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방 미숙이'가 서울로 간다. 대구에서 만들어져 초연(初演)된 뮤지컬이 지방공연의 성공을 바탕으로 서울로 진출하는 것은 문화계로선 거의 '사건'이다. 뮤지컬 도시를 꿈꾸며 올해 제1회 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연 대구의 값지고 실속있는 성과다.
지방의 관객조차 대형 뮤지컬이나 오페라에 익숙해진 현실에서, '만화방 미숙이'는 올 한해 대구의 소극장 무대에 꾸준히 올려졌다. 125회 공연에 1만8천여명이 관람해, 2005년 57회 공연한 '맘마미아'를 제치고 대구 최장(最長) 공연기록을 세웠다. 공연수입도 2억5천여만원으로, 제작비를 제하고 약간의 흑자를 냈다.
대구는 풍부한 뮤지컬 관객에도 불구하고, 창작 뮤지컬에선 불모지(不毛地)와 다름없다. 전문인력이 절대 부족한 형편에서 대작(大作)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 절대 역부족이다. 외국과 라이선스 계약으로 공연된 '캣츠' '맘마미아''미스 사이공' 같은 작품은 100억원대 제작비가 보통이고, '명성왕후'나 '대장금' 같은 국내작품도수십억원을 훌쩍 넘긴다.
'만화방 미숙이'의 제작비는 8천만원이다. 비록 100여석의 소극장 무대에 올려졌지만, 나름대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만원을 훌쩍 넘는 대형 뮤지컬보다도 더 진한 감동을 받았다는 관객들의 감상도 꽤 들려온다. 서울 진출도 그쪽의 '러브 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 경제는 말할 것 없고, 문화분야의 서울 흡인력(吸引力)은 상상을 초월한다. 서울에서 이뤄진 전시·공연은 막강한 홍보와 브랜드 파워를 지닌 탓에 지방공연의 성공을 보장받는다. 지방의 전시회나 공연장이 썰렁해도, 서울이란 이미지가 보태질 때는 관객이 찾는 구조다. 이러니까 서울에서 먼저 판을 벌인 다음, 대구 행사를 갖는 경우마저 생겨난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해서다.
'만화방 미숙이'는 그런 면에서 지방도 문화의 발신지(發信地)가 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다. '만화방 미숙이'의 서울 진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