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 | 나지연기자]
지난 7월.
뉴욕 타임스에 독도 전면광고를 실어 화제를 모은 서경덕씨.
'한국 홍보 전문가'로 활약 중인 그가 이번엔 영화 기획자로 변신했다.
물론 주제는 우리 땅 독도. 31일 개봉하는 영화 '
미안하다 독도야'가 바로 그의 손에서 탄생된 작품이다.영화 속에 일본을 향한 강한 경고 메시지를 담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다"였다.
그는 독도의 적은 일본이 아니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무관심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영화 '미안하다 독도야'에는 애국심이나 큰 감동이 아닌 작은 실천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로 또 한 번 독도 문제를 상기시킨 서경덕 씨를 만나 '미안하다 독도야' 제작 과정과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에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가수
김장훈과의 특별한 인연에 얽힌 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다.올해는 건국 60주년이었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씨에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해였다. 독도에 관한 영화를 만들자고 결심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영화사 대표와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통하는 독도 영화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독도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어요.
사실 정치적인 힘의 논리로 따지면 독도 문제는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사안이잖아요.
일본의 힘을 간과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세계인들에게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고, 그게 영화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서경덕 씨는 영화를 문화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전 세계인에게 효과적으로 독도 문제를 알릴 수 있는 길이 문화라고 덧붙였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막연히 외치는 것보다 문화의 힘을 빌리는 게 더 좋다는 것이 그의 생각.
해외 여론을 국내 편으로 만들려면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연히 워싱턴에서 '요덕스토리'라는 공연을 봤어요.
북한의 실정을 다룬 뮤지컬이었죠.
그런데 공연 다음 날
워싱턴 포스트등 유수 언론사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더군요.
문화적인 코드가 주는 힘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독도 문제를 문화적으로 알리는 방법으로 영화를 택했죠"
영화를 기획하고 나서도 고민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내레이션을 맡을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평소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고, 영향력도 있는 사람이 적임자였다.
궁리 끝에 가수 김장훈을 떠올렸다.
그리고 공연장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올 초 김장훈씨를 내레이션의 적임자라 생각하고, 공연장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처음 만난 자리에서 김장훈 씨가 절 한눈에 알아보더군요.
'인터넷을 통해 관심 있게 지켜봤다.
언제가 한번 만나 같이 좋은 일을 했으면 하고 바랬다.
인연은 역시 만나지게 되는가보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영화라는 인연의 고리로 처음 만난 두 사람.
지난 7월 이를 계기로 뉴욕 타임스에 독도 광고를 함께 냈고,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게 서경덕·김장훈의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영화 '미안하다 독도야'는 그들의 공동 프로젝트 제 2탄이다.
이번에도 김장훈은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
"김장훈 씨가 내레이션 비를 전부 기부했어요.
해외 동포 2-3세 어린이들에게 보낼 '미안하다 독도야' 디비디 제작비로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요.
'너의 영원한 조력자가 되고 싶다'고 하던 그의 말은 전부 진심이었죠.
항상 제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 같은 사람입니다"
12월초. 영화 '미안하다 독도야'의 포스터가 첫 공개됐다.
기모노를 입은 손과 젓가락, 우동 그릇과 그 안에 담긴 독도가 인상적인 디자인 이였다.
카피 또한 간단했다.
'잘 먹겠습니다' 한 마디였다.
그런데 반응을 가히 폭발적이었다.
너무 쎄(?)다는 반응이 있었다. 심의 역시 통과하지 못했다.
"반어법을 쓴 것뿐이었어요.
영화 제목인 '미안하다 독도야'나 '잘 먹겠습니다'라는 카피는 모두 반어법을 담았죠.
그런데 이게 너무 리얼하다고 심의 통과가 안됐어요.
일장기가 꽂힌 독도의 모습도 논란이었습니다.
해외에선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오해의 소지로 살 수 있다는 것이었죠"
서경덕 씨는 이런 의견 모두가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카피는 '날로 드시게요'로 바꿔 심의를 통과시켰다.
해외용 포스터에는 일장기가 꽂힌 독도의 사진도 뺄 생각이다.
자극적일 수 있는 요소는 모두 배제하기로 했다. 독도를 지나치게 이슈화 하는 건 그도 원하지 않는 방향이다.
"어떤 분들은 의도된 마케팅 아니냐고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전혀 없었어요. 전 독도를 마케팅화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다만 생각지 않게 이슈화가 됐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봅니다.
그냥 '반어법' 그 자체로만 받아들이시면 될 것 같아요"
영화 제작을 위해 그가 취재를 다닌 기간은 17개월. 그동안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지 않은 곳이 없었다.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도 합당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초로 일본인 인터뷰를 담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느 수위까지 영화에 담아야 할지 고민이 됐어요.
일본의 부당함을 어디까지 보여줘야 맞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감성적으로 어떤 코드를 잡아야 할지도 몰랐어요.
애국심을 강조해야하나 감동을 줘야하나 생각이 거듭됐죠. 그런데 취재하면서 중요한 것이 이런 게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서경덕 씨는 독도의 가장 큰 적은 일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재를 하다 보니 정작 적은 따로 있었다.
바로 한국 사람들의 무관심이 독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었다.
다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지만 정작 그 이유를 설명하진 못했다. 그래서 영화의 눈높이를 청소년층에 맞췄다.
"다들 '독도 당연히 우리 땅이죠'라고 말을 했죠.
그런데 정작 그 이유를 물으면 1분 이상 대답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우리의 무관심이 이렇게 큰지 몰랐어요.
그래서 영화를 청소년층에 맞춰 제작했어요.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게 독도가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알리는 게 급선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층으로 타깃을 정한 뒤 영화 안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 지도 결정할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독도를 지키려 노력하는 과정을 담담히 그렸다.
그리고 그 작은 과정이 어떤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줬다.
큰 감동과 재미는 자신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런 내용이 주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했다.
"독도를 홍보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학생이나 실제 독도에 사는 김성도 할아버지 내외의 평범한 일상 등을 영화 안에 녹였어요.
사실 이런 평범하고 작은 일들이 모여 독도를 지키는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에피소드를 보면서 편안하게 영화를 느끼시고 큰 것을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서경덕 씨는 연속성과 실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했다.
일본이 도발을 할 때마다 끓어올랐다가 금방 식는 모습이 아닌 꾸준히 독도에 관심을 갖는 풍토가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큰 것을 하려기보다는 작은 일이라도 실천을 통해 독도를 지키려는 노력을 해주기도 바랬다.
"엔딩 크레디트에 대학생 문화 동아리 학생들이 손도장으로 태극기를 만드는 모습을 담았어요.
평범한 대학생으로 살면서 독도에 별관 심을 갖지 않던 학생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눈물을 흘리고 깨닫는 모습이 정말 크게 와 닿았습니다.
이 대학생들처럼 우리 역시 못할 게 없지 않을까요?"
독도를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었다.
투자부터 배급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렇지만 결국엔 계획대로 개봉을 할 수 있었다.
개다가 영화계가 불황인 이 시기에 100여개의 개봉관까지 확보했다.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영화를 만들면서도 항상 5%정도는 '개봉까지 가능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어요.
쉬운 소재는 아니었으니까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해냈습니다.
진정성을 갖고 여러 사람을 설득했던 게 가장 큰 비결이었죠.
게다가 100여개 관까지 확보했으니…이런 게 바로 기적 아닐까요?"
서경덕 씨는 영화 개봉을 12월 31일로 잡았다.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의도된 개봉이었다.
주요 영화 타깃인 초중고생들의 방학이 시작되는 날인데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몰리는 연말이기 때문이었다.
가족과 자라나는 세대가 영화를 통해 독도에 대해 또 다른 인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
"개봉도 기적이었어요.
그런데 기자 시사회 때도 박수가 쏟아질 정도로 반응이 좋았죠.
그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대박을 기대하진 않아요.
하지만 수익금이 생긴다면 영화 2탄을 준비할 거예요.
적극적인 홍보만이 다음 세대에게 독도를 물려 줄 힘이니까요.
아직도 우리에겐 할일이 많지 않을까요?"
< 사진 = 이승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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