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 뱃속에서 꺼내 보존도
희귀한 판본 최초로 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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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기다림, 초조대장경’이란 전시가 호림박물관
서울 강남 신사동 분관(8월31일까지)과 서울 신림동 본관(9월30일까지)에서 열리고 있다.
초조대장경은
11세기 초 고려를 침략한 거란 군대를 물리치려는 발원으로 이뤄졌다.
고려 현종 때 이 땅에서 처음 당대의 모든 불경, 불서들을 목판에 새겨 집대성한 대역사였다.
당대의 문장가 이규보(1168~1241)는
재조대장경(현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을 새길 때 쓴 기고문(祈告文)에서
초조대장경의 유래를 언급하고 있다.
‘현종 2년(1011년)
침략한 거란 군대가 물러가지 않으므로
군신이 함께 무상대원을 발하여 대장경판 새김을 맹서한 이후
비로소 거란 군대가 스스로 물러갔다’
는 내용이다.
고려의 국사를 지냈던
고승인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의 문집에는
현종이 5천축 대장경을 새겼다는 구절이,
역사서인 <고려사>에는
현종 때 판본이 임진년(1232년) 몽골군의 침입으로 불타 사라졌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이러한 운명으로 초조대장경 판본은 고려 때부터 희귀했다.
그나마 남은 것도 조선 초 대부분 일본에 선물로 보냈으니 국내에 전하는 게 별로 없었다.
현재 전하는 것은 약 300~400권으로 아마도 불상 복장(뱃속)에서 나온 것일 게다.
이번 전시에는 이 박물관이 소장한 판본 100여점 가운데
상태가 좋은
<아비달마신족론>
권12와
<아비담비파사론>
권11,
<대방광불화엄경>
권2,
권75 등
국보 5점을 비롯한 10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초조대장경 판본이 이렇게 대규모로 나온 전시는 국내 처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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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아비담팔건도론>
같은 것은 권수에 결실이 있어 보물로 지정되었지만,
종이질, 인쇄 상태가 아주 우수해 아직도 탱탱 소리가 날 정도로 천년 세월을 잘 견딘 명품이다.
<근본살바다부율섭>
이란 경전 글귀들에는
당나라 여황제였던 측천무후의 집권기(690~704) 만들어 쓴
한자인 ‘측천무후자’가 상당수 보여 이 방면 연구의 귀중한 사료가 된다.
필자에게 가장 주목되는 것은
당나라 때 불교전서 격인
<법원주림>
권82와
<화엄경 진본>
권47과 권48이다.
<법원주림>에는
송나라 연호인
함평 원년(998)에 새겼다는 간기가 붙어 있어서
초조대장경 조성 뒤 일부 내용을 추가로 새긴 사실을 알려준다.
중요한 자료로서 앞으로 면밀히 연구해 볼 대상으로 생각된다.
<화엄경 진본> 또한
60권본으로 알려져온 기존 진본 화엄경과 내용 편차가 크고,
최근 50권본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되었던 문제의 경전이어서 실물을 다시 보는 느낌이 새삼스러웠다.
소중한 기록유산으로 계속 연구해야 할 초조대장경 관련
희귀 자료들을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통 인연은 아니다.
올해는 초조대장경 조성이 시작된 지 1000주년을 맞는 해다.
과거 뛰어난 목판 인쇄술의 영광만 되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심화된 연구와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록문화 계승과 활용을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상국 불교서지학자·한국문화유산연구원 원장
사진 호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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