作家 · Writer

문예 계간지 'ASIA' 발행인 이대환 씨

강개토 2008. 1. 24. 19:08
문예 계간지 'ASIA' 발행인 이대환 씨
  한글과 영문으로 된 문예잡지가 있다. ‘ASIA'. '세계인과 함께 읽는 아시아 문예 계간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한글로 된 글을 일일이 영문으로 번역해 나란히 싣고 있다. 수식어대로 세계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문예지다.

  아직 독자들에게 생소한 잡지다. 그러나 벌써 3호가 나왔다. 발행인 겸 편집인 이대환(48.민족문학작가회의 경북지회장) 씨를 만났다. 베트남전 고엽제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 ‘슬로우 불릿’(2001년)의 작가다.

  “한국 독자들을 배려해야 하니 한글이 있어야 하고, 아시아 전체와 소통하기 위해 영문을 쓸 수밖에 없다. 원고의 성격에 따라 둘 중 하나만 싣기도 하는데, 문학작품은 무조건 둘을 다 싣는다”고 했다.

  한국문학이 영문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게 보면 'AISA'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영문으로 소개되는 문예지. 아시아 문학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작품이 영문으로 번역돼 소개되는 경우도 드물다.

  그는 “번역 때문에 늘 골병이 든다”며 “이 작업이 보통 공정이 아니다”고 했다. 베트남 작품을 예로 들면 1차로 베트남어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이를 다시 영어로 번역해야 되는데, 영어 번역은 베트남의 영문학자에게 의뢰해야 하고, 이를 다시 원어민 전문 교수에게 감수를 받아야 한다.

  ‘ASIA'는 그래서 제작과 편집진 운영에 비용도 많이 들지만, 포스코청암재단의 지원 아래 만들어지고 있다. 포스코청암재단은 올해부터 ’아시아펠로십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 유학 온 아시아 학생들에 대한 장학사업과 한국의 아시아전문가 양성, 아시아 인문사회학 연구지원과 포럼 개최 등이 있는데, 여기에 아시아 문학지 'ASIA' 발간을 지원하는 사업이 포함됐다.

  “한국문학의 시야를 넓혀 아시아와 소통할 매체가 필요했는데, 포스코청암재단 이사회에서 흔쾌히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청암’은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호. 현재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작가 이대환 씨와는 ‘평전 박태준’을 집필하면서 인연이 됐다. 그는 재단의 이사도 맡고 있다.

  편집진으로는 방현석 중앙대 교수가 주간을 맡고, 문학평론가로 김재용 원광대 교수, 방민호 서울대 교수, 전승희 하버드대 연구원과 시인으로 김형수 민족작가회의 사무총장이 정규 멤버로 참여한다. ‘ASIA'가 추구하는 것은 아시아의 문학과 아시아의 지성이 소통하는 중심공간이 되는 일이다.

  “아시아의 문학은 서로 깜깜합니다. 한국문학이 베트남 문학을 압니까? 필리핀 문학이 라오스 문학을 압니까? 딱할 정도로 서로를 모릅니다. 이래서는 아시아의 진정한 연대는 불가능합니다.” ‘ASIA'는 아시아 친구들의 ‘러브레터’이며 ‘약속장소’이자 ‘메신저’인 셈이다.

  3호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레바논 언론인과 작가 5명이 아랍 분쟁에 대한 산문을 모아 특집 기획 ‘여기, 누가 전쟁을 원하는가?’를 실었다. 이스라엘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이츠하크 라오르의 ‘역사 연구에 관한 성찰’이란 글도 수록됐다. 1982년 제1차 레바논 전쟁을 회고하며, 전쟁 후 잠잘 때마다 고함을 지르는 후유증에 시달리는 현지인을 소개하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의 비극을 고발하고 있다.

  또 ‘아시아에서 작가로 산다는 것’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 공저로 출간된 ‘헌법 9조 바로 지금’의 일부 내용도 소개됐다. 또 필리핀의 대표작가 F.S.호세와의 대담도 실었다.

  이대환 씨는 현재 내년 2월에 나올 4호에 매달리고 있다. “4호는 ‘아시아의 여성문학’에 거의 모든 지면을 할애하기로 했습니다. 아시아 여성작가의 단편소설과 시로 창작지면을 채우고, 한국의 대표적 여성작가인 박완서 씨에게 에세이를 부탁했습니다.”

  그는 아직 ‘ASIA’는 시작단계라고 했다. ‘걸음마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힘주어 말한다. "인간의 세계에서 친구가 되는 것, 이보다 아름다운 목표는 없습니다. 우리는 충분히 가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