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詩를 읽는 독자 다시 늘길 기대
지난주,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최승자 시인(58)의 시집
<쓸쓸해서 머나먼>(문학과지성사)이 일시 품절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오래 전 출판된 시집이 아닌 신간 시집이 품절되는 현상은 이례적이다.
<쓸쓸해서 머나먼>이
지난달 대산문학상 시 부문 수상 이후
시집을 찾는 독자들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다.
<쓸쓸해서 머나먼>은
교보문고 11월 넷째 주에 시 부문에서 판매 5위를 기록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지금까지 6쇄를 찍고 1만부 정도 판매됐다고 밝혔다.
‘베스트셀러’라고 소란을 떨 정도는 아니지만 <쓸쓸해서 머나먼>의 인기는 고무적이다.
최근 출판계의 불황과 더불어 시집을 찾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시집 판매 또한 부진했기 때문이다.
과거 2000~3000부의 초판을 찍던 시집은
최근 2~3년 전부터 초판을 축소해 1500~2000부를 찍는다.
이것도 ‘유서 깊은’ 문학과지성사나 창비 시선의 이야기이니,
그보다 작은 규모의
출판사 시선은 더 말할 것도 없다.초판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시집들이 대부분이다.
1970~80년대 ‘누구나 한 권씩 시집을 끼고 다니던 시절’은 이제는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됐다.
최근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리모델링 이후 매장 변화도 이런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다.
리모델링 전 소설 코너 옆에서 얼굴 노릇을 하던 시 부문 매대는 매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버렸다.
옛날처럼 서점을 구경하다 자연스럽게 시집을 들춰보는 일은 어려워졌고
직원에게 물어 일부러 찾아가는 수고를 할 의향이 기꺼이 있는 독자들만 시집을 볼 수 있게 됐다.
문학출판사 관계자는
“시집 코너가 꿔다놓은 보리자루마냥 안쪽으로 들어가버려
마지막 보루까지 내놓은 것 같아 속상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쓸쓸해서 머나먼>은
1980~90년대 ‘스타 시인’으로 꼽혔던 최 시인을 기억하는 독자들과,
정신분열증으로 병원을 전전하며 11년간 시집을 내지 못했던 시인이
병마를 이겨내고 오랜만에 발표한 신작 시집이라는 점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으로 짐작된다.
특수한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시집을 찾는 독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것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기를,
침체된 시집 시장에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는 얼마나 쓸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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