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 첫 뉴욕 메트로폴리탄뮤지엄 전시 |
1977년 뉴욕에 유학을 오자마자 그가 한 일은 방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곧바로 들른 곳은 메트로폴리탄미술박물관이었다.
말로만 듣던 미술관을 하루종일 둘러보면서 시차도 잊었다.
그로부터 34년이 흐른 뒤 세계 3대 미술박물관으로 꼽히는 이곳에서 특별전시회를 열었다.
현대미술 화가인 이일 씨(59)가 주인공이다.
결국 그는 30년이 지나 유학 초기 세계적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뤘다.
이 화백은 이달 20일까지 이 미술관 한국실에서 작품 두 개를 전시하고 있다.
한국실 한가운데에
가로 3m, 세로 2m 크기 캔버스에 그린 추상화[IW-105]와
이보다 작은 크기의 그림 [무제-303]을 선보였다.
이 그림 주변에는 분청자기, 사군자를 주제로 한 수묵화 등이 전시돼 있다.
추상화지만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이 화백의 작품은 한국의 전통 예술과 오묘한 조화를 이뤘다.
이 화백은
"한국 전통 예술을 마음에 두고 작품을 제작한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기획력 덕분에 제 작품과 한국 전통 예술이 서로 연관돼 보인다"고 말했다.
미술관 측도 이를 염두에 두고 이 화백을 선정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이소영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큐레이터는
"이일 씨 작품을 2~3년 전부터 지켜봤다"며
"한국 전통 미술에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작품의 추상미가 한국 전통 예술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객 호응도 좋다.
이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회 기간 미술관 회원을 대상으로 두 번의 설명회를 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며
"앞으로도 현대미술을 통해 한국 전통 문화를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미술작품을 전시한 한국 작가는
한국실을 개관한 1998년 이후 이 화백을 포함해 모두 3명이다.
2008년에 처음으로 신영옥 씨의 병풍을 전시했고,
지난해에는 강익중 씨의 설치미술 달항아리를 전시한 게 전부다.
순수한 그림을 전시한 작가는 이 화백이 처음이다.
뉴욕 유학생활은 여느 화가 지망생과 마찬가지로 힘들었다.
뉴욕은 1 년 중 절반이 거의 겨울 날씨이다.
난방시설이 없는 창고에서 버티던 시절도 있었다.
초기에는 파트타임 일자리도 거쳤다.
자연스럽게 세계 미술계 파워가 미국으로 건너온 이유도 쉽게 이해했다.
이 화백은
"1960년대 이후 미술계 파워가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동했다"며 "
이는 미국에 다른 일자리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화백은 볼펜화가로 유명하다.
볼펜으로 강한 선과 율동을 표현한 추상화 전문 화가다.
세계적으로 볼펜만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자신이 유일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번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 전시한 크기의 작품을 만들려면
대개 400~500여 자루의 볼펜이 필요하다.
유학 초기에는 판화를 그렸다.
프랫대학원(Pratt Institute)에 진학한 뒤 1년 동안 판화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표현의 한계를 느꼈다.
결국 1981년
브루클린미술관 전시회에 볼펜 드로잉 작품을 내면서
볼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볼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 미술대학에서 인기 있는 교과서인
'Drawing:A Contemporary Approach'에도 실려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현지 언론의 긍정적인 평가도 수차례 받았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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