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직접 손을 봤다는 경영 쇄신안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그동안 전략기획실은 대규모의 투자가 수반되는 그룹 차원의 전략사업을 육성하고, 각 계열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 왔습니다.
"그동안 전략기획실은 대규모의 투자가 수반되는 그룹 차원의 전략사업을 육성하고, 각 계열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 왔습니다.
특히 IMF 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각사의 독자적인 경영역량이 확보되었고,
사회적으로도 그룹 경영체제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는 점을 감안하여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기로 하였습니다.
" 주목할 부분은 "그룹 경영체제에 일부 이견이 있는 점을 감안하여"라는 대목이다.
일부의 이견을 감안했다는 말은 삼성의 경영진이 여전히 이들 일부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됐다는 맥락으로 해석하면 지나친 곡해일까.
전략기획실을 해체한다는 것은 총수 중심의 그룹 경영체제가 아니라 전문경영인 중심의 계열사 독립 경영체제로 간다는 이야기다.
주목할 부분은 이 대목에서 이 회장의 진정성 여부다.
주목할 부분은 이 대목에서 이 회장의 진정성 여부다.
법원의 사법 처리를 앞둔 시점에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과연 일부의 이견 때문에 그룹 경영체제를 포기하고 경영 공백을 방치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 한국경제 4월23일 1면. | ||
삼성 쇄신안 발표 다음 날인 23일 관련 언론 보도는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 언론이 이건희 회장의 퇴진에 주목했다.
특히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내가 떠안고 가겠다"는
이 회장의 말을 1면 머리기사의 제목으로 뽑은 곳이 많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가
작은 제목으로 국민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가 큰 제목으로 이 말을 비중있게 인용했다.
▲ 한겨레 4월23일 1면. | ||
눈길을 끄는 건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나란히 이 회장은 퇴진했지만
지배구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내용을 1면 머리기사의 제목으로 뽑아 올린 것이다.
다른 신문들이 충격적이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는 좀 더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한 언론의 평가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한 언론의 평가다.
상당수 언론이 삼성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 것과 달리 삼성카드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삼성전자 지배구조에는 큰 변동이 없다.
최소한의 배경 지식만 있으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인데 대부분 언론이 이를 정확히 지적하지 않고 있다.
에버랜드의 내부 지분 비율은 90%가 넘는다.
에버랜드의 내부 지분 비율은 90%가 넘는다.
삼성카드가 매각할 지분 20.6%를 빼고도 70%에 육박한다.
에버랜드를 통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순환출자 구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한국경제는 "이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전무의 그룹 장악력이 약화되는 것까지 감내하고서도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썼다.
한국경제의 제목은 "순환출자형 지배구조 4~5년 내 해소"다.
한국경제의 제목은 "순환출자형 지배구조 4~5년 내 해소"다.
삼성은 당장은 지배구조 개선이 어렵고 노력은 하겠다는 정도로 발표했는데 한국경제의 보도는 멀찌감치 더 나갔다.
매일경제가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이재용 전무 중심의 지배구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것과도 대조된다.
대부분 언론이 계열사 자율 경영 이후 삼성의 경영 능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대부분 언론이 계열사 자율 경영 이후 삼성의 경영 능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경영 쇄신안을 보면 삼성은 이재용 전무의 후계 구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전무의 전면 퇴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려는 뉘앙스도 풍겼다.
이재용 전무는 언젠가 돌아올 것이지만 그룹은 해체한다는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지만 언론의 관심은 더 나가지 못했다.
그룹은 당분간만 해체하는 것일까, 아니면 일단 해체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것일까.
게다가 삼성카드의 지분 매각은 경영 쇄신안이라기보다는 지난해 3월부터 시행 중인 금융산업법에 따라 어차피 5년 안에 정리해야 할 부분이었다.
게다가 삼성카드의 지분 매각은 경영 쇄신안이라기보다는 지난해 3월부터 시행 중인 금융산업법에 따라 어차피 5년 안에 정리해야 할 부분이었다.
삼성은 삼성카드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을 뿐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이 물러나고 장기적으로 지분 상속과 후계 구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지배구조 변화가 최대 관심사가 된다.
배임과 조세 포탈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최악의 경우 징역을 살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회장으로서는 여론을 무마하고 법원의 선처를 구하려면 파격적이거나 극단적인 제스춰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번 경영 쇄신안은 이런 맥락에서 경영권 승계를 당분간 유예하는 것일 뿐 포기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재판을 앞두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계산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회장 일가가 경영 공백을 방치하면서까지 일제히 물러났으니 이 정도면 할 만큼 한 것 아니냐는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는 것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는 것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삼성은 주회사 전환이 '당분간' 어렵다고 밝혔지만 이 말은 곧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금산분리를 완화한 것을 비롯해 지주회사 요건을 대폭 낮출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금산분리를 완화한 것을 비롯해 지주회사 요건을 대폭 낮출 계획이다.
이 말은 곧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합법적으로 지금과 같은 또는 지금보다 더 강화된 지배구조의 후계구도를 만들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재용 전무가 경영수업을 더 받겠다고 밝힌 대목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금융과 전자 부문을 분리해 각각 지주회사를 설립하거나 삼성생명을 보험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그 아래 삼성전자를 두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지만 대부분 언론이 삼성의 쇄신안을 단순 전달하고 의미를 짚는 정도에 그쳤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날의 허물을 모두 안고 떠나겠다고 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날의 허물을 모두 안고 떠나겠다고 했다.
그런데 몸만 떠났을 뿐 지배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고 이재용 전무는 착실히 후계구도를 준비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었는데 삼성 특검을 경영권 승계 시점이 앞당겨 진 것 뿐일지도 모른다.
과연 그는 어떤 허물을 안고 떠난 것일까...그걸믿수?
전국민에게여쭤보그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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