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11명으로 구성된 팀이 세계 최고의 팀일까?
최근 레알 마드리드가 선보이고 있는 갈락티코 2기 정책이나 뛰어난 자금력을 앞세워
유명 선수를 모으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의 행보는 축구의 풀리지 않는 영원한 명제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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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타 플레이어의 재능에 열광한다.
마치 이 세상의 중력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듯 자유자재로 공을 컨트롤하며 패스를 찔러주는 스타,
정교하고 강력한 슈팅으로 골문을 여는 스타, 강력한 태클과 제공권으로 상대 선수를 압도하는 스타, 골문에 한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고 선방을 펼치는 스타말이다.
하지만 재능만으론 스타가 완성되지 않는다. 축구는 개인이 아닌 팀이 하는 스포츠다.
그 사실을 잊고 재능에만 의존하게 되면 제 아무리 최고의 선수로 구성된 팀도 패하고 만다.
그래서 감독들이 원하는 스타의 완결 조건은 희생 정신이고 팀 스피릿이다.
29일, 유럽 챔피언 독일을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며 1-1 무승부를 거둔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밖에서 보는 우리 팀의 스타 플레이어와 내가 보는 우리 팀의 스타 플레이어는 다르다."
그렇다면 홍명보 감독이 보는 스타 플레이어는 어떤 선수일까?
그는 카메룬전과 비교해 선발 명단에서 무려 5명의 선수를 교체한 연유를 묻자
"오늘 나온 선수들이 최고의 실력과 최고의 노력, 최고의 희생 정신을 갖춘 우리 팀의 베스트 멤버다"라고 답했다.
즉, 홍명보 감독이 원하는 스타는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던져 뛸 준비가 된 선수들이다.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U-20 대표팀의 스타 플레이어가 누구며, 밖에서 보는 스타 플레이어가 누군지 직접적으로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추론은 가능하다.
독일전에서 홍명보 감독이 중용하고 칭찬한 선수들과 의외로 선발 명단에서 빠진 언론이 지목한 에이스들이 그들이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동점골을 기록한 김민우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박희성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카메룬전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김민우는 지난 이틀 간 적극적인 자세로 경기를 준비하며 홍명보 감독의 눈에 든 경우다.
독일의 주요 공격 루트인 측면을 차단하기 위해 원래 포지션인 풀백이 아닌 윙으로 투입된 김민우는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비롯 찬스를 여러 차례 날렸지만 박희성도 폭 넓은 움직임과 적극적인 볼 경합을 시도했다.
김민우의 득점도 공중볼 경합에 적극적으로 나선 박희성의 움직임 덕분에 만들어진 기회였다.
홍명보 감독은 "대학생인 선수가 분데스리가의 수비수들을 상대로 그 정도 했으면 잘한 것 아니냐"라며 골을 넣지 못한 최전방 공격수의 죄를 감쌌다.
이날 선발 출전해 자기 몫을 톡톡히 한 서정진, 문기한 등도 홍명보 감독이 언급한 희생 정신을 갖춘 스타 플레이어에 해당한다.
반면 기존에 홍명보호의 에이스로 꼽혔던 조영철과 이승렬에겐 자극이 담긴 분명한 메시지도 보냈다. 이날 두 선수는 후반에 교체로 출전했다.
홍명보 감독은 두 선수의 교체 출전이 승부수였느냐는 질문에 "베스트 멤버들이 지쳤고 전술적으로 필요해 교체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대표팀 공격수들 중 재능 면에선 가장 돋보인다는 두 선수지만 적어도 홍명보 감독의 관점에서는 팀을 위해 뛰어 줄 베스트 멤버는 아니라는 얘기였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FIFA U-20 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FIFA와의 인터뷰에서 'All for one, one for all(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을 강조했다.
스타 플레이어를 위해 팀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위해 스타 플레이어가 존재해야 한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명제에 충실한 것이다.
기성용으로 대변되는 대형 스타의 불참은 홍명보호를 위기로 몰아넣는 듯 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재능만으로 무장된 스타 플레이어를 거부하고 팀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선수들로 우승 후보 독일을 압도했다.
그것이 홍명보라는 감독이 이끄는 팀이 더 큰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글: 서호정(스포탈코리아 기자, 포포투 한국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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