2007년, 건강이 좋지 않아 잠시 휴직을 할 때

아내가 대학교평생교육원에서 커피바리스타 과정에 등록했다.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터라

“함께 배우자”는 아내의 권유를 고사했지만,

6개월 동안 쓰고 이상한 커피를 실습용으로 먹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강력한 스모키향의 중독성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다시 복직을 하면서 춘천에서도 대학평생교육과정이 있다는 소식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좋아하면 궁금증도 많아지고 더 알고 싶어지는지.

 

커피에 빠지면서 커피나무는 어떻게 자라는지,

왜 우리나라는 커피재배가 안되는지,

생두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등 이것저것 공부하게 되고,

그러면서 커피를 더욱 즐기게 됐다.

 

처음에는 커피를 배우기 위해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커피는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맛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커피의 종류는 다양하고 추출방법에 따라 다양한 커피가 나온다.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

 

 

 

1세기가 넘는 조선 커피의 역사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처음 접한 사람은 고종황제다.

아관파천으로 러시아대사관에 피해 있으면서 커피를 마셨던 그는

이후 덕수궁 내 ‘정관헌’이라는 서양식 건물(지금의 카페)을 짓고 커피를 즐겼다고 한다.

역사기록에는 1895년 유길준의 서유견문록에 그 기록이 남아있다.


6.25를 거치면서 미군들이 가지고 온 인스턴트커피를 계기로 커피의 대중화가 이루어졌고,

88올림픽 이후 원두커피로 사람들의 관심이 옮겨갔다.

1999년에는 이대 앞에 별다방(스타벅스) 1호점이 생기면서 커피에 대한 인식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별다방의 성공적으로 정착하자 콩다방(커피빈) 등

외국계 브랜드가 속속 들어왔고, 로즈버드, 할리스커피 등

국내브랜드 또한 가세하면서 현재 커피시장은 2천억원대(전체 2조원)로 커졌다.
한끼 밥값보다 비싼 커피의 등장에 ‘된장녀’라는 신조어도 생기고,

이제 ‘커피 한 잔’이 일상이 됐지만 아직도 베일에 싸인 커피의 역사가 많다.

 

복잡미묘한 커피의 매력

“커피는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와 같이 아름답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프랑스작가 탈레랑-

“커피는 천번의 키스보다도 더 사랑스럽고,

     무스카트 포도주보다도 더 감미로와요, 커피가 없으면 나를 기쁘게 할 방법이 없어요.”-바흐의 커피 칸타타-

 

TV 커피광고에서는 종종 커피를 키스와 비교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커피의 매력은 섹시하고 부드럽게 묘사되는 광고보다 훨씬 다양하다.


세계 최고의 커피는

해발 2천미터 이상의 화산석으로 이루어진 고지대에서 충분한 비와 햇빛을 받고 자라는데,

전문가들은 수확·세척·건조·구분 과정을 거친 생두는 2천가지의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로스팅 후 발현되는 성분만 850가지라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추정일 뿐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물질이 많다.

작은 생두 하나에 들어있는 물질들이 얼마나 복잡 미묘한가! 때문에

커피는 “이런 맛이다.” “이런 향이다.”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박이추라는 사람이 있다.

재일동포로 88년경 한국에 와서 안암동에 보헤미안이란 커피숍을 열고 활동하면서 알려졌다.

우리나라 커피 1세대의 1서3박(서정달, 박원준, 박상홍, 박이추) 중 현존하는 유일한 사람으로,

커피숍의 이름처럼 서울, 오대산부근, 경포대, 강릉을 거치며 짚시처럼 유랑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의 커피선생이 바로 이 분이다.

덕분에 보헤미안에 들러 커피에 대한 얘기, 가르침을 종종 듣곤 한다.


박이추씨는 커피 브랜드를 오목렌즈 같다고 말했다.

콩의 설정, 비율 등 여러 요인이 하나의 초점에 집약될 때 하나의 맛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무거나 좋다” “알아서 해 주세요” “추천상품이 뭐예요?”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한다.

이 가게에서는 마시는 쪽에게도 커피 ‘꾼’으로서의 기량을 구한다.


“아무리 성공을 했어도 자신이 마시고 싶은 커피의 이름을 하나 모르는 비즈니스맨에게 인간으로서의 매력은 없다.

커피뿐만이 아니라 그 무엇이든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간은 매력적이지 않다.”
이것이 박이추선생의 지론이다.

 

최근 커피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강릉으로 커피투어를 오는 것이 교과서처럼 됐다.

 

박이추선생의 보헤미안커피숍,

 한적한 바닷가에서 사람이 그리워 시내로 들어온 히피커피아저씨,

가히 커피공장이라 할 수 있는 테라로사 커피숍 등

20여개의 가게를 직접 보지 않고는 커피를 진정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날이 차다.

새벽녘엔 안개가 자욱이 내리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닦인 거울처럼 말간 하늘이 얼굴을 내밀 때도 있다.
우리의 하루하루도 그렇다.

맑은 날과 궂은 날이 병존하는 삶.

좋으면 좋은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커피 한잔으로 불쌍하고 가련한 영혼을 정화시키자.


요즘같이 쌀쌀한 때에는 따뜻한 우유가 들어간 카푸치노 한잔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