作家 · Writer

'토지' 박경리 작가 위독…"참 홀가분하다"

강개토 2008. 4. 25. 23:41

 

[머니투데이]
 
소설 '토지'의 박경리(82) 작가가 의식불명이다.

지난 4일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최근 병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일부에선 '회복 중'이란 반가운 보도도 나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25일 오후 병원 측은 "세부 사항은 사생활이라 말할 수 없지만 굉장히 안 좋은 상태임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한 병원 관계자는 박 작가가 지난 수요일(23일)부터 일반병실로 옮긴 것도
"호전돼서라기보다 가족들과 함께 있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몇몇 문인들은 조심스럽게 장례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작가는 1955년 등단한 이래 53년간 글을 썼다.
올해 월간 현대문학 4월 호에는 8년 만에 신작 시 3편을 발표했다.
"섣달 그믐날, 어제도 그러했지만
 / 오늘 정월 초하루 아침에도 / 회촌 골짜기는 너무 조용하다 / 까치는 모두 어디로 갔는지 / 흔적이 없다" ('까치 설' 중)
"
어머니 생전에 불효막심했던 나는 / 사별 후 삼십여 년 / 꿈 속에서 어머니를 찾아 헤매었다 /
 …(중략)…꿈에서 깨면 / 아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 / 그 사실이 얼마나 절실한지 / 마치 생살이 찢겨나가는 듯했다" ('어머니' 중)
"모진 세월 가고 /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옛날의 그 집' 중)
작가의 성찰과 회한이 묻어난다. 자신의 운명을 가늠한 듯도 하다.
이미 지난해 7월 폐에 종양이 발견됐으나 고령을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고 요양하던 그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 밑에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한국전쟁에 남편과 아들을 잃은 박 작가에겐 지난 세월은 모질었다.
박 작가는 그 시간들을 다 이기고 1969년부터 26년에 걸쳐 5부작 대하소설 '토지'를 완성했다.
3번에 걸쳐 드라마화되기도 한 현대문학사의 기념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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