作家 · Writer

천재 화가 신윤복 신드롬

강개토 2008. 8. 19. 09:27
천재 화가 신윤복 신드롬
소설'바람의 화원' 드라마로 제작ㆍ 영화 개봉 예정
출생에서 사망까지 행적 의문…픽션 소재로 각광

 

 

소설과 드라마의 모티프가 된 신윤복의 ‘미인도’
출생에서 사망까지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申潤福)에게 대중문화계가 매혹됐다.

혜원 신윤복에 대한 소설, 드라마, 영화가 쏟아지고 있는 것.

김홍도ㆍ김득신과 더불어

조선 3대 풍속화가로 꼽히는 신윤복은 '미인도(美人圖)' '탄금(彈琴)' 등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정작 그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화가 집안에서 태어나 풍속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신윤복은 아주 매력적인 픽션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충무로와 방송가가 미스터리한 인물

신윤복을 현대적으로 집중 조명하기 시작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해외에서는 클림트, 폴록, 프리다 등

서양 화가들 삶을 다룬 영화들이 이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윤복 열풍을 조명한다.

◆ 소설ㆍ드라마에 이어 영화까지

= 신윤복이 대중 앞으로 다가온 것은 소설 '바람의 화원' 덕분이다.

조선시대 집현전 학사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 '뿌리 깊은 나무'를 쓴 작가 이정명이

지난해 김홍도와 신윤복을 주인공으로 '바람의 화원'을 발표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

이 소설은 김홍도와 신윤복을 스승과 제자로 그리며

왕실과 조정을 둘러싼 음모와 그림을 통해 진실을 쫓는 두 천재화가의 활약상을 담았다.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드라마로는 드물게 75억원이 투입돼

20부작 미니시리즈로 제작돼 다음달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신윤복은 스크린에서도 부활한다.

3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식객'의 전윤수 감독은

영화 '미인도'를 통해 신윤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영화 '미인도'와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신윤복과 김홍도를 주인공으로 삼았고

작가 상상력을 동원해 신윤복을 여장 남자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 기존 세력 비웃는 자유분방함 매력

= 대중문화계가 신윤복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자유분방한 캐릭터와 베일에 싸인 그의 삶에 있다.

직업화가로서 김홍도와는 달리 도회지의 한량과 기녀 등 남녀 사이 정을 나타낸 작품이 많다.

그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여인들은 틀에 박힌 캐릭터가 아니라

자유 연애를 즐기는 관능적인 여성상으로 그려졌다.

이는 신윤복이 활약하던 19세기 사회 분위기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화법이었다.

장편소설 '혜원 신윤복' 저자 민병삼은 "전통적인 양반 사회의 경직된 화법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한 필치를 선보인 점은 그의 성격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대부가 아니다 보니 워낙 알려진 게 없고 자화상 하나 남기지 않아

그를 추적할 수 있는 자료가 적은 것도 신비주의를 부추기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김홍도에 비해 덜 알려진 점도 작가적 상상력을 부추기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유명한 역사 속 인물은 선입견이 작용해 극적 실험이 어려울 때가 많다"며

"왕조 사극이 퇴조하면서 신윤복 등 양반이 아닌 주인공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풍속화를 국보에 등극시킨

일탈의 화가 신윤복의 가려진 삶이

그의 사후 2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허연 기자 / 문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