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을 파는 헌책방 GUIDE

강개토 2011. 11. 3. 18:28

 

소규모 독립 출판서점


헌책방'가가린'


2008년 문을 연 가가린은

책방주인의 적극적인 홍보나 반짝이는 네온 간판은 없지만 입소문으로 알려진 곳이다.

3호선을 타고 경복궁역에서 내려 걷다가

이 방향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후지필름 간판이 보이는데, 거기에서 우회전하면 조붓한 골목이 나온다.

거기 10평 남짓한 공간에 하얀색 서점 '가가린'이 있다.

서점과 20m 거리에 카페 MK2, 갤러리 팩토리, 디자인 스튜디오 워크룸이 있고,

건축가 서승과 김희성 등이 의기투합해 함께 운영한다.

'가가린'이 위치한 골목에는 공방, 찻집, 밥집이 작게 작게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이곳은 '서촌'이라는 이름으로 삼청동과 북촌에 이어 새로운 문화의 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중이다.

책방 이름은 인류 최초로 우주를 비행한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Yuri Gagarin)'에서 땄다.

 손으로 만든 메모장, 60~70년대를 풍미하던 타자기, 앵무새 인형 등

 독특한 소품을 살 수 있다는 것도 가가린의 또 다른 매력이다.

 

 

 

 

 

 

위치

서울 종로구 통의동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후지필름까지 직진, 우회전해서 왼편

 

영업시간

오후 12시 30분~8시 30분

전화번호

02-736-9005

트위터

@Gagarinusedbook.

특징

위탁 형태로 운영된다.

2만 원을 내면 1년, 5만 원을 내면 평생 이곳에서 책을 위탁 판매할 수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셈인데, 판매금은 주인과 서점이 7:3으로 나눈다.

가가린 only
독립 출판서적, 소규모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서적을 구입할 수 있다.

가가린은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이 힘든 출판사와 뭔가 새로운 출판물을 원하는 독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복합문화공간, 화성의 랜드마크


헌책방'고구마'


"책을 좋아하면 헌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라고

'고구마'의 이범순 대표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앞만 보고 달리는데 책을 보면 주변과 뒤를 돌아볼 수 있다고,

그렇게 바라본 곳에는 반만 년의 역사가 흐르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니 책을 좋아하면 이전의 기록을 발굴하고 보관하고 재평가하는 일에 게으를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책방을 둘러보니 아닌 게 아니라 게으름뱅이는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1천 권 이상씩 쏟아지는 책을 분류하고 스티커를 붙이고 책의 상태와 가격을 점검하고 나서야 비로소 서가로 옮긴다.

책방 홈페이지에는 자신이 원하는 책을 검색해볼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검색 결과에는 책의 보관 유무와 가격뿐 아니라 '표지 휘었음',

'본문 바래고 표지 많이 때 탐' 등 책의 상태까지 자세히 나와있다.

 

 

 

위치
경기 화성시 팔탄면 월문리 223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전화번호
031-8059-6096

홈페이지
www.goguma.co.kr
특징
헌책은 물론 LP, 옛날 졸업앨범까지 볼 수 있다.

추억의 종합 선물세트다.

특히 LP는 주인이 5만 장가량 보유하고 있고,

레코드 감상실도 있어 혼자 헤드셋을 끼고 듣거나

여럿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모닥불이 타는 듯

타닥타닥하는 전축소리를 들으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고구마 only
엄격하고 정확한 분류 체계를 가지고 있다.

서가는 1층에서 2층까지 이어져 있고,

책은 분야별로 나뉜 후 다시 가나다 순으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책을 요청하면 3분도 채 되지 않아 원하는 책을 손에 쥘 수 있다.

마을도서관이나 개인 서재를 열고 싶은 사람이 대량으로 책을 주문하면

수백 권에서 수만 권까지 분야별로 정리해 준비해주는 것 역시 고구마의 차별화된 서비스다.

 

 

 

 

 

 

 

 

눈을 들면 보름달이, 책방 뒤로는 시냇물이

숲 속의 헌책방'새한서점'


"이렇게 숲 속에 책방을 낼 수 있었던 건 인터넷이 발달한 덕분입니다.

책을 주문하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보낼 수 있으니까요."

 

통신이 발달한 덕분에 속세를 벗어나 숲 속에서 책방을 운영할 수 있었다는

책방지기 이선명 씨는 올해로 책방을 운영한 지 30년이 다 되어간다.

숲 속에 책방을 짓기 시작한 건 2008년.

책장도 벽도 지붕도 다리도 모두 다 직접 나무를 해다가 만들었다.

다 짓고 나서는 책을 옮기는 데만도 수개월이 걸렸다.

새한서점의 위치는 단양에서도 금수산 굽이굽이를 지나야 하고,

현곡리에 들어선 뒤에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외길에서 '혹시, 길을 잘못 든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쌓일 만큼 쌓일 무렵에야 눈에 띈다.

그렇게 도착한 책방은 단박에 폐부까지 흡수되는 맑고 달짝지근한 공기에,

그야말로 병풍처럼 늘어선 산, 벽을 타고 자라는 야생화, 책방 너머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안에서 끝도 없이 펼쳐지는 책의 행렬.

책과 책을 만드는 나무, 종이와 숲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곳은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다.

 

"예전에는 말입니다, 책이 정말 귀했어요.

여러 번 책방을 그만둬야지 하면서도 그러지 못한 건 아마 그 마음 때문일 겁니다."

 

 

 

위치
충북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 56

영업시간
오전 8시 30분~오후 9시

전화번호
070-9019-8443

홈페이지
www.shbook.co.kr
특징
서가분류표에도, 책 뒤 열람표에도 책방 주인의 손글씨가 적혀 있다.

 여기 있는 책 중 주인의 손을 타지 않은 책은 한 권도 없다.

나무로 만든, 역시 주인이 손으로 쓴 새한서점 표지판이 보이면 산 속으로 800m가량 들어간다.

새한서점 only
참고서, 수험서, 교과서, 논문집, 원서 등을 대량 구비하고 있다.

실제로 한쪽 서가는 이공계와 의학 원서가 빼곡한데

의외로 구하기 어려워 이만큼 모으는 데만 1년을 투자했다고 한다.

구하기 힘들었던 학술서적을 찾는다면 새한서점의 문을 두드려보길.

 

 

 

 

 

 

 

50년을 이어온 헌책방의 메카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부산 지하철 자갈치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오면 국제시장이 보인다.

대청로네거리에서 보수동 방면으로 들어가면 골목길이 이어지는데, 거기가 바로 보수동 책방거리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부산이 임시 수도가 되었을 때,

이북에서 피난온 부부가 보수동네거리 입구에서 처마 밑에 박스를 깔고 미군부대에서 나온

헌 잡지, 만화책들을 가지고 노점을 연 게 시작이었다.

전성기는 60~70년대였는데, 매일 책보따리를 이고 진 사람들로 붐볐고,

구하기 힘든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입소문 덕분에 전국에서 책 수집가들이 모여들었다.

피난민들의 만남의 장소에서 양서를 찾아

학구열을 불태우는 낭만의 장소로 변해갔던 보수동 책방골목은

현재 책방문화축제, 도서무료교환, 고서전시회 등이 열리는 문화의 장소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위치
부산 중구 보수동1가

홈페이지

www.bosubook.com

 

 

고서점의 향취가 물씬

동인천 배다리 헌책방


바닷물이 들어오면 배가 코앞까지 들어와

 '배다리'라는 지명이 붙었다는 인천의 배다리 책방거리는 인천의 송림동과 금천동 일대를 일컫는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과 마찬가지로

한국전쟁 이후 리어카 책방들이 모여들면서 만들어졌고,

한창 때는 50여 개의 서점이 운집했다가 현재 6개의 서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책을 구하기 위해 학생들이 50~60명씩 몰려와 줄을 서던 풍경은 이제 볼 수 없지만,

당시 지어졌던 건축물 양식, 간판의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다.

 매년 5월이면 '배다리문화축전'이 열리는데,

벼룩시장, 시낭송회, 인문학특강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동인천역 1번 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꺾은 후 300m 직진하면

배다리네거리가 나오고, 굴다리에서 지하도를 건너면 헌책방 골목이다.

 

위치
서울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 중앙시장 방향(1번 출구)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손태영 Book Concert


 


 

 

"데뷔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런 자리는 처음이네요.

부족하지만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0월 초, 해가 진 파주의 밤공기는 청명했지만 다소 쌀쌀했다.

북페스티벌이 열리는 파주출판도시에는 야외특설무대가 세워졌다.

 

 '배우 손태영과 함께하는 로맨틱 북콘서트'

 

를 관람하기 위해 가족과 연인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자리를 채웠다.

휴가를 나온 군인도 눈에 띄었고, 나들이를 나왔다가 북콘서트를 찾은, 큰 담요를 함께 덮은 가족도 보였다.

 

손태영은

이 자리에서 소설 한 편과 시 한 편을 소개했다.

소설은

신경숙의 깊은 슬픔》.

 

최근에 읽은 책이기도 했지만, 가을밤에 어떤 책이 어울릴까 고심하다 골랐다고 했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마음이 먹먹해졌다면서.

 

"여기에는 세 가지의 사랑이 나와요.

제가 만약 주인공 은서라면

 저는 세도, 완도 선택하지 않을 것 같아요.

사랑을 정해놓고 하는 건 좀 우습지만,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손해라고 생각하거든요.

넘치는 건 좋지 않은 거 같아요.

적당히, 상처받지 않게, 그래야 예쁘게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손태영이깊은 슬픔을 펼쳐들고 읽어준 구절은 이렇다.

 

 -구둣가게에 가선 구두를 파냐고 물어보게 해.

미장원에 가서는 머리 자르냐고 묻게 하고.

 바보가 되어간다는 얘기지. 너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 외에는 모두 공허하니까.

네가 전화를 걸어주거나, 네가 나에게 와주거나 그것밖에는 중요한 일이 없으니까.-

"다음에 읽어드릴 작품은 시예요.

평소에 시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김용택 선생님의 시는 쉽고 편안하고 따뜻하더군요.

오늘처럼 쌀쌀한 날, 위로받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거 같습니다."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