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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개토 2008. 6. 29. 06:17

 

 

[기자수첩] 정부고시 관보게재 당일 청와대 춘추관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26일 오후 2시20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불콰한 얼굴로 춘추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와대 기자들이 춘추관 브리핑을 주목한 이유는

이날 오전 정부가 미국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를 관보에 게재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쇠고기 관계장관 회의를 직접 주재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청와대 기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동관 대변인은 브리핑에 앞서 점심 때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렸다.

 

불콰한 얼굴로 모습 드러낸 청와대 대변인

 

 

 

   
  ▲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이동관 대변인은 술기운이 도는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술을 마신 채로 청와대 브리핑을 하는 것보다 문제는 부실한 브리핑 내용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연단에 올라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고시 관보게재와 관련한 견해를 밝혔다. 이동관 대변인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로서는 추가 협상에 최선을 다했고, 국민 안전을 지키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도 마련했다”면서 “만일 고시를 하지 않으면 국제적인 신뢰도 잃게 되고, 추가 협상 결과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문제를 마무리 짓고, 이제 어려운 경제를 살리는데 온 국민이 힘을 모아갈 때”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간다. 식탁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니, 정부를 믿고 지켜봐 달라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데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동관 대변인 " 심각한 문제 의견 모아"

청와대는 MBC 을 성토하기도 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오늘 회의에서는 MBC 의 광우병 관련 편파왜곡 보도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 참석자들은 ‘공영방송이 의도적인 편파왜곡을 해 국민을 혼란시켰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정부고시 관보게재를 ‘대국민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대통령 퇴진’ 구호가 넘실대는 현실에서 국정 최고 책임자가 이번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해결책을 가졌는지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청와대는 MBC  에 책임을 돌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추가 협상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MBC  보도가 없었다면 지금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관계 장관회의에서 특정 방송 특정 프로그램을 거명하며 성토한 상황은 이례적인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비판여론  탓이라고 생각하나

   
  ▲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쇠고기 고시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대변인은 MBC 문제에 대해 참석자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도 여기에 동의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을까.

기자라면 궁금증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그러나 광우병 정국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이나 MBC  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대변인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은 생략됐기 때문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연단에서 내려온 이후 대변인실로 가려했지만 일부 기자들이 궁금했던 문제들을 하나둘 물어봤다. 이동관 대변인은 MBC  문제와 관련해 “그것이 온 나라를 이렇게 만든 원인이라면 문제 아니겠느냐”는 취지의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출입증 소속 언론사 확인하더니 "안 가르쳐 주겠다"

발언의 주체가 누구인지가 궁금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말한 것인지, 다른 누군가의 얘기인지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직접 워딩인지 물어보자 이동관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증에 적힌 소속 언론사를 확인하더니 웃는 얼굴로 “안 가르쳐 주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과 출입기자의 대화는, 그것도 공식 브리핑 직후 이뤄진 대화는 사적인 대화와는 다르지 않을까. 청와대의 부실한 브리핑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정부고시 강행에 민심이 들끓는 엄중한 상황이라면 국정 최고 책임자를 대변하는 청와대 대변인은 성의있는 브리핑과 진정성 있는 답변 태도를 보여야 맞는 것 아닐까.

술 기운에서 깨어나지 않은 얼굴로 공식 브리핑 현장에 나타나 준비된 원고를 읽고 일문일답도 없이 내려간 뒤 핵심 현안에 대한 추가 질문에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장난성 답변’을 하는 청와대 대변인 모습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뢰를 더욱 추락시킬 뿐이다.

 

이거미친넘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