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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WBC 패배로 너무 열받아 일장기 찢어버렸다

강개토 2010. 3. 3. 19:19

 


1994년 LA 다저스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해

17년째 미국 생활을 하고 있는 박찬호는 누구보다도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이 강한 선수로 유명하다.

그런 박찬호가 김연아를 비롯한 동계올림픽 쾌거를 계기로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자신의 에피소드 한 가지를 공개했다.

 

'일장기 말살' 사건의 재구성

① 언제: 지난해 3월 2회 WBC 대회 당시
② 찬호는 그때: 필라델피아 소속으로 스프링캠프중
③ 무슨일 발생: 결승전 올라가자 라커룸에 직접 태극기 도배
④ 찬호 왜 열 받았나:
 일본에 패하자 누군가 일장기로 바꿔…
 찬호, 큰소리로 화내며 휴지통에 버려



찬호는 태극기만 보면 감격…  지난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당시 서재응이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라운드 3차전 승리 직후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장면은

박찬호 뿐 아니라 한국인들을 감동시켰다. < 스포츠조선 DB >

 지난해 3월에 열렸던 제2회 WBC때의 일화다.
당시 필라델피아 소속으로 플로리다 탬파에서 스프링캠프에 참가중이었다.
한국이 결승전에 올라가자 박찬호는 자신의 라커 선반에 태극기 수십장을 붙였다고 한다.
그런데 결승전에서 일본에 패한 뒤 다음날 라커에 와 보니 태극기가 다 없어지고 대신 그 자리에 일장기가 붙어 있더라는 것.
 박찬호는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일장기를 휴지통에 버렸다고 한다.
그 순간 라커룸 분위기는 급랭됐고, 동료들은 자리를 피하며 박찬호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박찬호는 "나중에 일본인 트레이너가 와서 장난으로 그랬다고 사과를 하길래
일장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이 일본에 진 게 너무 화가 나서 그랬다고 말하고는 웃어 넘겼다"고 회상했다.

 박찬호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많은 차별을 경험했다.
그땐 영어도 잘 못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며 "코리안을 강조하며 무시할 때도 많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을 알리고 싶은데 당시엔 별로 자랑할 게 없었다.
그나마 라커룸 TV가 삼성 제품이라 그걸 자랑하곤 했다"며
"어느 날은 라커룸 손톱깎기에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적혀 있길래 그걸 들고 다니며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랑거리가 너무 많아졌다는 말을 하며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김연아를 비롯한 동계올림픽 선수단의 쾌거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신에겐 큰 자랑거리가 된 것이다.

 한편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3월2일자)에서
김연아의 경기를 보며 두번이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던 박찬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시작하는 내게 연아의 눈물이 심어준 긍지와 용기'라는 글을 남겼다.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스프링캠프에 참가중인 박찬호는
2일 밤(한국시각) 훈련 진행 과정과 함께 밴쿠버 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에 출전한 김연아를 지켜본 소감을 적었다.
박찬호는 '참 대단한 어린 친구가 그 엄청난 부담감을 업고 해내는 모습을 보며 저는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한때 제게 느껴지는 부담감을 억울하게만 생각했던 것이 참 부끄럽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아는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간절한 기원이 그에게 엄청난 힘을 보냈다는 것을'이라며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냈다.

  < 탬파(미국 플로리다주)=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