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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 배려

강개토 2008. 2. 26. 09:36

둥글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 배려

'나보다 못난 사람은 없다.'
내가 작업하는 화실에 써 붙여놓은 글귀다. 조금만 방심하면 한없이 오만해지는 인간의 나태함을 경계하기 위해, 수시로 이 글귀를 보면서 나를 다시 잡는다.

요즘 세상에는 잘난 사람이 참 많다. 얼굴이 잘생긴 사람, 돈을 잘 버는 사람, 말을 잘하는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 운동을 잘하는 사람……. 사방에서 이렇게 잘난 사람들이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한다. 모두가 자신을 봐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다 보니 세상살이가 참 피곤하다. 너무 잘난 사람들만 있다 보니, 조금은 자신을 낮추고 남을 위하는 겸손과 배려의 미덕이 아쉽다. 그래서 그렇게 잘난 사람들 때문에 피곤해지거나,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쓰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배려>라는 책을 생각한다.

세상살이라는 것이 모자란 사람들끼리 서로 맞추어가면서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데, 너무 모나게 내 것만을 내세우는 사람들만 있으면 각박해지고 사는 재미가 없어지는 법이다.

<배려>는 둥글게 살아가자고 얘기하는 책이다. 내가 얼마나 잘난 사람인가 보다는 남이(상대방이) 얼마나 잘난 사람인가를 먼저 생각해주고, 내가 얼마나 가진 것이 많은가 보다는 남에게 얼마나 많이 베풀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라고 가르쳐준다. 세상 사는 이치를 이처럼 쉽고 간단하게 풀어낸 책은, 작고한 미국의 만화가 찰스 M. 슐츠의 <스누피> 이후 처음이다.

물론 안다. 배려가 쉽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어렵지도 않다. 언제 어느 때나 가능한 것이 배려다. 심지어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해발 4800미터의 산 위에서도.

나는 2004년에 히말라야 사나이 박영석 대장과 함께 오세아니아의 최고봉 카르스텐츠(4884m)에 동행 원정을 간 적이 있다. 그 해는 박영석 대장이 7대륙 최고봉을 마무리하는 해였다. 5000미터가 채 안 되는 산이었으나 화산으로 생긴 산답게 용암이 치솟다 굳은 뾰족뾰족한 바위투성이로 공포를 느낄 만한 곳이 여러 군데 있었다.

새벽 1시부터 등반을 시작해서 4시간 동안의 주마링으로 능선을 오른 뒤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갔다. 바닥이 안 보이는 크랙을 건너고 오버행을 오르는가 하면 심한 비탈을 자일 확보도 않은 채 통과했고, 죽죽 미끄러지는 잔돌 부스러기 사면을 기다시피 건너서 8시간 만에 드디어 정상부근에 도착했다.

내가 먼저 도착했으니 정상에 먼저 올라가서 뒤따라오는 박영석 대장과 일행 네 명을 기다리면 되는 터였다. 허나 발걸음을 멈췄다.
박 대장이 도착하는 걸 기다린 뒤
"영석아, 네가 정상을 먼저 밟아라."
"아니, 형님. 연장자가 먼저 오르셔야죠."
"아니다. 나는 애당초 정상 욕심보다는 원정에 동참하는 것이 목표였다. 영석이 너처럼 거대한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네가 먼저 올라가는 것이 의미가 있어. 올라가라."
"고맙습니다, 형님."

박영석 대장이 나의 배려에 대해 감동을 했는지는 그 상황 얘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으니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멋진 배려였다.
그 뒤 나는 또 다른 배려를 얼마만큼 했나, 아쉽게 기억날 만한 배려는 없다.
그러고 보면 4년 전, 산꼭대기에서 배려 한 번 하고 아직 배려한 적이 없는 걸로 봐서 나도 참 빡빡하게 인생을 꾸려가고 있는 것 같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관상'이다. 관상에 대해 공부하면서 새삼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행동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이 나이가 되어 이제 웬만한 건 놀랄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놀랍고도 신기한 것이 사람의 일이요, 세상의 일인 것 같다.

하지만 늘 결론은 같다. 모두가 함께 어울리며 사는 세상인 것이다. 내가 잘나서 저만큼 앞서 간다고 해서 더 행복한 것도 아니고, 내가 못나서 이만큼 뒤쳐진다고 해서 더 불행한 것도 아니다.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천천히 그러나 즐겁게 걸어갈 때 비로소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새롭게 맞이한 2008년. 세상에 대해, 사람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조금만 더 배려하며 살아야겠다. 시작은 비록 사소할지 몰라도, 결과는 기대 이상일 것이다.

오늘의 책을 추천하신 허영만 화백님은
허영만 화백
1947년 전라남도 여수에서 태어났다. 미대 진학을 꿈꾸다 집안 사정이 나빠지자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8년 동안 문하생으로 일한 뒤 1975년 <소년 한국일보>의 신인공모에 '집을 찾아서'가 당선되면서 만화가로 정식 데뷔했다. 데뷔 후 지금까지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다룬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에는 스포츠만화 <태양을 향해 달려라>(1977), 음악에 대한 만화 <고독한 기타맨>(1986), 자동차 개발과 기업의 흥망성쇠를 다룬 <아스팔트의 사나이>(1992), 가족만화 <사랑해>(1998), 도박을 그린 <48+1>(1992)과 세일즈맨의 일상을 그린 <세일즈맨>(1994), <타짜>(2002), 음식만화 <식객>(2003), 그리고 <부자사전>(2005) 등이 있다.
식객
"남들에게 많은 가치를 안겨줄수록 돌아오는 가치도 늘어납니다" - 책 속 밑줄 긋기

"남들에게 많은 가치를 안겨줄수록 돌아오는 가치도 늘어납니다. 남을 위하는 마음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지요."

"사람들은 큰일에 감동하지 않아. 예상 밖의 큰일이 생기면 오히려 놀랄 뿐이지. 사람들은 의외로 작은 것에서 감동을 받거든."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들을 편하게 해 주고 궁극적으로 그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것이다. 경쟁력이나 효율성 같은 것은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파생 개념일 뿐이다. 더욱 큰 눈으로 그 근본을 꿰뚫어봐야 한다.

배려는 경쟁까지도 넘어설 수 있다. 경쟁자의 관점에서 보고, 경쟁자를 앞지르고, 마침내 경쟁자를 더 나은 길로 인도한다.

"배려와 경쟁은 이율배반적인 것이지만, 우리의 삶을 지탱시켜주는 게임의 기본 룰이야. 마치 인내하고 포용하는 인(仁)의 정신과 판단하고 배척하는 의(義)의 정신이 공존해야 하듯 말이야."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 바바 하리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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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상대를 돌보는 따뜻한 마음을 전한, 전직 기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한상복
한상복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나왔다. 1991년 대학 재학 중, 친구를 따라 ‘시험 삼아 본’ <서울경제신문> 공채 시험에 합격해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데일리>로 옮긴 뒤에는 증권부 등을 거쳐 경제부 금융제테크팀 팀장으로 일했다. 12년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이끌어간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했고,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한때 서울 강남에서 벤처 관련 사업도 한 적이 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 뒤집기>라는 책을 펴냈으며 이후 <한국의 부자들> 1, 2권을 썼다.
한국의 부자들
배려는 선택이 아닌 공존의 원칙이며, 이는 곧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한 것이다! - 추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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