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에 출품되었던 영화 <광영의 분노>에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중국적 색깔을 나타냈던 곳이 바로 운남 녹풍현의 흑정고진(黑井古鎭)이다. 운남의 ‘천년염도(千年鹽都)’ 흑정은 김용의 소설 <천룡팔부>에도 등장하는 고장이다. “운남은 소금이 귀한 지방으로 백정, 흑정, 운룡 등 구정에서만 소금이 난다. 염세도 과중하여 빈민들은 수 개월을 소금 없이 먹기 일쑤였다……”
소금이 나는 고장으로 유명해진 이 작은 마을에 찾아가려면, 곤명역에서 출발하는 7시 40분 만행열차를 타고 운남의 홍토를 굽이돌아 느릿느릿 5시간을 달려야 한다. 기차에서 내린 후, 깊은 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가듯 다시 20여 분을 들어가면, 오랜 여정이 결코 아깝지 않은 고요한 흑정고진이 모습을 드러낸다.
흑정진은 마을을 관통하는 용천강을 사이에 두고 두 부분으로 갈리어있다. 옛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집들은 강 양측과 산세를 끼고 머리를 내민다. 거리로 들어서면 그윽하고 고요한 이 소도시의 향기가 곳곳에서 전해진다. 거리와 건물 사이 구석구석 이름 모를 잡풀과 꽃들이 소박하고, 돌로 만든 바닥을 발걸음을 디딜 때마다 메아리가 울려오는 것만 같다. 길을 사이에 두고 좁은 골목 양쪽에선 오래된 가게에서 한창 좌판을 벌여놓고 현지 특산물인 수화혜(수놓은 신)를 팔고 있다. 섬세하게 만든 꽃신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기분이 다 좋아진다. “얼마예요?” “25위안이오.” 나이 지긋한 주인장의 느긋한 대답은 마치 물건이 팔리던 안 팔리던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들린다.
흑정 거리를 다 둘러봤다면, 명나라 초기에 건립된 제천사와 산꼭대기에 위치한 비래사에 가보자. 용천강을 위의 오마교를 건너 흑정의 이 편에서 저 편으로 넘어가면 좁다란 골목이 ‘무가대원’으로 당신을 안내한다. 도광 16년(1837년) 건립된 소금상인의 호화로운 저택에서 수백 년 전 부귀영화를 누렸던 염도의 광채를 느낄 수 있다.
소금으로 흥해 소금으로 쇠한 도시 흑정. 사염(私鹽, 허가 받지 않은 밀매 소금)을 직접 만드는 염방(鹽坊)을 지나칠 수 없다. 작은 나무통에서 소금을 퍼내 힘을 주어 평평하게 만든 후, 20분 간 가열해 수분을 증발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금을 관인이 찍힌 홍포로 포장하면 모든 과정이 완료된다. 이렇게 얻은 소금의 가격은 불과 5 위안이다.
기왕 온 김에 음식도 지나칠 수 없다. 저렴한 가격의 작은 식당 어느 곳이든 산궐채, 석류화, 회두부, 염민계, 염민간 등 현지의 미식을 즐길 수 있다. 두 세 명이 실컷 먹어도 50위안 밑이다. 주숙은 민가에서 운영하는 하루 10~ 20위안하는 숙소를 이용할 수 있다.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다면 180위안에 무가대원의 수화루 규방에서 하루를 묵는 것도 괜찮다. 성수기에는 가격이 오르니 예약은 필수. 이왕이면 맑은 날 가는 게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명월이 오마교와 용천강을 비추는 경치가 일품이니까.
출처 http://xk.cn.yahoo.com/articles/080313/1/92cs.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