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이 본지에
“경남사람이 김태호 총리를 걱정하는 이유”란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남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정말 뿌듯한 일이다.”
물론 그 내용은 김태호 총리후보자를 비판하기 위한 우회적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렇게 고쳐 써야만 할 거 같다.
“경남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정말 창피한 일이다.”
사실 김태호 씨가 총리후보로 지명됐을 때 그런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이미 박연차 게이트를 비롯한 각종 루머에 이름이 오르내리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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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민일보 사진. |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그를 총리후보로 지명할 땐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정말 본인의 주장처럼 그는 깨끗한 것일까.
그런데 청문회가 시작되자마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의혹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부인의 뇌물수수 의혹에다
이를 보도한 신문의 폐기 압력까지.
신문사에 압력을 넣어
자기에게 불리한 기사가 실린 신문을
전량 폐기 처분시켰다는 대목에선
가히 할 말을 잃는다.
히틀러나 김정일만이 할 수 있음직한 일을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한 것이다.
김 총리후보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2006년 당시 경남도민일보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취재한 바가
있다고 한다. 당시 안상근(현 총리실 사무차장)
경남지사 정무특보는 경남도민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인쇄된 신문을 들고 찾아왔기에 보니 명백한 허위사실이라
수사기관에 고소 등 강력 대처하겠다고 하니까 알아서 폐기 처분하고 다른 기사로 바꿔 내보냈다.”
이게 무슨 말이겠는가.
신문기자가 왜 안상근 특보를 미리 찾아가 검열을 자청했겠는가.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다.
도청공무원을 가사도우미로 썼다는 대목에선 실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혹자는 “그 정도야” 하고 말 할 수도 있다.
부하 직원을 자기 집으로 보내 밥하고 빨래시키는 일이야 종종 있을 수 있는 관행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김태호 총리후보는
심지어 도지사 관용차까지 부인이 사용으로 이용하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경남도청 기능직공무원이 6년간 관용차를 이용
김 총리후보 부인의 운전수행원을 하게 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태호 총리후보는 지난 6월 30일 도지사직을 떠나며 충혼탑을 방문해 다음과 같은 방명록을 남겼다고 한다.
“경남의 아들 김태호.”
그는 정말로 자랑스런 경남의 아들이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그는 “경남이 부끄러워하는 김태호”가 될 처지에 놓였다.
그가 경남도의 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만들어낸 각종 의혹들에 대해 그는 명쾌하게 해명해야 한다.
그저 “터무니없는 삼류소설 같은 이야기로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말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공무원의 사유화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직위를 이용해 부하직원을 자기 집에서 빨래하고 밥 짓는 가사도우미로 썼다는 것은
그야말로 공무원을 봉건시대의 종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는 직권남용일 뿐 아니라 심각한 인권침해의 요소도 있을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박연차 게이트니 뇌물수수니 언론사 압박이니 하는 것들도 큰 죄에 해당하지만,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공무원을 사유화한 문제’가 보다 심각한 문제다.
이는 부당한 직권남용에 인권침해란 비난 이전에 매우 치사하고 치졸한 범죄다.
차라리 뇌물수수나 게이트 사건에 연루돼 낙마한다면 덜 부끄럽겠다.
‘쓰레기 내각’이란 말이 보여주듯 워낙 지저분한 세상이니 되레
“세상이 다 그렇지” 하며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건 정말 아니다.
김태호 총리후보는
“한 달에 몇 번 와서 청소를 해준 것뿐”으로
“상식적으로 안 맞는 얘기”를 한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그 한 달에 몇 번 청소를 시키는 것조차도 위법한 것이다.
한 달에 몇 번만 청소시키고 밥 짓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해도 된다는 말인가.
참으로 한심한 인식구조다.
참여정부 시절 대북사업을 한답시고 평양에 소학교도 만들고 통일딸기 사업도 하고 했던 그가
정권이 바뀌자 좌파정권 운운하며 태도가 일변한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았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하며 권력에 아부하는 태도에도 말들이 많았다.
모두 부끄러운 ‘경남의 아들’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공무원을 집안의 종처럼 함부로 부리는 치사하고 치졸한 행위다.
이것이 비록 사소한 관행으로 치부되어 별 무리 없이 총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남사람으로서 그런 김태호 총리후보가 참으로 창피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떻게 연루돼도 꼭 저렇게 치사하고 치졸한 건으로 연루된단 말인가.
지위가 좀 높다고 해서 사람을 제 맘대로 부리는 것만큼 나쁜 짓은 없다.
이런 말도 있잖은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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