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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한 英 "박지성은 루니보다 대단해… 그는 아시아의 베컴"

강개토 2011. 5. 28. 15:46

지금 영국 의 화두(話頭)는 축구다.

'영국 축구의 성지'라 불리는 런던 웸블리 구장에서

영국의 명문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FC바르셀로나(스페인)를 상대로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패권을 놓고 결승 단판 승부(한국시각 29일 오전 3시45분)를 벌인다.

경기를 앞둔 런던은 이미 달아올랐다.

런던의 주요 기차역 전광판엔 끊임없이 결승전 예고 영상이 돌아가고

거리 곳곳엔 '웸블리 런던 파이널 2011'이라 쓰인 깃발이 나부낀다.

튜브(지하철)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신문을 읽는 많은 이의 시선은 축구 기사에 꽂혀 있었다.

영국 언론은 이번 결승전 '특수(特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연일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국 매체들이 경쟁적으로 조명하는 선수가 바로 박지성 (30·맨유)이다.

신문의 양쪽 면을 펼쳐

 박지성에 대한 소식과 큼지막한 사진을 소개하며

그에게 거는 영국 팬들의 기대를 담아내고 있다.

신문만 넘겨다 보고 있으면 이번 결승전은 '박지성을 위한 무대'다.



세 번째 도전을 영국도 주목한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그동안 박지성에겐 아쉬움의 무대였다.

2008년 8강과 4강전에서

모두 풀타임 활약하고도 정작 첼시와의 결승전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맛봤던 박지성은

이듬해 바르셀로나와 결승전에선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선발의 꿈을 이뤘지만 팀의 패배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번만은

박지성이 마지막에 웃길 바라는 국내 팬들의 간절한 바람처럼

영국 언론들도 그의 세 번째 도전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더타임스'는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에서 걸어온 길을 자세히 소개하며

 

"그가 세 번째 찾아온 기회에서

졸음을 참고 새벽에 경기를 지켜볼

한국 팬들에게 확실히 보답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박지성은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결승전에 출전해 승리를 거둔다면 내 축구 경력 최고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트로'

"박지성이 마지막 꿈을 실현할 계획을 하고 있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박지성은 퍼거슨이 '넌 오늘 뛸 거야'라고 말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몇 번의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전진하는 박지성의 '챔피언스리그 여정'은 이제 영국 언론의 주요 토픽이 된 것이다.




박지성은 아시아의 베컴

영국 언론들이 박지성에 대해 호들갑을 떠는 것은 그의 폭발적 인기에 놀라기 때문이다.

300만부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대중지 '더 선'

'박지성이 루니보다 대단해'란 익살스러운 제목으로 양면에 걸쳐 '수퍼스타' 박지성을 집중 조명했다.

기사는

"맨유 선수 중 가장 많은 팬레터를 받는 선수는?"이란 질문으로 시작한다.

루니나 퍼디낸드를 생각하는 영국 독자들에게

'더 선'이 놀라지 말라며 내린 답변은

"그들이 받는 팬레터는 박지성 앞으로 오는 양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란 것이다.

'더 선'은 박지성을 "소녀 팬들을 몰고 다니는 팝스타이자 아시아의 베컴"으로 소개했다.

한국이 낳은 최고의 스포츠 스타는 몰려드는 팬들 때문에 고향에선 외출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데일리 익스프레스'

"한국 팬들의 편지와 선물로 영국 우체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신권이 발행됐다고 지폐를 보내는 한국 팬들도 있다"고 전했다.

'더타임스'는 박지성과 관련한 숫자를 '밀리언셀러'란 제목으로 소개했다.

'600'은

수원의 박지성 축구센터에서 축구를 배우는 어린이들의 숫자,

'8만7000'은

박지성의 공식 팬클럽 회원 수다.

'250만'은

맨유 한국어 홈페이지의 매달 페이지뷰(글을 열람한 횟수) 숫자다.

박지성의 진가는 이제 세상이 안다

중계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곳에서도 줄기차게 뛰며

팀에 보탬이 되는 박지성을 두고 영국 언론이 붙인 별명은 '소리없는 영웅(Unsung Hero)'이다.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도 팀에 헌신하는 박지성의 플레이에 찬사를 보내는 언론이 많다.

'인디펜던트'

포지션 경쟁을 벌이는 팀 동료 나니와 박지성을 비교하며

"나니가 시즌 초반 훌륭한 경기를 펼쳤지만 지금은 박지성의 뒤에서 코러스를 하는 상황이 됐다"

"팀플레이를 하는 박지성이 나니의 화려함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했다.

'가디언'

"공격수임에도 수비를 소홀히 하지 않는 박지성이 맨유에 꼭 필요하다"고 했고

'데일리 미러'

"매 경기 10㎞ 이상씩 뛰는 성실함이 박지성의 존재 가치"라고 했다.


[런던=장민석 기자 jordantic@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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