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정 찍어 내는 돈으로
언제까지고 소비를 즐길 수 있는 국가가 존재할까.
적어도 지금까진 미국이 그런 나라였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부채를 줄이기도 쉽지 않지만
지금 방식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높아진다.
미국 재무부는 16일(현지시간)
"연방정부 부채가 법정 한도인 14조 2940억 달러에 도달했다."면서
"이에 따라 투자 억제를 위한 조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날 총 720억 달러의 채권과 지폐를 발행, 이날 부로 법정한도를 넘어섰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채권발행유예'를 선언하며 채무한도 증액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의 신뢰도를 보호하고
국민이 겪을 수 있는 재앙을 막기 위해 채무한도를 증액해야 한다."면서
의회가 협조해 주지 않으면 '국가적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월 디폴트 가능성은 낮지만…
일각에선 자연스레
미국이 채무상환 불이행(디폴트)에 몰리는 것 아니냐는
'위기설'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실제 디폴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의회가 결국엔 채무한도 증액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설령 정부 요청을 당장 받아주지 않더라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에 예치해 둔 현금 1000억 달러를 활용하거나
2000억 달러 규모의 특수목적 차입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 등을 통해
8월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그 이후에도
4000억 달러어치 금과
800억 달러어치 석유 등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
정작 더 큰 문제는
현 상황이 미국의 쇠퇴 징조로 비친다는 데 있다.
세계를 호령하는 유일 초강대국이 알고 보니
빚더미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자체가
미국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근원에는
달러가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통화인 동시에
전 세계의 기축통화로 기능하면서 발생하는 긴장관계가 존재한다.
달러를 국제 기축통화로 삼는 현 국제경제질서는
달러가 국제시장에서 신뢰를 잃는 즉시 붕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달러를 계속 찍어 내 유동성 부족을 막아야 한다.
미국의 무역 흑자는
한국이나 중국 같은 무역상대국의 경상수지를 악화시켜
세계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에 경상수지 적자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이 상황이 계속되면
달러가 세계시장에 너무 많이 풀리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져 기축통화로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바로 미국의 대외부채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다시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현 상황의 핵심이다. 현재 미국은 달러의 역설을 표현한
'트리핀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딜레마에 빠진 달러 헤게모니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쌍둥이적자(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에 시달리자
미국은 1993년 이후 '강한 달러 정책'을 통해 딜레마를 해결하려고 했다.
무역적자 축소는 사실상 포기한 채
재정적자 감소를 통해 달러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 들어
감세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
거기다 금융위기까지 맞으면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2006년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63.9%였던 연방정부 부채는
올해 102.6%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먼저 미국은 부채한도를 상향조정하고 무역적자를 지속하는 대신
각국은 미 국채를 계속 구입하는 식으로
세계경제를 떠받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미국이 얼마나 더 경상적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에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하는 것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각오해야 한다.
과거 존 케인스 등이 주창했던 것처럼 새 기축통화를 창설하거나
유로화 등 지역 단일 화폐 체제로 가는 방안도 있다.
이는 전후 국제질서를 통째로 뒤집는 결과를 초래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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