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준의영화창고

황당하지만 경쾌한 애니메이션, 『썸머워즈』

강개토 2009. 11. 11. 06:41


 



 

이 영화의 주 무대는 OZ라는 가상세계입니다.

OZ는 세컨드라이프와 비슷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OZ 안에서 자신만의 아바타를 만들어 실제의 인생과 유사하게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심지어 공과금 수납도 OZ를 통해 할 수 있습니다.

PC, 핸드폰, 닌텐도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접속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에게 OZ가 없는 삶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죠.



영화의 주인공인 겐지는 OZ 시스템의 보안을 관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수학 천재 학생입니다.

친구와 함께 방학을 이용해 학교에 나와 OZ 유지보수를 하고 있던 어느날,

평소 흠모하던 선배 나츠키의 제안으로 나츠키의 고향으로 또다른 아르바이트를 가게 됩니다.



그 아르바이트는 다름 아닌 나츠키의 남자친구 대행 아르바이트였죠.

할머니의 생일에 맞춰 전국에서 식구들이 다 모이고,

겐지는 그 자리에서 나츠키의 남자친구인 척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잠 못들고 뒤척이던 겐지에게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오게 되고,

수학 천재 소년인 겐지는 그 문자에 있는 문제를 밤새 풀어 답장을 보내고 잠이 듭니다.


그러나 이게 왠일. 겐지가 밤새 풀었던 그 해답은 OZ의 열쇠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OZ는 정체불명의 해커에게 해킹을 당하고,

OZ세계와 OZ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실제 세계도 대혼란에 빠지게됩니다.



27명에 달하는 나츠키의 대가족과 천재 수학소년 겐지는 힘을 모아 결국 이 혼란을 극복하게 됩니다.

너무 간단하게 줄여버린 듯 하지만, DVD라도 보실 분들을 위해 이쯤에서 줄거리는 그만..ㅎㅎ


이 애니메이션의 감독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만든 호소다 마모루입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미래에서 온 아이와

타임 리프를 우연히 알게된 마코토의 시공을 초월한 애틋함(?), 사랑(?)을 다룬 이야기라면

이 작품은 가상 세계와 실제 세계를 장악한 정체불명의 해커와 나츠키 가족간의 대결을 다루고 있습니다.

겐지와 나츠키의 애정사는 전작에서처럼 조미료 정도로 살짝만 다뤄지고 있구요.


배경 역시 전작과 비슷한 한적한 시골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작품의 중간에는 약간 지루하다싶을 정도로 큰 사건 없이 소소한 이야기들이 흘러갑니다. 


비록 두 작품만 봤을 뿐이지만, 배경이나 플롯 등을 볼 때 감독의 스타일이 어느 정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초반부의 사건에 대한 설명과 복선들, 중반부에 보이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대한 동경,

후반부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반복된 시도와 결정적인 순간 주인공을 도와주는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두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실제 세계는 그리 재미있지 않는 말 그대로 현실 세계입니다.

어쩌면 이 부분이 여성들에게 심한 반감을 줄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할텐데,

남자들은 OZ에서 해커와의 전투를 준비하며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을 동안,

집안의 여자들은 할머니 장례식 준비, 음식 준비로 바쁩니다.

여성들이 전투에 참여하는건 마지막 결투에서 다 같이 모여 앉아 응원을 하는 정도죠.

그 외의 시간에는 OZ의 전투에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남녀간의 가부장적인 성역할이 보이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리 나이가 많지 않은 감독이 왜 이렇게 표현을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어쩌면 현실적인 여성들과 정신없고

아이같은 남성들의 대비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려고 했던건 아닐까 생각해볼 뿐입니다.


OZ의 전투씬은 마치 디지몬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피카츄를 닮은 아바타도 있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에 나츠키의 아바타가 OZ의 주인으로부터

스페셜 아이템을 받아 여신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마치 세일러문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전작의 다소 약한 SF적인 요소가 이 작품에서는 좀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은데,

다음 작품은 아예 이런 쪽으로 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영화 참 재미있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 역시 

많은 기대를 안하고 봤서 그런지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의 배경이 OZ라 그런지 LG텔레콤이 이 영화에 투자를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 회사 그런 쪽에다 별로 돈 안쓰는 회사인데 말이죠. ㅎㅎ


이제 극장 상영을 안하니, DVD를 빌리거나 다운을 받아서 봐야할테지만,

혹시나 이 영화 볼 기회가 되는 분들은 꼭 한번 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