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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의서재는삶자체이다

강개토 2009. 5. 1. 19:43

고도원의 서재는 삶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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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라 하면 책이 있는 공간을 뜻하는 것이지만, 저에게 있어서 서재는 삶 자체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회초리를 맞아가며 책을 읽었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직업을 거쳤기 때문에 마치 밥 먹듯 책을 접했습니다.

이제는 몇 권 읽었고 몇 권이 있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많이 읽었고 많이 소장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책이 쌓인 서재는 곧 제가 일하는 공간이자, ‘아침편지’를 쓰고 사람을 만나는, 모든 공간입니다.

따로 책을 분류해 놓지 않지만, 직감으로 어느 책이 어디에 꽂혀 있는지 압니다.

책을 찾을 때면, 찾는 책이 ‘나 여기 있소’, 이렇게 말을 걸어와요.

아버지는 시골 교회 목사님이었습니다. 많은 분이 지금도 선친을 ‘늘 손에 책을 들고 있었던 분’이라고 기억을 해요.

돈이 귀하던 그 시절, 돈만 생기면 아버지는 책방에 가서 밀린 외상값을 갚고 책도 하나 새로 끼고 오셨습니다.

‘너희 아버지 책 사는 바람에 내가 아주 못살겠다.’ 라는 어머니 말씀에 저는 아버지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0년 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저에게 엄청난 양의 책을 물려주셨습니다.

가난한 목사님이었지만, 장서가 많은 목사님 가운데 한 분이셨죠.

저도 그 물려받은 책을 끌고 다니느라 아내하고 여러번 다투었습니다.

이사 짐을 옮길 때마다 제일 골치 아픈 것이 책이잖아요. 무거우니까 큰 짐이 되지요.

그러나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책은 저에게 있어서 그냥 책이 아니고, 아버지의 눈물이오, 아버지의 영혼입니다.
힘든 시기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책을 펼쳐보면, 그곳에서 밑줄을 발견하게 되요.

거기서 저는 살아있는 숨결과 말씀을 느낍니다. 그 밑줄의 위대함을 발견하게 되지요.

그래서 저도 모든 책에 밑줄을 긋습니다.

지금은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그 밑줄이 나중에 그것을 읽을 내 아들, 손자, 손녀, 내가 아끼는 후배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저를 회초리로 때려가면서 책을 읽게 했어요.

중학교 2학년이던 어느 날,

함석헌 선생님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한) 연구’를 제 앞에 떨어뜨리시면서 밑줄 그어 놓으라고 하셨지요.

다음날 검사를 하셨는데, 당연히 밑줄이 안 그어져 있었기에 회초리로 맞았어요.

저희는 3남4녀였는데, 제 위의 형님은 아버지께서 책을 읽게 하고, 매를 들었을 때 가출을 했습니다.

(웃음) 저까지 가출할 수는 없어서 참고 책을 읽기는 했지만 원망도 하고, 고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밑줄을 그었습니다.
그 후 대학 신문 기자 생활을 하면서 그 책과 밑줄을 다시 읽게 되었어요.

무언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이후 잡지 기자생활, 신문 기자 생활을 할 때에도 그 책을 읽으면 새로운 뜻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제가 취재한 상황을 책에 대입해보면, 내일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글을 쓸 수 있는 영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아버지를 원망했지만, 매를 맞으면서 책을 읽고 밑줄 그었던 것이 나중에는 습관이자 아버지가 저에게 물려준 유산이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자나깨나 책 속에 있으니,

언제부터인가 제 아이들도 책을 좋아하고,

책에 대한 분별력도 생겨나고,

책이 인생을 디자인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차츰차츰 알게 되더라고요.

부모의 먹는 습관, 웃는 습관, 말하는 습관처럼 책 읽는 습관도 그대로 유전자처럼 물려주게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식을 얻는 것으로만 머물지 말고 -그건 공부가 되고 일이 되거든요.

- 책을 취미처럼, 생활처럼 즐길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습관화 하는게 참 중요 하고요.

그리고 책이 자기 것이 되게 하려면 책 읽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쉬운 책, 재미있는 책은 요령이 필요 없죠. 그런데 어려운 책, 꼭 읽어야 할 책들이 있습니다.

이런 책은 처음부터 정독하면 힘듭니다.

이런 책은 처음 에는 그냥 책장만 넘겨봅니다.

그러면 어떤 단어가 말을 걸어와요.

그렇게 마지막까지 넘겨보면 그 책이 훨씬 편안해져요.

그 다음에 또 한 번 넘겨 보는 거죠.

놀이처럼. 책장을 넘기면서 놀다 보면 이제는 어떤 문장이 말을 걸어옵니다.

그 다음, 세 번째쯤부터 읽기 시작하면 책이 재미있어집니다.

그런 방식으로 책 읽는 것에 대해 흥미를 갖고 습관화하면 책이 겁나지 않게 되지요.

어떤 책을 자기 손안에 둬도 이 책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죠.

저는 매일 ‘아침편지’를 통해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아침편지’에 소개된 글을 중심으로 가족들과 대화를 많이 합니다.

이렇게 책은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의 대화에 중요한 반찬거리이자 주식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지혜를 갖고 이야기하게 되면 대화가 재미있어요.

때로는 매우 가볍게 지나가듯이 이야기할 수 있고, 때로는 매우 심각하게, 때로는 눈물 흘리면서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책은 영감과 대화를 이끌어내는 매개체입니다.

그래서 저는 독서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독서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는데, 모두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 뜻으로 본 한국 역사
    함석헌 | 한길사
    제 인생의 책은 중학교 2학년 때 저희 아버지가 밑줄 긋게 했던  함석헌 선생님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에요.
  • ‘뜻으로 본 한국 역사’는 책 제목에서 말하는 것처럼  모든 일에는 뜻이 있다는 것입니다.
  • 그것은 곧 삶의 역정에 등장하는 실패나 고통이, 실패나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뜻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 그래서 이것은 절망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이고,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저의 대학 시절은 민주화 시절이었는데 참 어려운 시절이었죠.
  • 매우 답답했고 우리가 가는 미래가 어떻게 될까 궁금했어요.  어둡고 암울했던 시기에
  • ‘나에게 빛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다가 다시 펼쳐보게 된 이 책에서,
  • 어떤 뜻을 발견하고, 위안도 받고 에너지도 키우게 되었습니다.
  • 그 바람에 저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시대에 필요한  역할을 하게 한 책이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제 인생의 보물이죠. 이 책을 지금 어디서 구할 수 있겠어요?  제가 받은 최고의 유산입니다.
  • 역사의 연구
    아놀드 토인비 | 홍사중 역 | 동서문화사
    이 책도 역시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회초리 때문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 그때는 몰랐는데, 사회에 나온 후 이 책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 ‘역사의 (한) 연구’는 동서고금의 유명한 인물과 역사를 ‘도전과 응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서 풀어낸 책이죠.
  • 예를 들어 사마천은 더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그것을 절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기’라는 책을 썼습니다.
  • 많은 사람은 그냥 무너지고 마는 어려운 상황에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썼지요.
  • 모든 일은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따라서 쇠퇴할 수도, 흥할 수도 있습니다.
  • 이 사실을 알면 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죠.
  • ‘역사의 (한) 연구’는 이를 구체적인 사례를 가지고 풀어갑니다.
  • 따라서 삶의 계획을 세우는데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  
  • 칼의 노래
    김훈 | 생각의 나무
  • 칼의 노래’는 성웅 이순신의 삶을 소설화한 거에요.
  • 이순신 장군의 삶을 단순하게 연대기별로 정리해놓은 것이 아니라,
  • 이순신 장군이 어느 곳에서 죽을지를 찾는, 즉 영웅이 사지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 그렇다고 이 책이 죽음의 책은 아니에요. 살아내는 책이에요.
    이분은 개인의 영달이 아닌, 나라를 위해 목숨을 ‘올인’한 사람입니다.
  • 애국심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 개인의 성공이나 행복에 머물지 않고 다른 사람의 행복과 연관된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걸어간 분이거든요.
  • 그것을 너무나 아름다운 문장으로 박진감 있게 그려놓은 책입니다.

  • 우리는 올인을 어디다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잖아요.
  • 지금 시대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지만 끝까지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 하다못해 운동도, 연초에는 스포츠 센터가 바글바글하지만 한 달만 지나면 사람들이 싹 빠집니다.
  • 이것은 올인이 아니라, ‘그냥 한번 해볼까’ 하다가 말기 때문이에요.
  •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해봐라.’, 이 역시 ‘칼의 노래’의 한 주제이기도 해요.
  • 링컨 당신을 존경합니다
  • 데일 카네기 | 임정재 역 | 함께읽는책
  •  
    세계적인 영웅을 이야기한다면, 에이브라함 링컨일 것입니다.
  • 링컨의 일대기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책이 나와있는데 카네기가 쓴 ‘링컨 당신을 존경합니다’는
  • 제가 읽은 링컨 관련 어떤 책에도 견줄 수 없을 만큼 핵심을 놓치지 않고 잘 정리해놓은 책입니다.

 

  •          이순신 장군처럼 링컨도 자기 삶을 이기적 동기에서 내려놓은 분이에요.

      

  •           자기 혼자만을 위해서 살지 않고 동시대의 사람, 후대 사람까지 생각하면서 산 사람이에요.

 

  •           개인의 안락에 머물지 않고 오히려 이타적인 것, 대통령이 되어서 무엇을 할 것 인가까지 생각한 사람이라는 거죠.

 

  •          우리는 그런 삶을 들여다보면서 ‘저분의 삶을 통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

                   내가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것, 새롭게 꿈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영감을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 새의 선물
    은희경 | 문학동네
    제 취미 중의 하나는 큰 책방에 서문, 작가 이름, 제목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책을 30-50권 사오는 것입니다.
    ‘새의 선물’도 이런 ‘책 사냥’을 통해 알게 된 보물 같은 책입니다.
    우리는 늘 열심히 등산만 하고, 열심히 땅을 파고 살 수만은 없습니다.
    낭만도, 사랑도 필요하고 사람이 서로 부딪쳐서 일어나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새의 선물’은 이런 것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를 소설로 잘 표현한 것인데,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는 이쁘고 좋기만 한 고운 정과 귀찮지만
    허물없는 미운 정이 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고운 정으로 출발하지만 미운 정까지 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지속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운 정보다 미운 정이 훨씬 너그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저는 책을 아주 빨리 읽지만 소설만큼은 속독하지 않습니다.
    좋은 소설은 말랑말랑하고 쫄깃쫄깃하고 음미할 수 있잖아요.
    특히 ‘새의 선물’에는 위와 같은 좋은 구절이 많아서, 여러 번에 걸쳐 사람들과 나누어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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