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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숨은 공로자 작곡가 하광훈을 아시나요? (인터뷰①)

강개토 2011. 5. 18. 16:40

나가수 숨은 공로자 작곡가 하광훈을 아시나요? (인터뷰①)

[뉴스엔 글 고경민 기자/사진 이재하 기자]

하광훈 작곡가는 데뷔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다.

군 복무시절 변진섭에게 준 ‘홀로된다는 것은’이 대히트를 치며 군대에서 첫 1위 소식을 들었다.

제대 후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 김민우의 ‘사랑할 뿐야’ 등으로

그 해 작곡 작사상 프로듀서상 제작사상 신인가수상 등 상이란 상은 다 휩쓸었다.

그때 나이 불과 26세.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돼 있었고 어린 나이에 많은 부와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서른을 넘기고 결혼을 한 이후로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는 “음악적으로 히트가 안돼서가 아니라 일을 많이 하다보니

내가 무슨 공장같은 생각도 들고 뭐하는 건지 모르겠더라”며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후 미국으로 떠났고 음악에 아예 손을 놓고 2,3년을 보내다가

다시 조관우의 ‘늪’을 작업하면서 돌아왔다.

“아내와 오붓하게 식사를 하고 명동 거리를 거니는데 모든 가게, 모든 길에서 ‘늪’이 나왔다.

이 때 ‘아 이 노래 대박이구나’라고 느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후 조관우는 ‘늪’에서 시작해

‘꽃밭에서’ ‘님은 먼곳에’까지 잇달아 히트를 쳤고

그는 엄청난 저작권료를 벌어들였다.

당시 리메이크 앨범에 대한 개념조차 나오지 않던,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하던 시기에

그는 과감히 도전했고 리메이크 앨범에 대한 인식 또한 바꿔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하광훈은

또다시 음악적 공백기를 갖다가 가수 김범수를 만났다.

1999년 김범수를 처음 만나 그의 데뷔앨범을 프로듀싱한 그는

이후 자신이 작곡했던 조관우의

‘겨울 이야기’를 리메이크해 만든 메모리선물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

다시 돌아온 한국의 음반시장은 제작환경부터 많이 달라져 있었다.

걸그룹, 보이밴드 아이돌들이 많이 나오면서

그는 “나같은 사람이 설 자리는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옛날에는 기타 연주를 누가 하는지까지 알며

소장하던 것이 음반이었고 그런 시절을 산 사람인데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를 받아 2,3일 무제한으로 받아쓰라고 해도

이제 몇 곡만 받고 마는 세상이 됐더라.

컴퓨터를 하며 커피를 마시는 것 같이

음악이 더는 메인이 아니게 됐다는 것이 내겐 큰 충격이었다.”

그랬던 그가 2011년 1월 다시 한국에서 음악을 할 결심을 했다.

그는 올해 초 예당 변두섭 회장의

“한물 간 멤버들끼리 음반 시장 한 번 제대로 흔들어보자”는 제의를 받고

예당 음악사업 본부장으로 컴백했다.

“아이돌 음악을 만들자는 게 아니었다.

음악적인 또 다른 시장이 있을 것이란 설득이 있었다.

우리 세대는 문화적으로 버려졌다고 주위에서 말하곤 한다.

아무도 우리가 들을 음악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청계천에서 복제판 전축 하나 사서 음악을 귀하게 듣던,

팝도 깊이있게 알던 세대들이 바쁘게 치여 살다

어느 날 음악이 듣고 싶은데 그것이 옛날 음악뿐인거다.

우리 시대 새로운 음악은 들을 게 없는건지

그런 음악을 네가 다시 만들어 보란 얘길 끊임없이 들었고 이에 한국으로 돌아온 계기가 됐다.”

특히 그는

“미국에서는 청취자들의 성향에 맞게 음악채널도 구분돼 있다.

재즈 채널, 록 채널 등이 나뉘어져 있어

취향따라 골라볼 수 있고 세월이 지나도

비틀즈나 비지스, 퀸의 명곡은 꼬마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알고 있다.

 음악적으로 문화의 소통이 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조용필, 들국화는 고사하고 이제는 서태지도 잘 모르더라.”

음악이 세대를 꿰뚫는 문화 코드인데

이 소통의 코드가 단절됐단 안타까움이 있던 차에

그는 세시봉에서 시작해 MBC '일밤-나는 가수다‘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보게 됐다고 귀띔했다.

현재 하 작곡가는 ‘나는 가수다’를 초등학교 6학년 딸과 함께 시청하고 있다.

“딸은 음악 순위프로그램 자체를 한 주도 빼놓지 않고 보는 아이다.

그런 딸이 ‘나는 가수다’를 본 뒤

아이돌 음악이 별로라서가 아니라 가수는 이렇게 노래를 해야되는 거구나를 알았다고 하더라.

딸과 나는 이제 음악적으로 공유하며 대화라는 것을 하게 됐다.

그런 그가 ‘나는 가수다’에 숨은 공로자였단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소라가 불렀던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 다시',

백지영이 부른 김범수의 '약속'

22일 방송분에서

김범수가 부를 경연곡 조관우의 ‘늪’도 그가 만들었다.

여기에 최근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킨

임재범이 부른 남진의 '빈잔'

윤복희의 ‘여러분’의 편곡자 역시 바로 하광훈이다.

(인터뷰②에 계속)


고경민 goginim@newsen.com / 이재하 rush@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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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광훈 “노래 잘하는 가수 김범수, 임재범은..평가불가(인터뷰②)

(인터뷰①에 이어)
하광훈 작곡가는 임재범이 부른 '빈잔' 편곡을 어떻게 맡게 됐을까?
그는 "임재범이 '빈잔' 이후 태풍의 눈이 됐는데
사실 출연료 50만원 받고 하루만에 만든 노래다.
하하. 이어 '여러분'까지 편곡을 맡게 됐지만 사실 너무나 촉박했기에 하게 됐다.
조금 더 시간을 줬더라면 아마 고사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임재범이란 가수와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냥 이름만 알던 임재범이 1998년도였나?
느닷없이 전화가 왔다.
이유인 즉 나랑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는 것.
당시 미국에 있던 나는 그의 제안에 버스를 스튜디오로 개조해
미국을 대륙횡단하면서 그와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임재범을 픽업하려고 대기 중이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못 가겠다고.
순간 '버스는 괜히 샀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날 법도 했지만 그의 변덕스런 모습, 기행적인 행동을 음악하는 뮤지션으로서 이해했고
그렇게 잊고 지냈다."

"십 여년이 흐르고 '빈잔' 편곡을 위해
임재범이 또 한 번 먼저 연락을 했다.
사실 나 말고 이 전에 편곡자가 있었는데
완벽주의 임재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미 방송은 펑크가 나기 직전이었고 '도와달라'는 그의 말에
나는 급하게 밴드를 비상소집하고 큰 북을 준비하고 동양적인 창을 하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아
제자 차지연을 불러 들였다.
녹음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실 이번에 완성된 '빈잔'
10년 전부터 임재범과 얘기해왔던 월드 음악 장르다.
그와 당시 얘기했던 음악을
과연 21세기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염려되기도 했지만
황금시간대에 이런 장르의 음악을 5,6분 길이로,
내 역량대로 마음껏 들려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뿌듯했다."

이어 하광훈은 22일 펼칠
임재범의 새 경연곡 윤복희'여러분'에서는
퍼포먼스 적인 느낌이 강했던 '빈잔' 때와는 다르게
보컬의 힘을 강조하고 편곡에 최대한 힘을 뺐다고 했다.
이에 임재범도 잘 따라주었고
리허설도 다른 가수에 비해 금세 끝냈고 실제 녹화도 만족하며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고.
그는 "이번에는 진지하게 임재범의 '노래'를 듣고 감동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귀띔했다.

가수 임재범에 대해 하광훈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임재범의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는 걸 안다.
내 생각엔 임재범은 누군가가 평가를 한다는 것에 이미 벗어난 사람이다.
임재범은 다른 가수들에 비해 음도 틀리고 박자도 틀리는 경우가 많지만
임재범을 바라보는 시각은
음악적인 정확성보다 아티스트로서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조용필이나 이미자를 평가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제 그는 뮤지션으로서의 포스와 존재감,
음악적인 개성으로 받아들여야 되는 사람이다."

하 작곡가는
이번에 다시 만난 김범수에게도 사실 편곡을 해주고 싶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김범수에 대해 프로듀서의 시선에서 기능적으로 가장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고 평했다.
그에 따르면 김범수는 굉장한 연습벌레고
흡수력이 빨라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가르치는 맛이 나는 가수였다.

"김범수는 가수로서 가져야 될 모든 것을 완벽히 가진 친구다.
기량과 자기관리 연습량 라이브실력 음악적 이해 리듬감 등등
요새 녹음하면 음정이 기계에 표시가 되는데 얘는 완벽하게 연필을 그려놓은 것처럼 표시가 된다.
가수들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만 본다면 김범수나 김연우같은 가수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나 또한 정엽이란 친구를 새롭게 알았다.
그 친구는 개인적으로 밥을 사주고 싶다.
그 나이에 그렇게 노래하기 쉽지않다.
자기 기량을 100%가 아닌 90%선에서 절제한 상태로 끝까지 노래를 이어간다는 것이 대단했다.
음악적 해석 능력도 좋았고 탈락 당시 선곡이 아쉬웠지 편곡도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하 작곡가는 무엇보다 '빈잔' 이후 '나는가수다'의 핵심은 편곡싸움이 됐는데
숨은 공헌자들, 편곡자에 대한 조명은 정작 안 된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일화로 김범수의 곡을 편곡해 주고 있는 후배 돈스파이크를 들었다.
 
"하루는 돈스파이크가
형님 죽겠다면서 술도 안 먹었는데 3일동안 구토를 했다고 하더라.
편곡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많은 고통 속에 편곡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편곡에 대해선 저평가 되고 있는 것도 아쉽고
이들을 비롯해 하우스 밴드의 수많은 뮤지션들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 다는 것에 씁쓸한 면이 있다.
숨은 공신들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이어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진화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을 통해 음악적인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좋다"며
"또 '나는 가수다', 임재범과 작업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앞으로 음악적으로 발전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함께하고 싶다."

[뉴스엔 글 고경민 기자/사진 이재하 기자]
고경민 goginim@newsen.com / 이재하 rush@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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