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 큰반발
"또 농락" 후생연금 수령거부 회견
"99엔은 가져가라."
양금덕(79)씨는 소리쳤다.
그는 "내 청춘을 돌려달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65년 전에도 나를 사람 취급 않더니, 지금도 변한 게 없다"고 되뇌이며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새벽 5시에 광주 집을 나서 버스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다. 피로와 분노, 낙담으로 그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 있었다.
24일 오전 11시, 양씨와 김성주(81)씨 등
일본 정부가 양씨 등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들이 지난 1998년 냈던
'후생연금 탈퇴수당 지급 청구'에 대해 99엔(약 130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을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 등에서 근로정신대로 일했으나 임금을 받지 못했고,
피해소송과 별도로 당시 가입했던 후생연금 관련 수당을 내놓으라는 행정처분을 냈었다.
양씨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양씨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1인당 99엔을 지급한 것은 또 한 번 피해자들을 농락한 처사"라며
"우리는 99엔을 결코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일본 최고재판소는 1965년 한일협정에 의해 모든 문제가 끝났다며 피해소송을 기각했음에도,
이번에 뒤늦게 99엔을 지급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또 다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또 다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도 참석했다.
1943년 일본으로 끌려가 일본제철에서 2년간 일했던 여운택(88)씨는
"나도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가 학대 받으면서 일한 대가로 지난 2004년 316엔(약 4080원)을 지급한다는 결정을 받았다"며
"이렇게 슬프고 억울한데 대한민국은 한 게 뭐냐"고 말했다.
시민모임은 지난 5월부터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에 사죄를 요구하는 서명운동과 1인시위를 벌여왔다.
이국언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이번 '99엔 결정'을 계기로 할머니들의 분노와 낙담이 크다"며
"일본 정부에 이의제기를 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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