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일할 공간도 있어야 좌우균형"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
"한 정권의 운명은 처음 6개월에 결정되는 게 상식인데, 대통령은 그 기간 동안 아무 것도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도 있었는데, 아마 그런 기회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처럼 집권 초기부터 탄력을 받아서 힘 있게 밀고 가지 못했다."
앞으로도 4년이나 일할 기간이 남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소설가 복거일씨가 내린 진단은 싸늘했다.
이 대통령의 '잠재적 우군'이 되어야 할 보수논객의 평가치고는 상당히 야박한 셈이다.
복씨는 17일 오후 < 오마이뉴스 > 인터뷰에서 "방향은 맞는데 속도가 느리고 힘이 부족하다"며 국민들의 지지를 잃어 국정운영의 동력이 떨어진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나비의 첫 날갯짓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가 잘못돼서 일이 계속 꼬여버렸다"며 국무총리의 권한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대통령의 '권력욕'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지금이라도 박근혜·이회창으로 대표되는 범보수진영을 규합하면 상황이 한결 나아질 수도 있지만, 정국이 워낙 헝클어진 터라 효과가 많이 떨어진다는 게 복씨의 생각이다.
복씨는 "상반기의 촛불집회 같은 일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대통령이 처음부터 시위대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대통령은 좌파가 얼마나 무서운 세력인지 몰랐다. 그러니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 노래 불렀다'는 얘기나 했지! 우파 사람들에게 물어봐라. 그 말 때문에 대통령의 지지율을 최소한 10% 까먹었다. 어린 전경들이 폭도들에게 짓밟히는 상황에서 혼자 감상에 젖어 노래나 부르는 게 대통령이냐?"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은 "제가 오래 전부터 즐겨 부르던 < 아침이슬 > 노래 소리도 들었습니다"였다... 편집자 주)
복씨는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대운하에 대해서도 "이명박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공약인데 당연히 해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한 반대세력을) 설득하지 못하면 대통령을 그만둬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복씨는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하지, 애국하려는 사람이 이명박 정부에 없다"며 현 집권세력을 '이념적 무임승차자'로 규정했다. 그는 "대운하도 목숨 걸고 추진하는 사람이 없다"며 지난 총선에서 대운하 이슈를 회피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처신을 문제 삼기도 했다.
복씨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 같은 종북세력만 빼고는 다른 야당들도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문한 뒤 "진보신당 같은 세력에도 일할 공간을 마련해줘야 좌우 균형이 이뤄진다. 우파는 좌파가 다 종북세력인 줄 알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진짜 좌파'가 클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복거일씨 인터뷰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이명박은 CEO 아닌 월급사장 출신... 김경준에게 사기나 당하고"
- 자유주의라는 게 과감한 규제 철폐와 감세, 정부 몸집 줄이기인데, 이명박 정부가 지금 그런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나?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은 맞는데, 생각보다 속도가 느리고 힘도 부족하다. 정권 초기에 국민들의 지지를 잃어서 추진력이 떨어졌다.
대통령이 옛날에 CEO를 했다고 하는데, 현대그룹에 CEO가 어디 있었나? 정주영 회장만이 진정한 CEO였고, 이 대통령은 정주영이라는 오너가 발탁한 고용인에 지나지 않았다.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도 코오롱의 고용 사장이었다. CEO를 안 해본 월급사장이 나라를 경영하려고 하니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다. CEO의 가장 큰 요건이 위험을 판단하고 관리하는 능력인데,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으니 김경준 같은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 게 아니냐? 1년에 수십 퍼센트씩 이윤을 남기는 사업이 있었다면 이 대통령에게까지 차례가 왔겠냐?"
- 왜 이렇게 됐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판단을 잘못했고, 그 책임도 대통령이 져야 한다. 국민들은 이 대통령을 도덕성이 가장 낮은 후보로 평가했던 게 사실이다. 그 많은 개인적 흠집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으로 대선에서 지지해 줬는데도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 잘못된 판단의 대표적인 예가 무엇인가?
"국민들은 대통령이 내각과 청와대 참모 인선을 하는 것을 보고 무척 실망했다. 내 경우에는 자신이 아는 사람으로만 인선하는 것을 보며 실망보다는 놀라움이 컸다. 그런 식으로 하면 (국정운영의) 시야가 좁아지지 않나?
결정적인 실수는 한승수 국무총리를 발탁하면서 그에게 자원외교만 맡긴 것이다. 국무조정실 기능이 축소되고 국무총리의 권한도 약해졌다. 한 총리는 대통령의 뜻을 '국내 정치에는 관심 두지 말고 주어진 일만 하라'는 것으로 알아들었다. 그러니 청와대와 내각에 문제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는데도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가 할 얘기를 못하게 됐다.
각료제청권이 있는 총리가 대통령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었다면 문제 있는 사람들이 많이 걸러졌을 것이고, 대통령의 초기 인사가 크게 문제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자기 권한을 완전히 행사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통령이 총리와 조금이라도 권한을 나눴어야 하는데, 그것도 안 나눴으니 탈이 날 수밖에… 나비의 첫 날갯짓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가 그리 됐으니 일이 계속 꼬여버렸다."
"'MB 탐욕' 발언은 권력에 탐욕스럽다는 얘기"
- 10월 1일 민주당 조찬 강연에서 '현 정권의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탐욕'이라는 표현을 썼었는데, 그게 무슨 뜻인가?
"민주당 출입기자들이 주로 좌파 성향이라서 내 말을 심하게 왜곡한 것 같다. '탐욕'이라는 말은 대통령이 무슨 돈 욕심이 있다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권력을 안 나누려는 상황을 이른 말이다. 권력에 탐욕스럽다는 얘기인데, 나중에 언론보도들을 보면 물질욕 비슷하게 해석되더라. 청와대에도 내가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언론보도만 보고 많이 섭섭했을 것 같다."
- 보수진영의 인재 풀 자체가 좁아서 '고소영'과 '강부자'의 문제가 두드러진 게 아닌가?
"그게 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의 변명인데, 좌파정권으로부터 나라를 되찾아온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 그런 식으로 나오니 이명박 정부가 더 미움을 받는다. 이 대통령이 직접 만나 사귀어본 사람만 뽑아서 문제가 생겼는데, 그런 식으로 엉뚱한 이유를 둘러씌우는 것은 이중으로 잘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전 대표와 그의 지지층이 원래 한나라당의 주류세력이 아니었나? 그들을 배제하는 것은 보수우파 진영의 주류를 배제한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도 '제발 박근혜의 사람들을 데려다 쓰라'고 주문하는데, 대통령이 아직도 사람을 안 쓰지 않나?"
- 범보수진영 인사들을 두루 기용하면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한결 나아질까?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정국이 워낙 헝클어진 후이기 때문에 효과는 떨어진다. 한 정권의 운명은 처음 6개월에 결정되는 게 상식인데, 대통령은 그 기간 동안 아무 것도 못했다. 대통령이 국민들의 신망을 잃어버렸으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이 일어나지 않았나? 그 와중에 좌파가 반격을 했고, 정권은 추진력을 잃어버렸다."
-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상처를 많이 입었지만, 앞으로 1년 동안은 선거에 대한 부담 없이 일할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1년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아지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도 있었는데, 아마 그런 기회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처럼 집권 초기부터 탄력을 받아서 힘 있게 밀고 가지 못했다."
"이 대통령, 대운하 할 것으로 믿는다"
- 앞으로 4년이나 남았는데 위대한 업적을 못 남긴다는 건 너무 가혹한 평가 같다.
"큰 업적을 못 남긴다는 것이지, 전혀 업적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워낙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 바로잡아도 이 대통령이 큰 업적을 남길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상실했다. 모든 게 예정보다 늦어졌다.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1/10도 못 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위대한 업적을 남기나? 대통령이 자기 밥상을 못 챙겼다. 좌파정권에서 잘못한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끼는 게 많은데 왜 그걸 제대로 못하냐는 얘기다."
- 이 대통령의 대운하 공약을 호평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촛불정국에서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면 안하겠다"고 엉거주춤한 모습을 보여서 실망했나?
"대통령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대운하 때문에 처음 인기가 많이 올랐고, 이명박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공약이면 당연히 그걸 해야지! 대운하 반대 논리도 새로운 게 없는데 인기가 떨어져서 일하기 힘드니까 못하고 있다."
- 현 정부가 대운하로 가기 위해 '4대강 정비'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한강과 낙동강만 연결하면 운하가 되는 것 아니냐? 나는 대통령이 대운하를 할 것으로 믿는다."
- 박근혜 전 대표도 대운하를 반대하고 있으니 두 사람이 그 문제부터 엇박자가 날 텐데.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항상 나오는 법이다. 그러나 사업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 그것도 설득하지 못하면 대통령을 그만둬야 한다. 대운하가 추진되지 못하는 건 대운하에 목숨 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현 집권세력은 이념적 무임승차자... 자기 이익만 챙겨"
- 이재오 전 최고위원 같은 사람이 그런 일을 맡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그 사람은 대운하에 목숨 건 사람이 아니더라. 이재오씨가 내가 사는 은평구에서 4월 총선을 치렀다. 그때 문국현 후보가 대운하를 비판하니까 이재오는 '운하도 안 들어오는 북한산 자락에서 왜 그런 얘기를 하냐'고 답하더라. 다른 건 몰라도 운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있게 얘기를 했어야지, 자기 지역구에서도 소신껏 얘기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들이 하나 같이 그렇다.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하지, 애국하려는 사람이 이명박 정부에 없다. 대통령 포함해서 현 집권세력은 이념적 무임승차자들이다. 좌파에 빼앗긴 정권을 되찾으려고 아스팔트를 누빈 사람이 하나도 없다."
-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게 그의 인간적인 매력보다는 '좌파 심판' 정서에 힘입은 바가 더 크다고 생각하나?
"이 대통령이 좋아서 지지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인기 있고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이니 사람들이 지지한 것이지. 좌파든 우파든 정책은 비슷하고 이념이 문제다. 전교조 교사가 아이들을 빨치산 묘소 데려가서 이상한 걸 가르쳐도 얘기 못하는 분위기를 바로잡았어야 하지 않나? 그래도 지난 한 해보다는 앞으로는 조금 나아질 것이다."
- 상반기의 촛불집회 같은 일이 정권 내내 반복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그때는 정권 빼앗긴 것에 대해 울분이 폭발했지만,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는다. 그런 일도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가능하다.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얘기인지는 몰라도 동방신기 팬클럽이라는 곳에서 (광우병 얘기가) 우연히 시작됐는데, 정부의 대응이 늦었고 좌파의 전략전술과 맞아떨어졌다.
대통령은 현대건설을 경영하면서 재산을 많이 모으고 지위도 올라갔지만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쓴 적이 없는 사람이다. 대통령은 좌파가 얼마나 무서운 세력인지 몰랐다. 그러니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 노래 불렀다'는 얘기나 했지! 우파 사람들에게 물어봐라. 그 말 때문에 대통령의 지지율을 최소한 10% 까먹었다. 어린 전경들이 폭도들에게 짓밟히는 상황에서 혼자 감상에 젖어 노래나 부르는 게 대통령이냐?"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은 "제가 오래 전부터 즐겨 부르던 < 아침이슬 > 노래 소리도 들었습니다"였다... 편집자 주)
"종북세력 빼고는 진보신당까지도 끌어안아야"
- 차기 대통령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나라의 응집력이 약하다. 이념적·지역적 분열이 심한데 세대 갈등까지 나올 판국이다. 국민을 통합시켜야 하는데 대통령은 그냥 중간에 서 있으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핵심세력들을 모두 아우른 뒤에 반대진영을 설득해야 한다. 박근혜로 대표되는 한나라당 비주류와 협력한 뒤 자유선진당까지 세력을 넓히는 것이다. 다른 야당들도 민주노동당 같은 종북세력만 빼고는 끌어안아야 한다.
한나라당 사람들을 만나서 '총선에서 진보신당의 노회찬·심상정 같은 사람은 왜 떨어뜨렸냐'고 얘기해줬다.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이 모자란 게 그런 부분이다. 진보신당 같은 세력에도 일할 공간을 마련해줘야 좌우 균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 진보신당을 보살폈어야 했는데, 여당에 전략적인 사고가 없었던 거다."
- 종북노선을 제외하고라도 한나라당과 진보신당의 이념적 괴리가 굉장히 크지 않나?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진보신당의 잠재적 지지층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발언권이 적지만 언젠가는 세력이 커질 수가 있으니 이들과도 대화해야 한다. 자유주의는 다수결을 무조건 따르는 게 아니라 소수의견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인데,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는 민주노동당만 없으면 나라가 안정될 것이다.
사회가 안정되면 유럽처럼 좌우동거정부 같은 것도 가능하겠지만, 북한이 대한민국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판에 그게 되겠나? 엄밀히 얘기해서 민노당은 불법단체다. 구 서독에서도 국가보안법처럼 헌정질서를 지키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다. 구 서독이라면 민노당은 벌써 해산됐을 정당이다. 우파는 좌파가 다 그런 줄 알고 두려워한다.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진짜 좌파가 클 수 없다."
- 정부가 검인정 역사교과서를 억지로 바꾸려는 것은 자유주의의 신조와 모순되는 것 아닌가?
"그게 좌파의 잘못된 논리다. 교과서는 교사가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들이 선택하게 해야 하지 않나? 교과서는 나라의 정통성을 가르치는 방법을 담은 책인데, 좌편향 교과서처럼 북한을 높이고 대한민국을 낮춰서야 되겠나?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나온 사람이 그런 교과서 써놓고 학문의 자유를 찾으면 안 된다.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장인의 좌익 전력이 문제가 되니 '그러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고 받아친 거랑 똑같다. 대통령의 이념적 정체성을 밝히라는 거지, 누가 이혼하라고 했나?"
- 교과서라는 게 한 나라의 명암을 다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
"맞다. 그런데 왜 북한의 천리마 운동을 찬양하냐는 얘기다. 나는 좌파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노건평씨와 노무현 대통령의 행적을 봐라. 사람(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죽었는데 사과 한마디 없다. 박정희 대통령의 큰형 박동희씨는 평생을 촌로로 살았다. 박정희 대통령의 친척 중에 부패로 감옥에 들어간 사람이 없다."
-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제 잘하려는 것 같으니 기운 차려서 일 잘하시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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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4년이나 일할 기간이 남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소설가 복거일씨가 내린 진단은 싸늘했다.
이 대통령의 '잠재적 우군'이 되어야 할 보수논객의 평가치고는 상당히 야박한 셈이다.
복씨는 17일 오후 < 오마이뉴스 > 인터뷰에서 "방향은 맞는데 속도가 느리고 힘이 부족하다"며 국민들의 지지를 잃어 국정운영의 동력이 떨어진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나비의 첫 날갯짓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가 잘못돼서 일이 계속 꼬여버렸다"며 국무총리의 권한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대통령의 '권력욕'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지금이라도 박근혜·이회창으로 대표되는 범보수진영을 규합하면 상황이 한결 나아질 수도 있지만, 정국이 워낙 헝클어진 터라 효과가 많이 떨어진다는 게 복씨의 생각이다.
복씨는 "상반기의 촛불집회 같은 일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대통령이 처음부터 시위대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대통령은 좌파가 얼마나 무서운 세력인지 몰랐다. 그러니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 노래 불렀다'는 얘기나 했지! 우파 사람들에게 물어봐라. 그 말 때문에 대통령의 지지율을 최소한 10% 까먹었다. 어린 전경들이 폭도들에게 짓밟히는 상황에서 혼자 감상에 젖어 노래나 부르는 게 대통령이냐?"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은 "제가 오래 전부터 즐겨 부르던 < 아침이슬 > 노래 소리도 들었습니다"였다... 편집자 주)
복씨는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대운하에 대해서도 "이명박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공약인데 당연히 해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한 반대세력을) 설득하지 못하면 대통령을 그만둬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복씨는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하지, 애국하려는 사람이 이명박 정부에 없다"며 현 집권세력을 '이념적 무임승차자'로 규정했다. 그는 "대운하도 목숨 걸고 추진하는 사람이 없다"며 지난 총선에서 대운하 이슈를 회피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처신을 문제 삼기도 했다.
복씨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 같은 종북세력만 빼고는 다른 야당들도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문한 뒤 "진보신당 같은 세력에도 일할 공간을 마련해줘야 좌우 균형이 이뤄진다. 우파는 좌파가 다 종북세력인 줄 알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진짜 좌파'가 클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복거일씨 인터뷰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이명박은 CEO 아닌 월급사장 출신... 김경준에게 사기나 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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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은 맞는데, 생각보다 속도가 느리고 힘도 부족하다. 정권 초기에 국민들의 지지를 잃어서 추진력이 떨어졌다.
대통령이 옛날에 CEO를 했다고 하는데, 현대그룹에 CEO가 어디 있었나? 정주영 회장만이 진정한 CEO였고, 이 대통령은 정주영이라는 오너가 발탁한 고용인에 지나지 않았다.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도 코오롱의 고용 사장이었다. CEO를 안 해본 월급사장이 나라를 경영하려고 하니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다. CEO의 가장 큰 요건이 위험을 판단하고 관리하는 능력인데,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으니 김경준 같은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 게 아니냐? 1년에 수십 퍼센트씩 이윤을 남기는 사업이 있었다면 이 대통령에게까지 차례가 왔겠냐?"
- 왜 이렇게 됐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판단을 잘못했고, 그 책임도 대통령이 져야 한다. 국민들은 이 대통령을 도덕성이 가장 낮은 후보로 평가했던 게 사실이다. 그 많은 개인적 흠집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으로 대선에서 지지해 줬는데도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 잘못된 판단의 대표적인 예가 무엇인가?
"국민들은 대통령이 내각과 청와대 참모 인선을 하는 것을 보고 무척 실망했다. 내 경우에는 자신이 아는 사람으로만 인선하는 것을 보며 실망보다는 놀라움이 컸다. 그런 식으로 하면 (국정운영의) 시야가 좁아지지 않나?
결정적인 실수는 한승수 국무총리를 발탁하면서 그에게 자원외교만 맡긴 것이다. 국무조정실 기능이 축소되고 국무총리의 권한도 약해졌다. 한 총리는 대통령의 뜻을 '국내 정치에는 관심 두지 말고 주어진 일만 하라'는 것으로 알아들었다. 그러니 청와대와 내각에 문제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는데도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가 할 얘기를 못하게 됐다.
각료제청권이 있는 총리가 대통령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었다면 문제 있는 사람들이 많이 걸러졌을 것이고, 대통령의 초기 인사가 크게 문제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자기 권한을 완전히 행사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통령이 총리와 조금이라도 권한을 나눴어야 하는데, 그것도 안 나눴으니 탈이 날 수밖에… 나비의 첫 날갯짓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가 그리 됐으니 일이 계속 꼬여버렸다."
"'MB 탐욕' 발언은 권력에 탐욕스럽다는 얘기"
- 10월 1일 민주당 조찬 강연에서 '현 정권의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탐욕'이라는 표현을 썼었는데, 그게 무슨 뜻인가?
"민주당 출입기자들이 주로 좌파 성향이라서 내 말을 심하게 왜곡한 것 같다. '탐욕'이라는 말은 대통령이 무슨 돈 욕심이 있다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권력을 안 나누려는 상황을 이른 말이다. 권력에 탐욕스럽다는 얘기인데, 나중에 언론보도들을 보면 물질욕 비슷하게 해석되더라. 청와대에도 내가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언론보도만 보고 많이 섭섭했을 것 같다."
- 보수진영의 인재 풀 자체가 좁아서 '고소영'과 '강부자'의 문제가 두드러진 게 아닌가?
"그게 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의 변명인데, 좌파정권으로부터 나라를 되찾아온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 그런 식으로 나오니 이명박 정부가 더 미움을 받는다. 이 대통령이 직접 만나 사귀어본 사람만 뽑아서 문제가 생겼는데, 그런 식으로 엉뚱한 이유를 둘러씌우는 것은 이중으로 잘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전 대표와 그의 지지층이 원래 한나라당의 주류세력이 아니었나? 그들을 배제하는 것은 보수우파 진영의 주류를 배제한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도 '제발 박근혜의 사람들을 데려다 쓰라'고 주문하는데, 대통령이 아직도 사람을 안 쓰지 않나?"
- 범보수진영 인사들을 두루 기용하면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한결 나아질까?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정국이 워낙 헝클어진 후이기 때문에 효과는 떨어진다. 한 정권의 운명은 처음 6개월에 결정되는 게 상식인데, 대통령은 그 기간 동안 아무 것도 못했다. 대통령이 국민들의 신망을 잃어버렸으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이 일어나지 않았나? 그 와중에 좌파가 반격을 했고, 정권은 추진력을 잃어버렸다."
-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상처를 많이 입었지만, 앞으로 1년 동안은 선거에 대한 부담 없이 일할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1년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아지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도 있었는데, 아마 그런 기회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처럼 집권 초기부터 탄력을 받아서 힘 있게 밀고 가지 못했다."
"이 대통령, 대운하 할 것으로 믿는다"
- 앞으로 4년이나 남았는데 위대한 업적을 못 남긴다는 건 너무 가혹한 평가 같다.
"큰 업적을 못 남긴다는 것이지, 전혀 업적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워낙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 바로잡아도 이 대통령이 큰 업적을 남길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상실했다. 모든 게 예정보다 늦어졌다.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1/10도 못 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위대한 업적을 남기나? 대통령이 자기 밥상을 못 챙겼다. 좌파정권에서 잘못한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끼는 게 많은데 왜 그걸 제대로 못하냐는 얘기다."
- 이 대통령의 대운하 공약을 호평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촛불정국에서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면 안하겠다"고 엉거주춤한 모습을 보여서 실망했나?
"대통령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대운하 때문에 처음 인기가 많이 올랐고, 이명박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공약이면 당연히 그걸 해야지! 대운하 반대 논리도 새로운 게 없는데 인기가 떨어져서 일하기 힘드니까 못하고 있다."
- 현 정부가 대운하로 가기 위해 '4대강 정비'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한강과 낙동강만 연결하면 운하가 되는 것 아니냐? 나는 대통령이 대운하를 할 것으로 믿는다."
- 박근혜 전 대표도 대운하를 반대하고 있으니 두 사람이 그 문제부터 엇박자가 날 텐데.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항상 나오는 법이다. 그러나 사업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 그것도 설득하지 못하면 대통령을 그만둬야 한다. 대운하가 추진되지 못하는 건 대운하에 목숨 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현 집권세력은 이념적 무임승차자... 자기 이익만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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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대운하에 목숨 건 사람이 아니더라. 이재오씨가 내가 사는 은평구에서 4월 총선을 치렀다. 그때 문국현 후보가 대운하를 비판하니까 이재오는 '운하도 안 들어오는 북한산 자락에서 왜 그런 얘기를 하냐'고 답하더라. 다른 건 몰라도 운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있게 얘기를 했어야지, 자기 지역구에서도 소신껏 얘기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들이 하나 같이 그렇다.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하지, 애국하려는 사람이 이명박 정부에 없다. 대통령 포함해서 현 집권세력은 이념적 무임승차자들이다. 좌파에 빼앗긴 정권을 되찾으려고 아스팔트를 누빈 사람이 하나도 없다."
-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게 그의 인간적인 매력보다는 '좌파 심판' 정서에 힘입은 바가 더 크다고 생각하나?
"이 대통령이 좋아서 지지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인기 있고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이니 사람들이 지지한 것이지. 좌파든 우파든 정책은 비슷하고 이념이 문제다. 전교조 교사가 아이들을 빨치산 묘소 데려가서 이상한 걸 가르쳐도 얘기 못하는 분위기를 바로잡았어야 하지 않나? 그래도 지난 한 해보다는 앞으로는 조금 나아질 것이다."
- 상반기의 촛불집회 같은 일이 정권 내내 반복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그때는 정권 빼앗긴 것에 대해 울분이 폭발했지만,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는다. 그런 일도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가능하다.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얘기인지는 몰라도 동방신기 팬클럽이라는 곳에서 (광우병 얘기가) 우연히 시작됐는데, 정부의 대응이 늦었고 좌파의 전략전술과 맞아떨어졌다.
대통령은 현대건설을 경영하면서 재산을 많이 모으고 지위도 올라갔지만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쓴 적이 없는 사람이다. 대통령은 좌파가 얼마나 무서운 세력인지 몰랐다. 그러니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 노래 불렀다'는 얘기나 했지! 우파 사람들에게 물어봐라. 그 말 때문에 대통령의 지지율을 최소한 10% 까먹었다. 어린 전경들이 폭도들에게 짓밟히는 상황에서 혼자 감상에 젖어 노래나 부르는 게 대통령이냐?"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은 "제가 오래 전부터 즐겨 부르던 < 아침이슬 > 노래 소리도 들었습니다"였다... 편집자 주)
"종북세력 빼고는 진보신당까지도 끌어안아야"
- 차기 대통령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나라의 응집력이 약하다. 이념적·지역적 분열이 심한데 세대 갈등까지 나올 판국이다. 국민을 통합시켜야 하는데 대통령은 그냥 중간에 서 있으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핵심세력들을 모두 아우른 뒤에 반대진영을 설득해야 한다. 박근혜로 대표되는 한나라당 비주류와 협력한 뒤 자유선진당까지 세력을 넓히는 것이다. 다른 야당들도 민주노동당 같은 종북세력만 빼고는 끌어안아야 한다.
한나라당 사람들을 만나서 '총선에서 진보신당의 노회찬·심상정 같은 사람은 왜 떨어뜨렸냐'고 얘기해줬다.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이 모자란 게 그런 부분이다. 진보신당 같은 세력에도 일할 공간을 마련해줘야 좌우 균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 진보신당을 보살폈어야 했는데, 여당에 전략적인 사고가 없었던 거다."
- 종북노선을 제외하고라도 한나라당과 진보신당의 이념적 괴리가 굉장히 크지 않나?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진보신당의 잠재적 지지층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발언권이 적지만 언젠가는 세력이 커질 수가 있으니 이들과도 대화해야 한다. 자유주의는 다수결을 무조건 따르는 게 아니라 소수의견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인데,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는 민주노동당만 없으면 나라가 안정될 것이다.
사회가 안정되면 유럽처럼 좌우동거정부 같은 것도 가능하겠지만, 북한이 대한민국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판에 그게 되겠나? 엄밀히 얘기해서 민노당은 불법단체다. 구 서독에서도 국가보안법처럼 헌정질서를 지키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다. 구 서독이라면 민노당은 벌써 해산됐을 정당이다. 우파는 좌파가 다 그런 줄 알고 두려워한다.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진짜 좌파가 클 수 없다."
- 정부가 검인정 역사교과서를 억지로 바꾸려는 것은 자유주의의 신조와 모순되는 것 아닌가?
"그게 좌파의 잘못된 논리다. 교과서는 교사가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들이 선택하게 해야 하지 않나? 교과서는 나라의 정통성을 가르치는 방법을 담은 책인데, 좌편향 교과서처럼 북한을 높이고 대한민국을 낮춰서야 되겠나?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나온 사람이 그런 교과서 써놓고 학문의 자유를 찾으면 안 된다.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장인의 좌익 전력이 문제가 되니 '그러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고 받아친 거랑 똑같다. 대통령의 이념적 정체성을 밝히라는 거지, 누가 이혼하라고 했나?"
- 교과서라는 게 한 나라의 명암을 다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
"맞다. 그런데 왜 북한의 천리마 운동을 찬양하냐는 얘기다. 나는 좌파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노건평씨와 노무현 대통령의 행적을 봐라. 사람(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죽었는데 사과 한마디 없다. 박정희 대통령의 큰형 박동희씨는 평생을 촌로로 살았다. 박정희 대통령의 친척 중에 부패로 감옥에 들어간 사람이 없다."
-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제 잘하려는 것 같으니 기운 차려서 일 잘하시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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