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
1997년07월24일 제 16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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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화가로 이름을 얻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도제식 수업을 받아야 한다. 만화가 허영만씨의 작업실 모습.)
-최근의 폭력만화 단속에 대한 입장은.
=일본만화뿐 아니라 한국만화까지 모조리 폭력배 소탕하듯 싹쓸이하고 있 다. 만화가들의 풀이 꺾여 만화계 전체가 너무 어렵다.
-만화가 학원폭력을 조장했다는 말에 대해선.
=그게 왜 만화 책임이냐? 왜 만화를 약물류와 같이 취급하느냐? 일본만화 를 더 많이 보는 일본에선 성범죄가 우리보다 적다.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원인을 다른 쪽에서 찾아야지. 만화가 전폭적으로 조장했다는 게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나쁜 만화가 존재하는 건 사실 아닌가.
=좋은 만화, 그저 그런 만화, 나쁜 만화 다 있다. 정책입안자들이 폭력 부분만을 모아놓은 선집을 돌려보고 모두 ‘큰일났다’고 한다. 폭력이란 부분도 전체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갈빗집에서 나온 썩은 음식만 갖고 와서 내놓을 때 한번도 갈빗집을 안 간 사람은 갈빗집이 썩은 음식만 파 는 곳인 줄 알 거다. 그들이 한번이라도 만화를 제대로 읽어봤으면 좋겠 다. 이들에게 그랬더니 만화가 너무 길어서 일일이 다 볼 수 없다고 하더 라.
-좋은 만화는 어떤 건가.
=만화는 교과서가 아니다.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없는 만화는 존재 할 수 없다. 잠시라도 잊어버리고 쉬는 시간인데 거기에서 또 교육효과를 따진다는 건 무리다. 만화는 청량음료 같은 것이다. 명작이라는 <올리버 트위스트>도 사기꾼 이야기 아니냐? 만화에는 문학적 가치가 없는가? 좋 은 영화가 있듯 좋은 만화도 얼마든지 있다.
-심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 사전심의에서 사후심의로 바뀌었는데 이건 뒤통수를 치는 격이 될 수 있다. 사전심의보다 오히려 더 안 좋다. 자기검열에 빠지게 된다.
-과거 심의에서는 어떤 게 걸렸었나.
=찢어지게 가난해도 방 한칸에 남매가 못 자게 했다. 판잣집도 못 그리게 했다. 국군이 전쟁에서 지면 안 되고, 눈썹이 짙어도 안 되고, 눈이 커도 안 되고, 여자가 안경을 입에 물고 있는 걸 그렸는데 섹시하다고 안 된다 고 했다.
-당국에 바라고 싶은 말은.
=문체부에서 만화산업을 육성한다고 들었는데 여건 마련은 바라지도 않는 다. 원고료 지원, 만화상을 달라는 게 아니다. 그냥 가만 놔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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