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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가족, 더 무비 (The Simpsons Movie)

강개토 2008. 2. 5. 13:45

심슨가족, 더 무비 (The Simpsons Movie)


<심슨가족, 더 무비>를 보다.  



<심슨가족, 더 무비>는 12세 관람가 애니메이션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사이트에서 판정 관람등급을 조회해 보고선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아이들이 보기엔 센 것 같고, 과연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심슨가족, 더 무비>는 타임지가 '20세기 최고의 TV시리즈'로 언급한 바 있는 <심슨가족>의 극장 확장판. 사랑을 받아온 지 20년을 기념해 더 큰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났다. 한국에서도 방영되어 매니아 층이 형성된 지 오래지만 극장까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부호로 남는다.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해 개봉해 1천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지만 아동용 애니메이션 정도가 장사가 되는 한국 시장을 고려해 볼 때, 흥행 적신호는 안타까울 뿐이다.  



<심슨가족, 더 무비>의 심슨네는 가족 구성원 어느 하나 정상적인 모습이 발견되지 않는다. 음모이론으로 가득한 이들은 단순한 그림체에서 엄청난 독설을 뿜어낸다. 세상을 삐딱히 바라보는 <사우스 파크>와 비교해 볼 수 있겠다. 두 애니메이션 모두 불온하고 난폭하지만, 귀엽다. 옳은 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심슨가족, 더 무비>의 공격대상은 일차적으로 자국, 즉 미국이다. 그간 시리즈는 정치, 환경, 종교, 문화, 예술 등 다방면에서 미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다양한 풍자와 패러디로 가했는데 이번 무비에서는 '환경' 문제를 축으로 삼는다. 늘 그렇듯, 스프링필드를 배경으로 엽기가족 심슨네를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운행하는 롤러코스터에 태워 위험천만하게 돌아다니다 통쾌하게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    



<심슨가족, 더 무비>의 재미 중의 재미는 패러디. 이번 영화에서도 <스타워즈>, <타이타닉>, <펄프픽션>, <오스틴 파워> 등의 영화 장면과 대사가 패러디 된다. 이렇듯 아는 만큼 재미가 배가 된다. 만일, 환경문제를 거론하려던 뮤지션 '그린데이'가 관중의 야유를 받고 타이타닉 연주를 하며 침몰하는 장면에서 그린데이를 알고 있다면 패러디와 앎의 재미가 더 추가될 것이다.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다. 심슨가족이 탈출하는 장면이나 호머 심슨이 스프링필드 구출작전을 펼치는 장면은 TV로 봤다면 뭔가 아쉬울 극장만의 대작 스펙터클과 흥분을 가져다 준다. "TV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걸 왜 돈 내고 봐?"라는 심슨의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긴 해도 학부형은 이 영화를 싫어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아이 목을 조르는 아빠의 장면을 보고 마냥 웃고만 있을 학부형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 사정이야 어떻든 <심슨가족>은 2007년 현재, 18시즌 400회 에피소드를 달리고 있고 하반기에 19시즌이 시작된다. 당분간은 그 누구도 TV 역사상 가장 오래 방영된 애니메이션의 기록을 저지하지 못할 것이다. 도리어 23회의 에미상 수상이 더 추가되면 모를까?  [★★★★]



※덧붙이기
<심슨가족>은 넬슨 신(<왕후심청>, <트랜스포머 더 무비> 등 연출)이 대표로 있는 한국의 에이콤 프로덕션에서 애니메이션 색채작업을 맡고 있다. '텍사스 사투리 영어학습 강좌' 한글 간판은 그래서 가능했다.



◆ 본 글은 씨네서울(리뷰 코너)에도 공동 게재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