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고 예리한 눈매는
더 이상 없다.
머리를 길게 길렀고,
살이 쪘으며,
얼굴에는 윤기가 없고,
눈빛은 흐리멍텅해졌다.
측근은
“지금 김 감독은
사람들을 만나기조차
싫어하고, 조금 과장하면 죽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며
“고민과 스트레스가
많은지 머리도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마주쳤을 때 못알아볼
정도로 기력이 없다”
고 전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배신의 상처 탓이라고
짚었다.
지난 2년간 김 감독은
자신의 연출부와 조감독을 거친 ×감독의 영화 2편으로 골머리를 앓았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감독이 올초 선보여 히트한 영화의 기획자였다.
외부에서 들어온 이 영화의 시나리오따라 감독과 출연진을 확정한 다음 세부 조율 중이었다.
그러나 투자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라는 C배급사 등의 우려로
전작을 히트시킨 ×감독으로 연출자가 교체됐다.
배급사와 의견 차이가 있던 김 감독이 반발했지만,
김 감독 곁에서 모든 일을 도맡아 하다시피한 PD가
C배급사와 함께 ×감독을 구슬러 시나리오를 들고 나와 영화로 제작, 성공했다.
PD와 ×감독은 김 감독이 가장 아끼고 신뢰한 존재였다.
특히, PD는 다른 이들이 김 감독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막을 치며 김 감독 관련 일을 독점했다.
PD가 떠나자 김 감독에게는 남는 것이 없게 됐으며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
×감독의 전작도 김 감독을 지치게 만들었다.
나름대로 성적을 낸 이 영화의 배급을 대행한 곳과 배급 수수료 등 금전적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결국, 법원까지 가게 됐고 김 감독이 승소했으나 이번에는 영화상영관과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김 감독은 집을 나와 경기 파주에서 부인, 딸과 함께 기거 중이다.
가까운 이들이 찾아가도 만나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외국에서 온 친구들도 외면하고 있다.
“김 감독이 사람을 만나 무엇이라도 얘기를 해야 할텐데 그러지 않고 있다.
언론 인터뷰도 사양하고 있다”면서
“혹시 다른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김 감독은 1년에 작품 1편과 다음 작품의 반 정도까지 진행하는데
2008년 ‘비몽’ 이후 작품활동을 안 한 지 2년이 넘었다”며
“다른 감독들이 한 편 만들고 3, 4년 휴식기를 가지는 것과 비교하면
근 10년을 영화에서 손을 놓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답답해했다.
김 감독은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타고,
주요 해외영화제에 초청을 받는 등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마스터’로 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김기덕 사단’이라 할 수 있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감독(36),
‘폭풍전야’의 조창호 감독(38), ‘풍산개’를 촬영하고 있는 전재홍 감독(33) 등이
올해 한국영화계의 한 축을 잡았다.
agacu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