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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성웅이라 부르라"…충위공 정기룡 장군

강개토 2009. 11. 2. 18:53
 
  •  바다에 충무공 이순신(1545∼1598) 장군이 있었다면, 육지엔 충위공 정기룡(1562∼1622) 장군이 있었다.

     

    임진왜란 때 60전 60승을 이끈 ‘육지의 명장’ 정기룡 장군 영정.
    22전 22승의 이순신과 60전 60승의 정기룡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처참했던 전쟁 임진왜란(1592∼1598)을 승리로 이끈 쌍끌이 장군이었다.

  • 이순신은 바다에서 적선을 보이는 족족 깨부셔 왜군의 보급로를 완전 차단했고,

  • 정기룡은 뭍에서 까부숴 조선을 거쳐 명나라를 치려던 왜군을 독 안에 든 쥐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7년간의 임진왜란을 승리로 마무리한 이듬해 추진된 전쟁 공신 명단에서

  •  성웅 이순신과 행주산성에서 대승을 거둔 권율은 물론 패장 원균까지 ‘선무 1등 공신’에 추품됐으나,

  •  정작 가장 화려한 전공을 세운 정기룡 장군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정기룡 장군이 사용하던 칼.
    경북 상주를 중심으로 60전 60승을 거둔 육군의 정기룡 장군은

  • 1599년 공신도감에서 처음 추품한 전쟁 영웅 26명 명단에는 당당히 이름이 올랐으나,

  • 공신도감이 최종적으로 내놓은 9단계 109명의 명단에는 빠져 있다.

     1605년, 선조는 도승지 신흠을 내세워 정기룡 장군을 슬그머니 선무 1등 공신에 추품한다는 교지를 발표했다.

  • 임진왜란이 끝난지 7년 만이다. 정기룡이 순국한 지 151년이 흐른 1773년엔 영조가 ‘충위공’이라는 시호까지 내렸다.

     

    정기룡 장군의 묘소.
    무슨 사연이 있기에 선조는 뒤늦게야 정기룡을 이순신·원균·권율과 같은 반열인 선무 1등 공신으로 추품했을까.

     우리나라 역사 인물에 천착하는 작가 박상하씨가 두 권으로 펴낸

  • ‘나를 성웅이라 부르라’(일송북)는 비록 소설 형식을 띠고 있긴 하지만,

  •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갓 서른한 살의 초급장교가

  • 경상도 일대 육지에서 60전 60승이라는 불패의 전력으로 바다의 이순신과 더불어 조선을 구한 정기룡 장군의 전기나 다름없다.

     “역사는 사실 그대로의 기록이어야 한다.

  • 기필코 ‘술이부작(述而不作·기록하되 지어내서 쓰지 않는다)’이어야 한다.

  • 옳은 이야기다. 장편소설 ‘나를 성웅이라 부르라’를 쓰면서도 가장 애쓴 부분이 그 대목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이 작품의 단초가 되었던 ‘매헌실기(梅軒實記)’를 위시해 역사적으로 철저한 고증을 얻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수집했다.

  • 정기룡에 대해 80여 군데나 거론한 ‘조선왕조실록’은 종이가 닳도록 뒤졌다.

  • 그런 다음 역사 현장을 수십차례 답사하며 정기룡의 일대기를 하나하나 복기했다.

     책은 크게 세 대목으로 나누어진다.

  • 우선 1권은 영웅의 기상을 점칠 수 있는 그가 태어나 25세에 과거 무과에 급제하고,

  • 활쏘기에 출중하다 하여 선조로부터 ‘정기룡(鄭起龍)’이라는 이름을 제명 받는 청년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2권에선 그 후, 임진왜란을 맞아 힘겨운 7년 전쟁을 치러내는 시절, 60전 60승이라는 빛나는 전적을 올렸으나

  • 전쟁이 끝나고 정치적 배제에 따라 일등 공신에서 제외된 사연이 가슴 아프게 서술됐다.

  • 마지막엔 이순신 장군의 뒤를 이어 수군통제사로 임명돼 61세에 경남 통영에서 운명할 때까지를 시종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관통한다.

     저자는 “정기룡 장군이 초기에 전쟁 공신에서 배제된 것은,

  • 이미 사망한 이순신과 원균, 환갑이 넘은 권율에게만 선무 1등 공신에 추품한 것만 봐도 안다”며

  • “37살의 젊은 살아있는 전쟁 영웅이 선조는 매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해석하며 여운을 남겼다.

     일송북출판사는 내년 1월 중으로 서울과 대구·상주·부산 등지에서 ‘정기룡 장군’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그에 대한 학술적 조명을 계획하고 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정기룡 장군의 전장지
    한성→거창(우지)→거창→김천→진주→상주(용화동)→상주(화령)→상주 목성→영천→문경(당교)→상주(대승산)→상주(북장사)→예천→고령(용담천)→성주→고령→합천→합천(초계)→의령→영동→보은→합천→함양(안음)→거창→경주→도산성→김천→거창→거창(가조)→함양(사근역)→합천(삼가)→거창→합천(초계)→합천(삼가)→무주→진주→사천→단성→창원→진해→고성→하동(곤양)→영산→합천→성주→합천(야로)→합천(삼가)→사천→성주→현풍→합천(초계)→고령→거창(지례)→진주→영성→하동(곤양)→사천→사천 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