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지방으로 튀어라!
지난 시절
지방으로 떠나는 이들 하면
도시 생활에 지쳐 제2의 삶을 꿈꾸는 귀농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로컬 푸드'가 많은 이들의 관심사가 되고,
세계화할 수 있는 로컬 콘텐트를 찾는 '글로컬' 트렌드 또한 생겨나는 요즘,
더 이상 지방은 농사나 지으러 떠나는 곳이 아닌 기회의 땅이 됐다.
특히 이달
레몬트리가 만난 청춘들은
로컬의 콘텐트에서 희망을 발견하여 새로운 방식의 '지방살이'를 시도하는 이들이었다.
지방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물론 길에서 발견한 돌 하나에도 감동하며,
그것의 의미를 재해석해내는 현명한 시선 또한 가지고 있었다.
꿈을 갖고 지방으로 튄 청춘들의 멋진 로컬 라이프에 귀 기울여보시길!
제주 김녕에 자리한 금속공예 공방 & 키친 '다시방'. 젊은 작가 남현경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Local life 1
금속공예가가 만든 바닷가 마을 공방
금속 공예 작가 남현경
그녀도 한때는 우리와 다름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이른 아침 출근해 스트레스와 씨름하는, VMD라는 근사한 직업도 있었다.
그런 그녀의 제주행은
대학 시절 전공을 살려
금속공예가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꿈과
새로운 곳에서 살고 싶다는 갈망이 공존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회사에서 만난 동료가 그녀의 제주행에 함께하겠다고 나섰다
(다시방에서 글을 쓰고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김세희 씨가 그 주인공이다).
한적한 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자고 뜻을 맞춘 후 제주를 찾았고,
그중에서도 전통적인 모습이 잘 보존돼 있던 김녕에 터를 잡았다.
"결혼하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가족을 설득했어요.
원래는 작업실과 더불어 소규모 파티 공간을 꾸리려 했었고요.
그런데 김녕에 카페가 없다 보니 올레길 방문객들이 오다가다 들렀고,
그들에게 차를 대접하다가 자연스럽게 지금의 모습으로 변신하게 됐어요."
제주식 오래된 단층 주택에
최소한의 손길만 더해 감각적으로 재구성한 이 공간,
주방과 작업실을 잇는 조그마한 마루에선 해녀들이 물질하는 바다가 전망으로 펼쳐진다.
작은 동네에 색다른 공간이 생겨나자 주민들 또한 반가워했다.
날씨가 흐린 날이면
적막이 흐르던 동네가 한층 밝아졌다며
직접 재배한 채소를 품에 한가득 안겨주신단다.
비록 금속공예에 필요한 부속품 수급이 어려워 서울을 오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이곳에서 누리는 무한한 영감과 행복에 비교할 수 없는 크기다.
이처럼 따뜻한 섬의 온기 덕에 남현경의 목표 역시 자연스럽게 변화했고, 또 구체화됐다.
"제가 이 마을에서 남다른 에너지를 얻은 만큼
김녕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결심하게 됐어요.
김녕을 특화마을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조용했던 바닷가 마을은
젊은 작가의 손길을 통해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일단 최초의 '금속공예벽화마을'이 다시방 프로젝트의 첫 번째 목표라고.
각각의 집에 사연을 담은 글과 그림을 더하고,
이를 통해 얻는 지원금과 수익금을 모아 주민들과 함께 운영하는 농가 레스토랑을 꾸릴 예정이다.
나아가
최종 목표는 이곳을 찾은 작가들이 자유롭게 작업하고,
섬마을 아이들이 찾아와 공부할 수 있는 예술가 레지던스를 꾸리는 것.
이 멋진 계획들이
소박한 제주 마을에서 부족함 없이 펼쳐지길,
그녀의 이름이 가장 행복한 이방인으로 기억되길 바라본다.
문의
064·901-2929
1
다시방 안뜰에 선 남현경 작가의 모습. 바닥의 글씨는 다시방의 위치를 뜻하는 좌표다.
2
작업실은 소박한 감성의 공간이다.
금속 작업을 할 때도 김녕의 따뜻한 기운이 그녀에게 최고의 무기가 된다고.
3
공간을 빛내는 금속공예품은 남현경 작가의 상상과 작업으로 완성된 것.
기린과 소녀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기린은 소년으로, 소녀는 기린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슬픈 이야기를 담았다.
4
'다시 태어나는 방'이라는 뜻으로 작업실의 이름을 다시방이라 지었다.
버려진 현무암에 금속을 결합하는 작업도 제주였기에 시작될 수 있었던 것.
1
때로는
이곳을 찾아온 이들의 얼굴을 금속공예 작품으로 만들기도 한다고.
재치 넘치는 얼굴들이 한쪽 벽을 장식했다.
2
다시방에서는 어떤 창을 열어도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진다.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한 만큼 최소한의 손길만 더해 전통적인 모습까지 함께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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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작업 테이블. 금속공예만큼이나 뛰어난 드로잉 솜씨를 엿볼 수 있었다.
4
남녀 간의 좁힐 수 없는 거리를 표현한 그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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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전문가가 아니라며 겸손해하던 그녀가 내놓은 다시방 키친의 음료.
Local life 2
정직한 제주 먹거리를 알리는 레시피
㈜행복한요리농부 대표 박소연
감귤꽃이 한창인 제주의 가시리,
낮은 대지에 자리 잡은 소담한 집이 박소연의 공간이다.
자연스러운 제주 방언을 듣자면 이곳 토박이 같지만
사실 그녀는 건축을 전공한 도시 출신일뿐더러 대학 졸업 후 떠난 호주에서 요리를 공부한 재원이기도 하다.
그녀는 착한 농부들이 제대로 된 가공식품을 통해
안정된 수입을 얻길 바라는 마음으로 농업회사 법인 '행복한요리농부'를 만들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제주의 유기농 농산품과 그녀의 가공식품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고,
이에 관심을 보이는 지역을 찾아가 그곳의 특성을 살리는 푸드 컨설팅을 한다.
그녀가
이 일을 시작한 계기는 바로 '제주'에 있다.
"귀국 후 휴식차 제주를 찾았죠.
유학 생활을 경험했던 터라
외국인의 시선에 비친 제주는 어떨지 생각해봤는데,
이곳의 색을 담은 콘텐트가 미비한 거예요.
특히 제주의 정직한 먹거리가 매력적이었는데
그것을 요리로 보여주고 착한 농부들을 돕겠다는 결심이 가시리에 터를 잡게 했죠."
그렇기에
우선은 착한 농부를 찾는 것이 첫 단계였다.
제주에서 유기농 농법을 고집하는 농부를 수소문했고,
그들의 농작물을 비싼 가격에 구매해 레시피 개발에 나섰다.
제주 감귤을 가공해 만든 '귤피티잼'이 그 덕분에 개발된 메뉴다.
못생기고 상처난 귤이 주재료인데,
단순히 하품 귤을 재활용한다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고.
"농산품 가공식품은 많지만, 놓치고 있는 것이 있어요.
가공식품은 농부에게 수익을 안겨줄 수 있어야 해요."
귤을 손질하는 인건비를 줄이고자 껍질을 그대로 이용해 청을 만들었고,
잼을 즐기지 않는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해 물에 타 음료로 즐기게 한 것이 그녀의 비법.
말똥에서 영감을 받은 '조랑말똥 과자'처럼 익살스러운 메뉴도 있다.
"서양식 디저트가 각광받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시대에 맞는 트렌디한 스타일 속에 우리 고유의 재료를 녹여내 한층 더 고급스럽게 표현하려고 해요."
농부의 마음을 깊숙이 담아낸 로컬 푸드 프로젝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조랑말똥 과자와 같은 그녀의 독특한 메뉴를 인근 박물관과 카페 등에서 만날 수 있고,
또 도움을 필요로 하는 농촌이라면 제주가 아니더라도 어디든 달려가 주민과 함께 로컬 푸드를 개발하고 있다.
박소연의 목표는 간결하다.
'땅과 농부의 가치를 알리는 것'.
이를 전할 수 있는 곳이라면
우리는 어디에서든 그녀의 반가운 요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문의
www.jejulocalfoo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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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의
볕 좋은 마당은 때론 멋진 주방으로 변신한다.
늦은 5월 그녀의 주방은 향긋한 감귤꽃 내음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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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껍질을 그대로 넣어 만든 귤껍질 차 & 잼이라는 뜻의 '귤피티잼'.
보드카와 섞으면 칵테일이 되고, 각종 간식거리에 곁들이면 달콤한 소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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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피티잼을 이용한 에이드와 제주 통밀로 만든 조랑말똥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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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산간 마을인
가시리는 전통식 낮은 돌담이 남아 있는 아기자기한 동네다.
그녀의 집 앞뜰에는 유기농 감귤밭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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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재해석한 로컬 푸드인 제주식 빙떡크레페.
깨진 항아리의 주둥이가 근사한 수저 받침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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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마당에서 제주도에서만 나는 식물 '양애'를 기르고 있었다.
주로 연한 싹 부분을 삶아 먹는데 생으로 먹어도 달콤 쌉쌀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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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집에서는 깨진 항아리 역시 자연스러운 소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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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떡은 제주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
그녀는 이것을
서양식 크레페처럼 즐기는 빙떡 크레페로 만들었다.
물론 재료는 모두 제주산으로.
콩으로 만든 두부에 소금, 후추를 약간 넣은 뒤
데친 고사리와 함께 으깨면 담백하고 고소한 소가 된다.
Local life 3
전주의 전통문화, 디자인이 되다
디자이너 이혜지
전주 남부시장 옥상에 자리한 청년몰.
전통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청년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의도로 탄생한 이곳에서
이제 막 자신만의 디자인 브랜드를 만든 디자이너 이혜지를 만났다.
프랑스 르망에 자리한 국립 미술대학을 졸업한 유학파 디자이너가
서울도 아닌 전주로 눈길을 돌린 까닭은
전주와의 남다른 인연과 더불어 디자인에 대한 투철한 도전정신 덕분이었다.
"외국에서 공부를 하며 한국적인 것들이 늘 그리웠어요.
그중 전주는 외할머니가 사셨던 곳이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었어요.
친한 친구가 살았던 동네이기도 해서 특별한 애정이 있었죠.
게다가 몇 년 동안 프랑스의 이국적인 풍경들만 봐왔던 저에게
오랜만에 찾은 전주가 색다르게 매력적이었어요."
이곳의
한옥과 한지, 한복, 공예품 등의 전통 소재들은
새로운 디자인 영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때문에 이들을 현대적으로 풀어보고 싶은 욕심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전주에서 마주하는 것들을 틈틈이 스케치했다는 그녀.
특유의 젊고 귀여운 그림은
쉽고 친숙한 전통 디자인 브랜드 새새미로 거듭났다.
전주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에게 때마침 지인이 청년몰을 소개했단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는
모토를 지닌 비범한 청년들이 모인 이곳은
디자이너인 그녀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터.
청년몰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면접까지 통과해야 했는데,
그녀는 복주머니 하나로 면접관들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았다.
직접 손바느질로 완성한 복주머니는 세뱃돈도 스타일리시하게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탄생한 디자인.
들르는 손님마다
복주머니를 기념품으로 사갈 정도로 지금은 새새미의 대표 아이템이 되었다.
그녀가 디자인한 물건들은 전통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이지만
팬시한 선물 가게나 트렌디한 스테이셔너리 숍에 두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현대적이다.
전주의 상징인 풍남문, 매화, 버선 등의
소재를 귀엽고 친근감 있게 풀어내 누구라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사이사이'의 준말 '새새이'를 변형해 '새새미'라 브랜드의 이름을 정했다는 그녀.
우리 전통이 생활 사이사이에 스며들기를 바라는
디자이너 이혜지의 당찬 디자인 철학이 이름에서부터 고스란히 전해진다.
문의
www.saesaemi.com
1
프랑스 르망의 국립미술대학에서 조형미술을 전공한 디자이너 이혜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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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선 일러스트 오너먼트.
크리스마스트리에 다는 서양식 오너먼트 대신, 한국적인 것들을 걸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만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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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이혜지가
평소 아끼는 물건들로 채운 새새미의 공간.
외할머니가 손수 만드신 밥상보며 어린 시절부터 사용해왔던
나무 책상, 스케치 영감을 주는 사진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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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으로 디자인한 매화도 포스터.
방에 붙이는 포스터 하나라도 전통적인 것을 응용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디자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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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새미는 전주 남부시장 옥상에 위치한 청년몰에 자리하고 있다.
청년몰은 레스토랑, 카페, 소품숍, 기타제작소 등
기발한 방식으로 숍을 운영하는 청년 장사꾼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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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소재들을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로 풀어낸 새새미의 엽서들.
가장 왼쪽의 풍남문 엽서는 한국 기와의 오묘한 컬러를 표현하고자 디자인한 것.
풍남문의 모습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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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새미의 대표작이기도 한 핸드메이드 복주머니.
트렌디한 디자인의 패브릭을 사용해 파우치나 지갑처럼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Local life 4
방앗간을 동네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다
봉봉방앗간의 '봉봉사람들'
2011년 12월의 어느 날,
강릉시 명주동에 봉봉방앗간이 생겨났다.
일명 '봉봉사람들'이라 불리는 김기남, 이마리오, 최승철, 유미선.
이 네 사람이 모여 이 수상한 공간을 만들었다.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1940년대 방앗간을 최대한 살려 카페와 전시 공간으로 기획한 것이다.
"1940년대부터 운영됐던 문화방앗간 모습에서 크게 바뀐 것은 없어요.
석면으로 된 2층의 지붕을 바꾸고, 내부는 쓸고 닦고 정비하는 정도로만 고쳤거든요."
강릉 영상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네 사람은 모두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인연이 시작된 '강릉'에 문화적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한적한 이 동네가 마음에 들어 봉봉방앗간을 완성하게 됐다.
그런데 처음의 봉봉방앗간은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는 커피 몇 종류 파는 카페였다고.
하지만 그들은 오가며 이곳에 들르는 할머니, 할아버지, 동네 주민과 만나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봉평의 특산물을 이용해
메밀차와 상황버섯차, 오디차를 만들게 되었고,
이곳은 어느새 동네 어르신과 주민들에게 편한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관광객들을 위해 직접 볶은 메밀과 직접 기른 상황버섯을 소량으로 포장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갤러리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콘셉트로 운영되는 갤러리는
전시할 곳이 없는 강릉의 작가들에게 무료로 공간을 내주기도 하고,
그들 스스로 기획한 전시를 열기도 한다.
그런데 봉봉방앗간에서 직접 기획한 전시는 조금 더 특별했다.
바로 동네 어르신들이나 주민들이 전시의 주인공이 되는 것.
"얼마 전에는 팔순을 맞으신 할머니가
10년 넘게 써놓은 서예 작품들과 손녀의 그림을 함께 전시하는
팔순 기념 전시회를 이곳에서 열었어요.
그리고 오는 5월 24일에는
할머니 한 분이 정성스레 기른 식물들과
또 다른 할머니가 간직해온 어머니의 텔레비전,
라디오, 서랍장 같은 가구로 갤러리 공간을 채울 예정이랍니다."
이들은
무언가를 특별히 계획하여 이곳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명주동의 한 일원으로서 동네를 위한 콘텐트를 만들고,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었다.
진정한 로컬 피플이 된 그들에게 계획을 물었다.
"이 동네가 흘러가는 대로 함께 세월을 보내는 것이 목표예요.
조금 욕심을 내자면 동네 사람들이 많은 것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를 열고 싶어요."
문의
070-8237-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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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방앗간을 운영하는
이마리오·유미선·최승철 대표.
이날 부득이하게도 김기남 대표는 몸이 아파 촬영에 함께하지 못했다.
2
봉봉방앗간에서는 현재 김슬기 작가의 첫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스물 두 살 작가의 소녀 감성을 담은 문구와 그림이 봉봉방앗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1
칠이 벗겨진 벽면과
1940년대 방앗간 시절에 쓰던
바닥 타일이 그대로인 이곳은 명주동 주민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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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갤러리 공간이다.
이곳은 곧 옆집 할머니들의 식물과 물건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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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가는 계단 밑에 걸려 있는
고양이 엽서 액자는 전국의 작가들이 그린 고양이 일러스트로 제작한 것이다.
길고양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기획한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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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볶은 봉평 메밀을 소량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다.
강원도 특산물인 봉평 메밀의 맛을 선보이기 위한 것으로, 주로 강릉을 찾은 관광객들이 사간다고.
5
봉봉방앗간의 외관에는
70년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것이 명주동 봉봉방앗간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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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들이 오가며 하나씩 선물로 준 화분들이 지금은 꽤 모였다.
이 화분들만 보더라도 봉봉사람들과 명주동 사람들의 친밀함이 느껴진다.
Local life 5
일곱 청년들의 창의적 시골살이
청년 자립 공동체 별에별꼴
충남 금산
시내에서도 40여 분이나 떨어진 시골 마을 건천리.
문을 닫은 지 오래된 학교 건물에
전국 각지에서 온 청년들이 모여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 모습이 궁금했다.
'별에별꼴'이라 적힌 나무 명판을 지나
초록 운동장 한복판에서 이곳의 주인인 7명의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별에별꼴은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대안적 삶을 찾으려는 청년들이 꾸린 자립 공동체다.
서울, 경기도, 부산, 남원 등 각기 다른 지역에 살던 청년 여럿이 모여
시골 마을에서 농사와 생태적 삶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특별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농촌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머물 공간과 먹을 것 정도는 우리 손으로 직접 꾸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폐교가 된 건천초등학교는 가톨릭농민회의 도움을 받아 적은 임대료에 얻었고,
가까운 곳에 논밭을 꾸려 농사도 지으며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지향하고 있어요."
그러나
농촌 생활이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
2년간 이곳에 지내며 농촌을 경험한 이들에게도 여전히 어려움은 많다 한다.
아직 난방시설을 갖추지 못해 겨울마다 매서운 추위를 견뎌야 하고,
여럿이 먹을 끼니를 챙기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란다.
초반에는
농사를 짓는 일이 어려워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지만,
지난해 쌀농사에서는 1년 치 먹을 쌀을 수확하는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뒀다고.
이들은 자급자족을 위한 농사일 외에도 주변 학교 아이들에게 악기나 미술을 가르치기도 하며,
수제 차와 자연을 소재로 한 핸드메이드 공예품들을 제작한다.
이곳을 찾는 이들을 위해 작은 카페 공간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야생에서 구한 재료로 수제 차를 만들어요.
아직은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별에별꼴을 찾는 이들이나 지인들에게만 판매하고 있어요.
산에서 베어 온 나무로 우리가 쓸 가구도 만드는데, 쓰다 남은 자투리 나무로는 티 코스터를 만들기도 했죠."
이 밖에도
청년은 물론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농촌 공동체 생활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워크숍,
자연과 어우러져 함께 즐기는 여름 캠핑 페스티벌을 매년 진행한다.
불편하고 번거로운 환경이지만,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실험적인 일들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청춘의 삶을 누리는 또 다른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다.
문의
cafe.naver.com/byulebyul
1
(왼쪽부터)
서울에서 음악 하던 청년 창원,
별에별꼴에 인턴으로 온 고등학생 한울,
휴학 기간 동안 별에별꼴 체험을 위해 함께한 대학생 유진,
청년 귀촌에 관심을 갖고 합류하기 시작한 키다리,
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차 별에별꼴을 알게 됐다는 모도리,
청년 캠프에 참여했다가 멤버에 합류하게 된 웅,
별에별꼴을 기획하고 탄생시킨 보파.
2
들어서는 입구에는 별에별꼴 멤버들이 직접 만든 나무 명판이 걸려 있다.
1
별에별꼴은
폐교가 된 건천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
건물 내에는 숙소와 카페, 식당, 화장실 등 호화롭지는 않지만 생활에 필요한 공간들이 모두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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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별꼴 멤버들은 일주일에 두세 번 마을 근처에 자리한 차 문화원에서 직접 차를 만든다.
학교 마당에 있는 감나무에서 잎을 따와 덖고 있는 모습.
3
학교 곳곳에서 멤버들과 별에별꼴을 찾은 이들이 직접 그린 벽화들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여름에는 필리핀 간디학교의 학생들이 별에별꼴 곳곳에 알록달록한 벽화를 그려주었다.
4
함께 식사하고 요리해 먹는 주방 공간을 '수랏간'이라 이름 붙였다.
식사는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준비하며, 재료는 되도록이면 직접 농사지은 것들을 사용한다.
5
멤버들이 직접 만든 수제 차. 초봄에 난 쑥과 으름나무의 꽃으로 만든 차다.
별에별꼴의 카페에 들르면 이 수제 차를 맛볼 수 있다.
6
가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나무로 티 코스터를 만들었다.
플리마켓에서 팔기도 하며, 카페에 들르는 사람들에게 차를 낼 때 사용하기도 한다.
기획_홍주희, 홍혜미, 길영은, 김은정 기자
사진_신현국(CLIX Studio), 김용훈, 양성모(JEON Studio)
레몬트리 2014 6월호
< 저작권자ⓒ제이 콘텐트리 레몬트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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