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美 부채 법정한도 도달… 초강대국 빚더미 ‘쇠락의 길’ 걷나

강개토 2011. 5. 18. 11:40


[서울신문]

무한정 찍어 내는 돈으로

언제까지고 소비를 즐길 수 있는 국가가 존재할까.

적어도 지금까진 미국이 그런 나라였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부채를 줄이기도 쉽지 않지만

지금 방식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높아진다.

 

 

 

 

 

미국 재무부는 16일(현지시간)

"연방정부 부채가 법정 한도인 14조 2940억 달러에 도달했다."면서

"이에 따라 투자 억제를 위한 조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날 총 720억 달러의 채권과 지폐를 발행, 이날 부로 법정한도를 넘어섰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채권발행유예'를 선언하며 채무한도 증액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의 신뢰도를 보호하고

국민이 겪을 수 있는 재앙을 막기 위해 채무한도를 증액해야 한다."면서

의회가 협조해 주지 않으면 '국가적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월 디폴트 가능성은 낮지만…

일각에선 자연스레

미국이 채무상환 불이행(디폴트)에 몰리는 것 아니냐는

'위기설'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실제 디폴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의회가 결국엔 채무한도 증액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설령 정부 요청을 당장 받아주지 않더라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에 예치해 둔 현금 1000억 달러를 활용하거나

2000억 달러 규모의 특수목적 차입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 등을 통해

8월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그 이후에도

4000억 달러어치 금과

800억 달러어치 석유 등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

정작 더 큰 문제는

현 상황이 미국의 쇠퇴 징조로 비친다는 데 있다.

세계를 호령하는 유일 초강대국이 알고 보니

빚더미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자체가

미국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근원에는

달러가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통화인 동시에

전 세계의 기축통화로 기능하면서 발생하는 긴장관계가 존재한다.

 

달러를 국제 기축통화로 삼는 현 국제경제질서는

달러가 국제시장에서 신뢰를 잃는 즉시 붕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달러를 계속 찍어 내 유동성 부족을 막아야 한다.

 

미국의 무역 흑자는

한국이나 중국 같은 무역상대국의 경상수지를 악화시켜

세계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에 경상수지 적자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이 상황이 계속되면

달러가 세계시장에 너무 많이 풀리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져 기축통화로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바로 미국의 대외부채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다시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현 상황의 핵심이다. 현재 미국은 달러의 역설을 표현한

'트리핀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딜레마에 빠진 달러 헤게모니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쌍둥이적자(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에 시달리자

미국은 1993년 이후 '강한 달러 정책'을 통해 딜레마를 해결하려고 했다.

무역적자 축소는 사실상 포기한 채

재정적자 감소를 통해 달러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 들어

감세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

거기다 금융위기까지 맞으면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2006년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63.9%였던 연방정부 부채는

올해 102.6%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먼저 미국은 부채한도를 상향조정하고 무역적자를 지속하는 대신

각국은 미 국채를 계속 구입하는 식으로

세계경제를 떠받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미국이 얼마나 더 경상적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에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하는 것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각오해야 한다.

과거 존 케인스 등이 주창했던 것처럼 새 기축통화를 창설하거나

유로화 등 지역 단일 화폐 체제로 가는 방안도 있다.

이는 전후 국제질서를 통째로 뒤집는 결과를 초래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