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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의 해외 시장 전망- 미국

강개토 2008. 2. 5. 11:09

 

 

1. 미국 만화 시장의 가능성 

미국 만화는 전통적으로 수퍼맨, 배트맨 류의 수퍼 히어로(SUPER-HERO)만화가 만화 시장의 99%를 차지해 왔다. 1%는 길버트 쉘튼이나 로버트 크럼 등으로 대표되는 독립자본만화 등이다.

 

독립자본만화란 대자본에 종속되어 그리는 만화가 아니라 자비 출판 형식으로 대자본에서 독립된 만화라는 뜻이다. 따라서 내용 또한 이 만화들은 현실에 대한 비판이나 성(性)에 대한 즐거운 해석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만화들에 대한 일반인에 대한 분류기준은 다르다. 그냥 반영웅(ANTI-SUPER-HERO)만화다.

 

그만큼 미국인에 있어서 미국만화=영웅만화인 것이다. 이런 등식을 일본 만화는 어떻게 피해갔을까. 결론적으로 일본도 피해가지 못했다. 일본은 일본 만화를 ‘COMIC’이라고 명명하지 못했다. 미국인들이 이게 무슨 코믹이냐라는 질문에 머뭇대며 말했다. ‘망가’(MANGA)라고. 그래서 코믹이 아닌 망가다.

 

현재 미국 출판 시장에서는 망가라는 표현 외에 기존 미국 만화의 얇은 컬러 만화와 대별하여 BW(BLACK&WHITE) 코믹이라고 한다. 현재 1% 미만이었던 망가 혹은 BW 시장은 최근 3-4년 사이에 5% 정도로 성장했으며, 점점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메이저 만화 출판사인 DC나 MARVEL도 이 시장이 커질 거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 시장에 뛰어들 생각이다.

 

한국 만화는 ‘만화’(MANHWA)라는 또 다른 브랜드로 진출하고 있으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 출판시장 내 망가 혹은 BW 시장에 속해 있다. 그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 만화 또한 그 성장에 따라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2. 일본 만화의 미국 시장 진출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일본 만화의 해외 진출 패턴은 크게 두 가지다. 중국, 대만, 한국 등의 아시아 시장에서는 해적판 출현- 정식 출판으로, 미국 및 유럽 등에서는 원서, 애니메이션 등을 통한 매니아 형성- 정식 출판이 그 것이다.

 

결과부터 말하면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 만화에 의해 자국 만화시스템이 붕괴되었고, 유럽, 미국 등은 짧은 시간 안에 상당한 문화적 쇼크를 입었다. 당시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 만화에 대해 ‘침략’ 등의 원색적인 용어를 서슴지 않은 반면, 유럽이나 미국 등은 독특한 ‘장르’라는 표현 등을 통해 문화적인 호기심을 나타내었다. 결국 각 국의 예측대로 결과는 나온 셈이다.

 

이 패턴에서 특이한 점은 모두 일정 규모의 시장 형성이 되면 바로 잡지 연재 후 단행본 출간이라는 일본 수익 창출의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요구한다는 점이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직접 투자에 의한 직접 진출을 통해 잡지 - 단행본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순간이 일본 만화 해외시장 진출의 입성 완료 및 나라에 따라서는 상황 종료를 의미한다고도 하겠다. 이를 위한 일본의 미국 시장에 대한 집착은 매우 놀랍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미국 시장에 공을 들여왔으며, 종합 만화 캐릭터 서점 개설, 순회 만화 축제 등 마케팅 기법 및 투자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수출액을 보면 그 집착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일본 만화는 2005년 기준 해외 수출고가 74억엔, 미국 시장에서만 41억엔 정도의 수출 규모를 가지고 있다. 유럽 시장 판매액의 4배가 조금 안되고,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의 2배 규모에 달한다.

 

미국 시장에서의 망가의 위치는 확고해 보인다. 슈에이샤의 소년 점프(shonen jump)는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2002년 11월 창간호 100만부의 무료배포를 마친 지금 50만 부의 유료 잡지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같은 메이저인 쇼각칸도 슈에이샤의 미국 진출 회사인 VIZ에 합류했다.

 

 

 

 

 

 

3. 한국 만화의 미국 진출 현황

 

 

한국 만화의 미국 수출은 대원CI, 컨텐츠와이드, 서울문화사 등 삼사가 주도해왔다. 각 사는 미국에서의 파트너 또한 각각 도쿄 팝(TOKYO POP), ADV, CPM 등 미국 만화 출판사 그룹 중 10위 권에 드는 중상위 그룹에 속한다. 이중 컨텐츠와이드는 2004년 이현세, 원수연, 김진 등의 작품 15종 23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시장에서의 한국 만화 진출 성과는 2-3년 사이의 일이다. 특히 2004년은 샌디에고 코믹콘 및 뉴욕 만화 페스타 등에서 체결된 계약액만도 5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 수출 규모다.

 

하지만 최근 미국 만화 시장에서의 한국 만화의 여정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일본 만화의 급성장에 따른 미국출판사의 경악, 일본 만화를 직접 출판하는 일본 만화 출판사의 직접 진출의 성공 등으로 대안으로 잡은 한국만화가 예상만큼의 힘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은 짧은 시간에 몸집을 불린 한국만화에 대해 적응 테스트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며, 일본의 30년 노력에 아직 1/10의 시간이 흘렀음을 알려주고 있다.

 

 

 

4. 한국 만화의 경쟁력

미국 시장에서 한국 만화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작품의 재미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러나 단순히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일본의 성공에서 얻을 교훈은 아니다.

 

일본 만화는 95년 이래 만화출판의 잡지-단행본-애니메이션의 강력한 삼각 시스템이 붕괴되어 왔다. 꼭지점인 만화 잡지는 95년 14억부,3,300억엔의 규모에서 지속적인 하락 곡선을 유지하다, 2000년에는 12억부 시장으로, 2004년에는 매출 규모도 2,500억엔 규모로 하향하고 있다. 이를 아는 일본 출판사는 필사적이다.

 

한국 만화 시장은 이보다 더 급하게 하강하고 있다. 해외 시장은 우리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 버린지 이미 오래다.

한국 만화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데 필요한 요소는 많다. 그 중 창작의 활성화, 작품의 해외 수출이 아닌 해외 진출을 위한 공동의 모색과 준비, 한국 만화라는 장르에 대한 마케팅, 애니메이션,게임 등 같은 미디어 컨텐츠와 연계와 공동 프로모션 등이 한국 만화의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본다.

 

 

 

만화 타임지를 장식했던 포켓몬의 신화를 매년 만들고 싶어하는 일본에 대해 한국 만화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이 답이 향후 10년 후에 세계인들이 들여다보는 한국 만화의 얼굴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