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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훈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강개토 2008. 12. 16. 12:03

최근 추성훈 선수와 FEG의 삐걱거리는 관계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실 뒤에서 그간 말이 많았고, 양자가 완전히 결별하는 경우 더 큰 비방과 폭로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는 터라 더 큰 일이 있을까봐 우려도 됩니다.

양자는 개인과 단체의 대립이라는 맥락으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추성훈 선수 주변엔 그를 관리하는 사람들이나 조언자들이 있겠지만요. 그럼 최근 나오고 있는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도록 하겠습니다.

FEG의 대우

FEG도 모든 선수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단체는 스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곳이기에 어쩔 수 없으며, K-1 탄생 전 이시이 관장이 마에다 아키라의 RINGS에서 스타시스템을 배웠고, 이는 K-1에 녹았으며 그건 아직도 유효합니다.

사례 1. 밥 샙은 계약분쟁으로 네델란드의 경기에서 갑자기 포기를 했지만 결국은 겁쟁이라는 오명을 FEG로부터 부여받은 후 타의에 의한 은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계약만료 전까지는 타 단체에 갈 수도 없는 입장이 되었지요. 작년 다이너마이트에는 극적인 합의를 통해서 경기를 하기도 했지만 단체가 개인을 철저하게 이용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듭니다.

사례 2. 새미 쉴트는 절대 강자로 군림했지만 이번 GP에서는 약간 억울한 판정에서 16강에서 탈락했고, 리저브 경기에는 참가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쉴트는 이 문제를 놓고 상당한 억울함을 피력하는 발언을 남겼었지요.

사례 3. 미르코 크로캅은 PRIDE 시절 GP에서 하루 두 경기에 두 배의 대전료를 달라고 하면서 일본에서는 없는 관행을 결국 그의 스타성을 이용해 관철시킨 적이 있습니다. UFC에서 실패를 한 후 다시 일본에 돌아온 건 일반 일본 시청자들은 UFC에서 있었던 그의 실패를 잘 알지 못하며 여전히 스타라고 보고 있기에 상품성이 유효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요.

사례 4. 무명 선수들은 소위 '떡밥'경기에 참가하곤 했습니다. 한국 선수가 일본 선수에게, 일본 선수가 한국 선수에게 주어진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지요.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훈련하는 무명선수와 달리 스타는 이미 상대의 프로필과 약점까지 통보를 받던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무명선수에게는 '굿 챤스'같은 일본식 영어를 섞어서 희망을 줬지만 거의 이변이 없는 한 유명선수가 이기는 것이 일반적이고 단체의 기대도 그것과 일치했습니다. PRIDE 시절 퀸튼 잭슨같이 사쿠라바에게 주어졌다가 카리스마가 있는 것을 단체가 파악하고 스타로 올린 경우도 있지만 이건 극히 예외적인 일이었지요. 윤동식 선수 PRIDE 데뷔전도 사쿠라바의 승리를 위해 주어진 경우로 봐도 무방했습니다.

추성훈을 보는 입장

(출처 : FEG)

장황하게 늘어놓았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FEG는 추성훈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 본인의 주장입니다. 예전 크림도포 사건 후 만약 사쿠라바를 더 중시했다면 추성훈을 FEG가 버렸을 것입니다. 추성훈은 이전부터 차세대 간판으로 낙점 받은 선수로서 FEG는 비록 수많은 전설을 만들었지만 지는 해로 여겨지는 사쿠라바보다는 추성훈을 택했습니다. 참고로 크림도포 사건 후 사쿠라바는 추성훈과의 재대결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표명했지요.

예전에 이런 말을 써서 격투기 팬들의 비난을 받았고 지금도 그럴진 모르겠지만 그 사건은 사실 추성훈이 잘한 부분은 없습니다. 상대는 사쿠라바 카즈시, 일본 격투기를 메인스트림까지 올린 인물이지요. 만약 사쿠라바가 그레이시 일가를 연파한 일이 없었다면 PRIDE가 그렇게 일본에서 인기를 끌긴 어려웠고 추성훈 선수가 격투기에서 큰돈을 버는 기회조차 없었을 겁니다. 사실 자기의 새로운 밥줄을 만들어준 이와 상대하는 과정에서 그런 미심쩍은 일은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수능시험에 전화기를 들고 가지 말라고 공고를 했다면 그걸 지키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기름도포가 의도는 아니었고 훗날 사과를 했으며 잘 마무리되었지만 추성훈을 FEG가 구제해준 것은 결국은 그의 상품성을 높이 봤기에 원칙보다 실리를 택한 것뿐이지요. 복귀 시기가 오래 걸린 건 여론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일 뿐입니다. 예전에 무기한 징계를 받았던 추성훈과 이번에 솜방망이 처벌로 추정되는 바다 하리를 놓고 몇몇 사람들은 한국인에 대한 차별까지 운운하고 있지만 허나 진정한 처벌의 수위는 바로 이것일 뿐입니다. '일반 대중이 만족할 정도의 처벌'이 바로 그것이지요. 실제로 선수를 차별하려면 아예 안 쓰면 그만입니다. FEG에서는 스타선수이며 대체할 이가 많지 않은 터라 내치기 힘들기에 대중들의 역반응이 잠잠해지면 데리고 나올 뿐이지요.

선택의 기로에 서서

스타시스템에서 스타는 다양한 선택권을 갖게 됩니다. FEG도 기업이니 도덕만을 추구하긴 어렵지요. 이에 돈이 되는 스타와 비 스타를 확연하게 구별해왔습니다. 연예계에서 간판스타와 조연들의 버는 금액이 현저하게 차이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될 겁니다.

추성훈 선수에게는 선택권이 있는 상태지요. 큰 대회에서 한 경기라도 하는 것이 꿈인 무명선수와는 아예 상황조차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황을 놓고 크게 두 가지 시각이 있을 겁니다. 자신을 스타로 키워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를 위해서 기다린 단체에게 추성훈 선수도 너무 매몰차게 대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반대의 시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격투기 선수로서의 생명은 길지 않습니다. 그러니 개인은 자신의 이익에 최대한 부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겠지요. 게다가 FEG도 선수들을 내치는 과정은 참으로 무서웠기에 추성훈 선수도 자신의 안위를 낙관할 수는 없는 입장인 것이지요.

관리의 중요성

선택에 있어서 큰 변수는 선수를 관리하는 분들의 조언일 겁니다. 최홍만 선수를 관리하는 분들이 고생을 하시는 건 알지만 그간 최홍만의 행보를 본다면 다소 영리한 선택이 많지 않았다는 건 부인하기 힘듭니다. 뇌하수체 종양여부를 놓고도 극구 부정을 하면서 사태가 커지거나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에 투입된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개인적으론 여전히 수술 후 후유증으로 인해 몸무게가 줄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악플에 의한 스트레스로 감량되었다고 주장하는 점은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분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수를 관리하는 지를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단체의 입장에서 최홍만 선수는 아주 충실하게 경기를 수행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스타성은 상당부분 감소되었고, 여론은 그에 대해서 예전과 같지 않은 상태지요.

반면 추성훈 선수는 단체로선 대하긴 쉽지 않겠지만 체계적인 이미지 관리를 통해 확실한 스타로 떠올랐고 수많은 CF를 가져가면서 박찬호, 이승엽, 박지성, 김연아 같은 스포츠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여성들에게는 매력적인 남자로 통하게 되었지요.

추성훈 선수에 대해서는 이 분야에서 여러 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종합적으로 일치하는 하나는 있습니다. 그건 영리하게 행보를 취한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도 여러 행사에 참여하면서 대중에 대한 그의 지명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요.

결론

FEG는 종합격투기 방식의 시청률 1위인 추성훈이 필요한 입장은 분명하니 다른 선택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반면 추성훈 선수에겐 많진 않지만 선택권은 있습니다. 격투기에 남는 경우 UFC로 가는 것, 몸값을 불리면서 다시 FEG로 가는 것, 아니면 자금부족으로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센고쿠로 가는 것 정도지요. 뭐가 되든지 간에 최근까지 추성훈이 성장한 과정을 보면 다시 한 번 본인 이익에 부합하는 영리한 행보가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다른 선수들과 상반된 입장을 볼 때, 예전 PRIDE 시절 미르코 크로캅이 단체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것만 챙기자 당시 들었던 이기적이란 평가는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기적이란 평가도 본인의 생존과 관련된 이득을 위해서는 감수할 수도 있다는 사람들도 있으니 일단 선택권이 있는 입장에서 실리를 취한다고 보는 것이 가장 합당한 해석이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