作家 · Writer

천상병 시인 미발표 시 ‘세월’·산문 2편 발굴

강개토 2009. 12. 22. 07:49

천상병 시인 미발표 시 ‘세월’·산문 2편 발굴

집안정리중 찾아… 90년대초 쓴 듯
죽음 앞둔 시인의 달관 엿보이는 시…산문은 문익환·정주영 방북 소재

 

 

 

 

 

 

 

 

 
"세월은/ 하늘이 주시는 것이다.
/ 세월은/ 大地가 주시는 것이다./
/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 세월이여/ 얼마나 永遠하며/ 얼마나 언제까지냐?/
/ 아침이 밤되는 사이에/ 우리는 생활하고/ 한달이 한해되는 사이에/ 슬픔도 있고 기쁨도 있으니"('세월' 전문)

 
천 시인이 세상을 뜨기 직전인 1990년대 초반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시 '세월'(왼쪽)과
문익환 목사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에 대한 산문 육필원고.
'귀천(歸天)'의 시인 천상병(1930~93)의 미발표작 '세월'과 문익환 목사와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에 대한 산문 2편이 발굴됐다.
지난 18일 서울 인사동의 찻집 '귀천'에서 만난 부인 목순옥 여사(71)는 "최근 집안 살림을 정리하다 책갈피 속에서 원고를 발견했다"며
"88~89년 간경화로 춘천의료원에 4개월간 입원했다가 퇴원한 후 90년대 초반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67년 동베를린공작단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뒤
'문단의 마지막 기인(奇人)'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으로 불리며
죽음과 피안, 인생의 비통한 현실 등을 간결하게 압축한 시를 써온 천 시인은
이 시를 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93년 4월 지병인 간경변증으로 세상을 떴다.
'세월'은 죽음을 앞둔 시인이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지난 세월을 담담하게 돌아보고
인생을 받아들이는 달관과 관조의 태도가 엿보이는 시로, 삶과 죽음에 대한 달관적 태도를 보여주는 시 '귀천'과 맥락을 같이한다.

'세월'과 함께 발견된 문 목사와 정 명예회장에 대한 산문은
문 목사와 정 명예회장의 방북을 보고 쓴 글들로 남북관계에 대한 시인의 깊은 관심이 엿보이는 글들이다.

 
천상병 시인의 미공개 시 '세월' 육필원고를 공개한 부인 목순옥 여사.
'통일염원 실천한 문익환 목사님 만세'라는 글은 89년 문 목사가 방북한 뒤
검찰이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려 하자 이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천 시인은 "문 목사님은 절대로 국가보안법을 위배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우리 4000만 온겨레의 통일에의 희구와 염원을 몸소 실천했을 뿐입니다"라며
"어찌 우리나라가 검찰국가가 됐단 말입니까?
검찰의 판단이 우리나라의 기본 국시가 되어야 한단 말입니까?
우리나라의 양식인들의 판단이 검사들의 법 위주 판단보다 앞선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검찰의 구속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천 시인은 이어 "문익환 목사님을 구속하려면 국회 동의 없이 공산국가인 헝가리와 국교를 수립한 노태우 대통령부터 구속해야 한다"며
"통일염원을 몸소 실천한 대선각자를 구속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현대재벌 이야기'라는 산문에는 정 명예회장의 방북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은 천 시인이 정 명예회장에게 경제 발전을 당부하는 내용을 담았다.

목 여사는 '세월' 등 미발표 원고를 오는 30일부터 서울 인사동 포토하우스에서 열리는 '천상병 시인 소장품 전시회'에 전시할 계획이다.
내년에 의정부에 세워지는 천상병 시인 문학관 기금 마련을 위해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천 시인이 소장하고 있던 김지하·이외수·중광스님·이목일·이존수 등의 그림 150점을 전시·판매한다.

< 글·사진 이영경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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