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준의영화창고

영화 '개, 달리다'에서..

강개토 2008. 2. 8. 19:37

 

누군가가 누군가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누군가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면서 끝없이 누군가의 내면 혹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려고 한다.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하면 그 것은 그저 용서나 배려에 불과하다.

나 자신을 이해한다고 말해도 그저 자신에 대한 연민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감독 최양일은 인터뷰에서

"나는 전혀 한국인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당한 적이 없다.

왜들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는 지 모르겠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재일동포라고 해서 영화마다 한국인이민자에 대해서 그리려거나

혹은 일본에 사는 조선인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다만 현대의 도시와 인간을 그리고 있다.

'개, 달리다'에서는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이 동시에 나와서

어지럽게 얽히고 �힌다.    

즉 그는 인간의 정체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지

어느 민족이나 사회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해보인다.

다만 그는 소재를 자신이 잘 아는 주변에서 가져 올 뿐이다.

그는 확실히 개개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혹은 사회의 정체성에 대해서  

탐구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항상 못마땅하게 비쳐지고 무언가 부족하게 보여진다.

말하자면 정제되지 못하고 설명되지 못하는 비구상면을 보여준다.

그 것은 감독의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정체성을(도시의 변두리를 사는 인간들을 통해서) 그려보려는 시도에서 오는 건

아닐까.

나는 한 번도 그의 영화에서 정제됨을 본 적이 없다.

이번에 내가 본 영화 '피와 뼈'에서도 역시 그랬다.

본래는 7 시간짜리로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말을 듣자면 역시 정제됨이 부족하다. 

영화는 두 시간 안에서 충분히 소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영화에서 내가 훌륭하게 여긴 것은 이례적으로

'감독보다 나은 배우'들이라는 느낌이었다.

키타노 다케시라는 배우.

그는 감독겸 배우인데 코메디언이기도 하고 한국계라는 풍문도 떠돌지만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전혀 한국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는 전형적인 옛날 일본인의 마스크를 지니고 있어보인다.

물론 생각이나 하는 말은 일본인답지 않고 오히려 한국인답다.

생각나는대로 내뱉어 버리고 다분히 감정적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나는 항상 그의 감독으로서의 재능보다 배우로서 더 눈여겨 보아왔지만

특히 '기쿠지로의 여름'에서의 그가 좋았다.

그래도 무언가 조금은 부족해 보이던 그가 결국 해낸 것이 바로 이 영화에서가

아닐까 싶다.

또 그 영화에 나오는 다른 배우들 역시 대단해 보였다.

평소 '영화는 감독의 개인예술'이라고 인식하고 영화를 보아오던 내게

아닐 수도 있다고 인식하게 해 준 영화라고나 할까?

김준평이라는 인물이 매혹적이게 한 것이 그냥 '기타노 다케시' 덕이라고 하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배우들이 잘해주었어도 역시 이 영화는 모호하다.

내면에 집착하는 모든 창작물들이 그렇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