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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우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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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로’라는 이름에는 불가 언어인 대경대로(大徑大路)의 ‘정도를 걷는다’는 뜻과 함께 ‘나 갈 대로 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남들이 뭐라 해도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는 인물입니다.” 시사만화 ‘나대로 선생’의 작가 이홍우(58) 화백. 대학 2학년 때인 1967년 시사만화를 그리기 시작해 80년부터 ‘동아일보’에 나대로 선생을 연재하고 있는 그는 얼마 전 40년 시사만화가의 삶을 돌아보는 책 ‘나대로 간다’를 출간했다. 책에서는 나대로 선생 못지않게 ‘쓴소리’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고 살아온 ‘작가 이홍우’가 보인다. "첫 회부터 검열과의 싸움이 시작됐어요. 계엄하 정치규제 인사 명단이 발표된 다음 날이었는데, 나대로 선생이 ‘규제 명단에 빠진 새 인물 인사드립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걸렸던 거죠. 세 번 넘게 퇴짜를 맞다가 결국 ‘참신한 새 인물’로 바꿔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1986년에는 국방위 회식사건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보안사에 끌려가 고초를 당하기도 했지만, 할 말은 해야 하는 그다. 이 화백은 기억에 남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86년 ‘건국대 사건’을 풍자한 만화를 꼽았다. 당시 검찰이 학생 1289명을 구속한 사건을 낙엽 쓸기에 빗댐으로써, ‘싹 쓸어’ 넣어도 다시 수북이 쌓이는 낙엽처럼 구속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포스터지 만화가 아닙니다. 또 너무 밋밋하면 글과 같아지죠.” 그는 만화를 통해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38선(38세도 선선히 받아준다는 조기은퇴) 등의 많은 신조어를 남겼다. 시사만화의 사회적 영향력이 큰 만큼, 내용에 항의하거나 자신의 캐릭터를 수정해달라는 정치인들의 요청도 받곤 한다. 고(故) 정주영 회장은 얼굴의 검버섯을 빼달라고 요구했고, 이회창 씨는 날카로운 이미지를 수정해달라고 주문했다. “정치인 캐릭터를 후배들이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것이 확대 재생산된 거죠. 정주영 씨는 나중에 만났을 때 검버섯이 없어져 그림에서도 빼려고 했는데, 그 후엔 안 나오시더라고요.” 휴가와 토요일 하루를 제외하곤 지난 27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저녁 6시 마감에 쫓기며 살아왔다는 이 화백은 “돌아보니 마라톤 선수와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마감이 ‘러너스 하이’ 같은 것이었다”고 말한다.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우지만, 여전히 시사만화는 “미치도록 좋다”고 한다. "네 컷 만화의 기승전결로 치면, 지금 저는 ‘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봐요. 언제까지 펜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데까지 ‘나대로’ 갈 생각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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