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건 자신의 인생에서 고난, 질병, 자기혐오, 불안등의 '나쁜'일들을 회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인생을 완벽하게 만들고 싶고 더 나은 이상향을 위해서 한걸음이라도 더 떼고자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무수한(?) 철학자들이 경고했듯이 인생은 그렇게 이상적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세상이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는건 아냐'라는 어느 사람의 경구처럼,
우리는 어쩌면 행복한 느낌만을 좇아서 살기 보다는
'불행'을 다루는 법을 체득함으로써 '행복'에 다다르는 샛길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한 노릇일 지 모른다.
나는 홍대앞 샛길에서 인생의 좌절을 맛보고 말았다.
약도만 슬쩍보고 커피가게 aA를 찾아가겠다는 심지굳은 포부를 품었건만 뒷발든 토끼처럼 우왕좌왕 한 것이다.
길이 길을 낳는다고 했던가? (그런 말은 없어! 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길은 정말 무수하게 많은 길을 낳고 있었다.
길들은 '미로'와 유전자를 공유한 탓에 좌,우를 구별할 수 없는 심각한 복잡함을 태생적으로 지닌듯 했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에서 다시 좁은 골목을 찾았지만 그 길에서 좌절했고 '불행을 다루는 법'을 마음속에 되새겨야 했다.
몇 번에 걸친 '출구전략'을 펼친 끝에 쌍둥이 길들의 사소한 차이점들을 발견했고,
목화 꽃송이가 쓰레기 더미 옆에서 피어나는 골목을 되짚어 커피가게 aA를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 나에게 '그곳'을 찾아가는 방법을 묻고 싶거든 그냥 질문을 묻어두는 편이 좋을 것이라 사료된다.
"큰 길가에서 좁은 길가를 여러번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목화 꽃이 쓰레기 더미 옆에서 피어나는 곳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그 길 쪽으로 왼편에 그 커피가게가 있어요" 라고 말 할 수 밖에 없을 테니까.
혹시 계절상의 이유로 목화꽃이 저 버린다던가 하면
굉장한 낭패가 아닐 수 없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방법임은 일부러라도 주지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결국은 찾아간 '그곳'에서 나는 굵은 눈물을 연신 흘리며 '성취'의 감격을 터뜨렸고,
불행했던 '혼돈'의 시기를 스스로 잘 받아들였노라고 대견스러워 했다.
커피가게 aA
그곳은 한마디로 '야릇'했다.
두 마디로는 '오래되고' '신식' 이었으며, 외마디 감탄사로는 오! 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 했다.
콘크리트를 들이 부어서 모양을 만든
차가운 건물의 외형은 햇볕이 잘 들어오기만을 바라는 수많은 창으로 온기를 구걸했으며,
'유명한 건축 디자이너'의 작품 이라면
1,2층간의 비대칭형 구조쯤은 갖춰야 한다는 듯 삐딱하게 현대 건축물의 특징을 온 몸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제 아무리 껍질이 딱딱한 '호두', '밤' 도 적당한 방법을 동원하면 훌륭한 상품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외형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는 말 할 수 없으니까.
결국, 계약직 스핑크스가 출제하는 난이도 높은 '출입문관리'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면
이 딱딱한 커피가게에 입성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걸 간파할 수 있었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던
'장기하'와 어느정도의 교감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나는 제일 싼 '아메리카노'를 골라 잡았다.
새까만 액체의 비밀에 관해서는 무어라 말할 입장은 아니기 때문에
-나는 카페인 중독성의 커피 섭취를 하고 있으며 적당히 목을 축일 정도의 소박한 요구를 커피에 부여한다-
푹신하고도 편안한 자리를 구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었다.
오후의 햇볕이 강하게 내리쬔 이유로 급하게 늙어버린것 같은 가죽소파를 하나 고르고
-소파는 정말로 낡은 탓에 헤어지고 찢어져 투명 테이프로 이곳 저곳 손질이 된 상태였다-
숙련된 '소파공'에게 일종의 숙연한 감정을 공유한 후에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행했을 법한 초식인 '앉기'신공을 펼쳐보았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엉덩이를 온몸으로 받아낸 숙련된 '소파공'의 솜씨는 매우 뛰어났다는 평가를 내려야 할것 같다.
어찌나 솜씨가 뛰어나던지 왼쪽발을 꼬아도, 오른쪽 발을 꼬아도 불편한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물론 당시의 소파제작기술이 '내진','방습', '방열'기능을 얼마나 충실하게 갖추고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음은
두고두고 아쉬워 할 대목으로 남을 테지만.
이곳 'aA 커피가게'는 Design Museum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에 충분할 정도로 '오래된' 물건들을 구색을 맞춰 '보관'하고 있었다.
녹이 슬고 얼룩진 '오래된' 물건들은 열을 지어서 독특한 모양의 '오래된' 선반위에 가득 전시되기도 하였으며
페인트가 벗겨지고 서랍이 뻑뻑해져 정년을 넘겨버린 서랍장이 가게의 한쪽 구석을 점령하는가 하면, '
만지지 마시오(don't touch)'라는 독특한 이름의 은빛 캐비닛님은
그럴싸한 조명빨을 받아가며 반사율 70%쯤의 광택을 온몸으로 드러내고 계셨다.
이곳은 '아주 오래된 감성' 과 '아주 현대적인 감성'이 교차된
'잃어버린 시 공간을 찾아서' 쯤을 소제목으로 달아주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보여졌다.
공간의 구석구석에는 아주 오래되었지만 정겨운 '골동품'들이 '나이먹음'의 흔적을 투명하게(?) 보여주었고,
휑하니 제 뼈대를 드러낸 벽과 천장은 현대적 인테리어 기법으로 마감되어 '오늘'을 대변하는 통로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까페 aA! , 별칭 THE DESIGN MUSEUM
이곳은 당황스러울 지는 모르나,
오래된 소파나 녹슨 찬장만 보아서는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최신의 신용카드 계산기가 고유의 인쇄음을 들려주는 한편,
현대의 한국어 구사능력이 탁월한 젊은 직원들의 쾌활함이 '박물관'이라는 고리타분함과 맞물려 색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다.
다시 말해 한 번쯤 혹은 네 다섯 번쯤은 찾아가서 시간을 보내기에 합당한 곳임은 물론이거니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된 맛을 듬뿍 안겨주며 신선한 자극을 주기에도 적합해 보였다.
요약하자면, (쓰기 귀찮다는 이유와 읽던 책을 마저 읽을 요량으로 정리를 해야겠다)
1. 친한 친구와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장소 (정겨움과 최신트렌드가 공존하기에)
2. 소개팅 장소 (비교적 빠른 템포의 음악이 흘러나와 마음을 조금 들 뜨게 할 수 있다)
3. 사진촬영 (대충 눌러도 그럴듯 하게 나온다)
장소: 홍대 상수역 부근에서 여러번 큰길과 작은 길을 진입하다 보면 목련 꽃이 쓰레기통 앞에 피고 있는 골목길에서 왼쪽방향
전화번호: 모름
가격 : 아메리카노 : 5000원 정도? (후불제 이기 때문에 앉아서 주문하고 나중에 돈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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