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한나라 ‘잠룡 4인방’ 2012 대선행보 꿈틀

강개토 2010. 9. 20. 15:41

 

 

 
2012년을 향한 여권 잠재적 대선주자들의 발길이 바빠졌다.
갈길은 멀다.
조금 앞서는 것보다 작전이 중요한 시기다.
 
박근혜 전 대표에겐 막판에 역전패한 뼈아픈 경험이 반면교사다.
드러나지 않게 조직을 챙기는 행보가 포착된다.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한 철저한 ‘실리작전’을 예고한다.
 
김문수 경기지사에게선 중앙 정치무대에서 조명받지 못하는 ‘소외감’이 엿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거듭된 비판도 ‘주목받고싶은 욕구’와 맥이 닿아 있다.
당분간 ‘노출작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생각이 아직 없다고 강조할수록 그의 대선행보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역설적 상황.
 
이재오 특임장관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킹이 아니라 킹메이커인 것처럼 보이려는 그의 ‘연막작전’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6·2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몽준 전 대표에겐 시련의 계절이다.
2020월드컵을 유치한다면? 일거에 상황을 뒤바꿀 ‘한방작전’이 그로선 절실하다.
 
 
 
 

박근혜 ‘실리작전’

 

박근혜 전 대표는 추석 연휴동안

동생 지만씨 집에서 차례를 지낸 뒤 줄곧 삼성동 자택에 머물 예정이다.

일부 참모들이 지역구인 대구 달성 방문을 건의했으나

“정치적으로 해석된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철저한 자제다.

 

2007 경선패배 반면교사
조직화 나서며 보폭확대

 

하지만 이면의 움직임은 다르다.

영남지역 한 친박계 초선 의원은 최근 박 전 대표에게 대선에 대비한 조직 강화 필요성 을 건의했다.

박 전 대표는 “그것도 나쁘진 않네요”라고 답했다.

 

참모들이 조직화를 건의할 때마다

“그런 일 하실 필요없다”며 강하게 만류했던 박 전 대표다.

 

한 친박계 의원은 “

박 전 대표가 2007년 경선 패배 경험을 뼈아프게 의식하는 것 같다.

자중하고 있지만 친박 의원들의 자발적인 조직화 움직임까지 말리지는 않는 분위기 ”라고 전했다.

 

실제 친박계 조직화 움직임이 있다.

대구·부산·서울 지역 친박계

초·재선 의원 10여명이 외연확대를 목표로 조직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모임의 이름까지 만들어진 단계는 아니지만 물밑 움직임이 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외 외곽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중립 성향의 한 중진 의원은

 

“몇 달 전부터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경제관료 출신의 전 의원이

‘이젠 박근혜 대표를 위해 움직일 때’라며 박 전 대표 쪽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더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가 친이계에 견줄 때

‘7대 3 열세’라는 평가를 받는 조직력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친박 의원들의 조직확대 작업을 묵인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표가

최근 조해진·김영우·강승규 의원 등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을 직접 만난 것도

‘외연확대’ 행보의 일환으로 철저한 준비 속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기환·김선동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외연확대의 필요성을 거듭 건의하자

박 전 대표가 이를 수용해 이뤄진 만남이었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이미 박 전 대표의 대선 행보가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박 전 대표의 태도도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문수 ‘노출작전’

 

김문수 경기지사의 측근인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김 지사는 대선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에도 도내 농촌과 시장을 돌며 도정을 살피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가 최근 2012년 대선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선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중앙정치 소외 한계
‘탈경기’ 발언 이어져

 

정치권의 평가는 정반대다.

 

친이계 영남권의 한 의원은

“김 지사는 대통령과 중앙정치를 상대로 끊임없이 논쟁을 제기하고,

 ‘탈 경기도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며

“경기지사라는 핸티캡 때문에, 이미 가장 적극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개헌,

대통령의 인사권,

정부의 주택정책, 8·15 광복절 행사까지

대통령과 중앙정치를 겨냥한 그의 언행 자체가

‘대선용 탈경기 노출작전’이라는 것이다.

 

지난 13일 <한국방송> 경인방송센터 개국은

 ‘경기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집념의 결실로 꼽힌다.

 

방송계 사정에 정통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김 지사는 중앙정치와 언론에서 소외되는 경기지사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며

“방송센터 개국은 그 한계를 벗어나려는 집요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친이계에선 경기지사 재선, 김태호 총리후보자의 낙마로

‘박근혜 대항마’로 입지를 굳힌 김 지사에게 남은 것은 지사직 사퇴시기뿐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친이직계의 여러 의원들은

“영남 출신이지만 수도권이 정치적 기반인 그는 박 전 대표의 가장 유력한 맞상대”라며

“너무 빨리 움직이면 탈이 난다고 생각해 속도를 조절할 뿐,

내년 가을엔 대선 캠프를 꾸리려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김 지사와 가까운 경기지역 한 중진 의원은

 

“김 지사가 최근 ‘아직은 대통령 임기도 많이 남아 대권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현안에 대한 소신 발언을 계속하겠다’고 하더라”며

“그는 반드시 대선에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지사의 한 핵심 측근도

 

“지금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원하면 지사직을 던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재오 ‘연막작전’

 

이재오 특임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차기 대선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하루에 1초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친박계의 한 의원은

“지금은 그럴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지 나가긴 나간다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장관 신분 행보 제약
몸낮추기로 변신 시도

 

 

정치권에서도 이 장관의 행보를 예사롭지 않게 보기 시작했다.

‘90도 인사법’ 등 몸을 한껏 낮추고 있지만

대선을 향한 ‘야망’을 감추려는 ‘계산된 몸낮추기’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그의 실제 목표가 ‘킹메이커’에서 ‘킹’으로 바뀌었다는 관측이다.

 

한나라당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90도 인사법 등으로 화제를 낳으면서 예전의 ‘특무상사’ 이미지를 벗었다”며

“과거엔 이재오가 대선에 나선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김해진 특임차관을 정점으로 구성된

30여명의 특임장관실 보좌진들이 그의 ‘대선 캠프’가 될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 장관 본인은 이런 외부 시선에 펄쩍 뛰며 손사래를 친다.

측근들은 이 장관의 이런 태도가 다른 대선 주자들의 처지와 매우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직 장관 신분인 그로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고 대선 행보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이 장관은 현 정부와 차별화를 꾀할 수 없다”며

“일을 통해 ‘이재오, 괜찮네’라는 국민적 인정을 받는 게

대선후보로서 가능성을 여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측근들은 내년 말까지는 그의 몸낮추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권에서는 이 장관의 대선주자 가능성에 회의를 품는 시각도 여전히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뒤에 호랑이가 있으니까 토끼한테 고개를 숙이는 것”이라며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내무부 장관을 하면서

한때 직접 대선 행보를 했던 최형우 전 의원과 처지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정몽준 ‘한방작전’

 

“요즘 지역구 주민들이 왜 텔레비전에 안 나오느냐고 묻는다.

언론 노출이 부족하니 결국 다 잊혀지더라.”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사석에서 한 말이다.

 

한 때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설

‘친이계의 대항마’로 거론됐으나 6·2 지방선거 참패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자체조사에서 지지율 3%의 잊혀진 존재가 된 현실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그냥 죽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정 전 대표는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잊혀진 존재’ 설움 딛고
2020월드컵 ‘반전’ 노려

 

 

세 축으로 반전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

먼저 자신의 씽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 등을 통해

세계적 석학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지난 8월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를 초빙해 대중강연회를 열었고,

9월9일엔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 교수와 3시간 단독 대담을 했다.

 

오는 12월2일 결정

2020년 월드컵 유치전은 이른바

‘한방의 반전’을 가능케 할 회심작이다.

하지만 미국 등을 상대한 어려운 싸움이라, 결과가 유동적이다.

이 때문에 그의 주변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뛰어넘어

독자적 입지를 구축할 ‘고강도 처방전’을 고심하고 있다.

 

‘정몽준식 정치’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가 모처럼 참석한 지난 15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당과 행정부 내 계파·파벌이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권력을 사유화한다”고 비판 건 그 신호탄이다.

 

정 전 대표는 최근 지인들에게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얘기하는데, 공정사회는 페어플레이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공정사회론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한 측근은

“이 대통령과 지금 차별화를 선언하면 고사당할 위험이 있고,

너무 늦으면 ‘숟가락만 얹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시기와 방법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신승근 안창현 기자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