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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프는무슨일을하나?

강개토 2010. 3. 9. 09:18

앰프는 무슨 일을 하나?

스피커가 시청자를 향해 마주 서 있는 직관적 존재감을 갖는 대상이라면, 앰프는 사용자가 직접 접촉해서 조종하는 원천적인 매력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다채로운 빛깔의 램프들과 크고 작은 스위치들이 조화롭게 배열되어 있는 모양새는 나이를 불문하고 작은 흥분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첨단 디자인의 각축장이자, 당대의 전기 전자 기술이 아낌없이 투입되어 있는 이 상자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기라성 같은 앰프들 중에서 적은 예산으로도 정작 내게 필요한 것을 분간해 낼 수 있을까?

 

 

 

앰프는 사용자가 조절하는 기계

간략히 말해서 앰프란 스피커를 움직이기(drive) 위한 역할을 하며 그 수단으로서 적절한 양의 전류를 흘려주는 전기제어장치이다. 앰플리파이어(amplifier)의 사전적 정의만 파악해도 대략 그 기능을 이해할 수 있다. 작은 신호를 풍성하게(ample) 만들어 준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더해서 소스기기를 선택하는 ‘셀렉터’의 역할, 음량과 음색을 조절하는 ‘콘트롤’ 기능 등을 합친 개념이 앰프이다. 어떤 이들은 그 연구제작에 평생을 바칠 정도로 앰프의 세계는 깊고 다양하기도 하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자신이 사용할 앰프의 특징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오디오를 어지간히 다루어 본 애호가 중에도 앰프를 여전히 복잡한 대상으로 저만치 선을 그어 놓다 보니, 전문가 따로 애호가 따로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앰프는 전자이론이나 공학을 전공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만큼 이론과 실제 사이의 벽을 아직 낮추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세기의 명기라는 앰프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듣다 보면 뭐를 어떻게 했다는 건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앰프의 뚜껑을 열고 들여다 보아도 한치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하지만, 부언하건대, 전적으로 이론으로만 접근이 가능했다면 오디오는 취미가 될 수 없었으리라.


 

 

 

앰프의 본연의 임무는 증폭

앰프 본연의 임무는 소스기기에서 발생한 작은 신호를 스피커를 움직일 수 있는 정도로 일정 비율로 확대시키는 일이다.

앰프는 크게 전류를 공급하는 ‘전원부’와 신호를 받아 증폭하는 ‘증폭부’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앰프에서는 소스기기에서 들어온 전류가 흘러가는 동안 폭포수처럼 확장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인데,

실은 원래 신호의 지시를 받아 새롭게 확대신호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보는 게

좀 더 ‘증폭에 대한 이해’를 구체화 하기 좋은 시각이다.

복사기의 경우가 그렇다.

원본에 있는 내용이 자체적으로 뻥튀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용지에 지정된 비율로 커진 또 하나의 데이터를 그려내는 것이다.

 

앰프로 유입된 시그널(전압신호)은 정확성을 위해서 보통 몇 단계에 걸쳐 정교하게 보정을 해가며 증폭을 하게 된다.

이 때 순간적인 큰 신호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전류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은 전원부의 역할이다.

보통 앰프를 열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커다란 전원트랜스와 원통형 컨덴서인데, 이들이 전원부의 핵심 부품이다.

이 들의 역할은 ‘어떻게 소리가 날까’ 편에서 설명한 바 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그 다음 이 신호를 증폭하는 역할은 진공관 혹은 트랜지스터가 맡게 된다.

스피커를 움직일 정도로 전류를 확장시켜 출력시키는 단계가 된다.

진공관은 누구나 한 눈에 발견할 수 있지만, 트랜지스터를 앰프 속에서 찾아내려면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

크기가 작고 잘 안 보이는 곳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출력 트랜지스터는 발열관계상 앰프 측면 벽의 방열판이나 상단에 도열해 있는 경우가 많다.

모양은 세 개의 다리가 달린 직사각형 모양의 것과 작은 원통에 날개가 달린 UFO모양을 가진 것이 있다. 

 

 


증폭소자의 동작 원리

증폭이란 원래의 신호에 비례해서 전기(전자)의 흐름을 늘리는 일이라고 했다. 증폭소자의 주류가 된 트랜지스터에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Bipolar junction transistor)와 FET(field-effect transis tor) 등의 종류가 있는데, 가장 흔히 쓰이는 것은 바이폴라 트랜지스터이다.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는 3개의 반도체를 접합시킨 구조를 가지고 있고, 각 반도체에는 발이 달려 있다. 세 개의 발 중 하나에 전류를 흘려주면 마치 밸브가 열리듯 그에 비례해서 다른 발에 확장된 전류가 흐른다. 신호가 증폭되는 것이다.

 

진공관의 경우에는 열을 받은 음극(캐소드; cathode)에서 양극(플레이트; plate)으로 전자가 날아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인데, 이 둘의 가운데 그리드(grid)를 설치한 3극관이 발명되면서부터 음극에서 양극으로 날아가는 전자의 양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점을 제외하면 트랜지스터와 증폭되는 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


 

진공관은 구세대의 증폭소자임에도 불구하고 트랜지스터가 일반화된 현재에도 증폭소자로서 여전히 병용되고 있다.

트랜지스터에서는 필요 없는 주변 장치들을 요하는 설계상의 번잡함과 더불어 적당히 왜곡도 있고 능률도 낮지만

 트랜지스터가 구현하지 못하는 청감상의 장점을 갖기 때문이다.

진공관의 경우는 전자가 진공상태인 허공을 날아가면서 증폭이 이루어지는데 반해,

트랜지스터는 고체상태인 반도체를 이동하면서 증폭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앰프를 솔리드 스테이트(solid state) 앰프라고 하기도 한다.

 

 

 

 

앰프의 스펙(Specification)

그렇다면 앰프의 재생품질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복사기의 경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원래는 직선이었던 곳이 확대 복사 후 일부 휘어져 있거나 선에 균열이 생겨 부분적으로 끊기는 등의 ‘왜곡’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원본에서부터 이미지가 전송되는 전 경로에 걸쳐 다양한 이유가 있겠다.

마찬가지로 앰프 또한 이 과정을 얼마나 정교하게 처리하느냐에 그 품질이 달려 있다.

전원부에서부터 출력단에 이르는 다양한 부문에서 일체감과 균형을 갖춰서 유기적인 구성을 이루어야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귀로 듣기 이전에 앰프의 재생품질을 대략 가늠해볼 수 있는 방법은 ‘스펙(specification)’을 보고 이해하는 일이다.

그러면 앰프의 스펙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1. 출력
출력은 앰프가 전력(단위시간 동안의 전류)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의미하며 ‘와트’(W)로 표기한다.

높은 출력은 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이며 많은 증폭소자가 투입되어야 한다.

재생 품질을 판단하기 이전에 최소한 앰프가 하는 일의 양을 가늠하는 지표는 된다.

하지만, 출력이 의미를 가지려면 출력수치 자체 보다는 얼마만큼 왜곡을 최소화하느냐(THD)가 병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야채상의 트럭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려대는 소리는 출력은 높지만 왜곡이 크기 때문에 음악적인 재생의 의미는 없는 것이다.

참고로 실효출력(정격출력)이란 지정된 왜곡율을 넘지 않는 상태에서 최소 30초 동안 연속해서 이끌어 낼 수 있는 ‘연속출력’을 의미한다.

보통은 8Ω의 스피커 임피던스를 기준으로 측정하며,

상기 표와 같이 임피던스가 절반이 되었을 때 출력이 두 배로 늘어나는 앰프를 선형성(linearity)이 좋다고 하며,

전원부의 용량이 큰 앰프에서 가능한 일이다.

 

2. 왜율
모든 앰프는 왜곡율이 완전무결하게 ‘제로’가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앰프의 증폭 척도가 되는 ‘출력’과 더불어 ‘왜곡율’을 표시하고 있다.

보통 전고조파왜곡율(THD)로 표기하는데, 앰프의 증폭과정에서 생성되는 ‘고조파’ 변형 비율을 출력대비 %로 나타낸 수치이다.

앰프의 왜곡으로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들은 고역 끝이 거칠게 들린다던가,

큰 음량이 출력되는 순간 음이 찌그러진다던가,

저역이 잘 들리지 않는다던가 하는 등의 경우가 있겠다.

일반적으로 THD가 5% 정도에 이르기 이전까지는 청각적으로 음이 변질되었다던가 하는 점을 느끼기 어렵다.

 

3. S/N 비율
험(hum)이나 노이즈(noise) 등의 잡음에 대한 출력신호 비율을 데시벨(dB)로 표기한 수치이다.

따라서 이 수치가 크면 잡음대비 출력수치가 높은 재생이 가능하다는,

혹은 동일 출력 하에서 잡음의 유입이 적다는 의미가 된다. 얼핏 숫자가 낮아야 좋은 것으로,

반대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호의 순도를 의미하는 수치이니 높아야 좋다.

 

4. 댐핑팩터

앰프가 스피커를 제어하는(정지시키는) 정도를 나타낸 수치로서 ‘스피커의 임피던스 ÷ 앰프의 출력 임피던스’로 표시한다.

따라서 앰프의 출력 임피던스가 낮으면(앰프의 전류전송이 원활하면), 스피커를 소스신호에 있는 대로 정확한 속도로 제어하게 된다.

한 때 고난도 스피커의 제동력을 가늠하는 주요지표로 인식되었을 만큼 스피커를 콘트롤하는 척도가 되어 왔으며 전원부의 용량과 품질에 크게 좌우되는 부분이다. 대역별로 보면 보통 댐핑팩터가 큰 경우 저역의 벙벙거림이 단정하게 통제되어 들린다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으로 보인다.

 

5. 재생주파수 대역
앰프가 재생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을 의미하며, 스피커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지표가 되지만 앰프에서는 그다지 의미를 갖지 않는다.

웬만한 음악재생용 앰프라면 소스에서 전송되는 음원의 전 대역을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대표적인 앰프를 놓고 이상과 같이 스펙을 비교해 보면 대략 앰프에 대한 감이 오게 될 것이다. 처음엔 익숙지 않겠지만,

소리까지 들어보면서 차분히 비교해 볼 기회를 갖는다면 조만간 저 숫자들이 눈에 익숙해 지면서 그대로 특정 제품의 소리처럼 들려올 것이다.

 

 

 

오승영 / 오디오 평론가, 전 <스테레오뮤직> 편집장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폴리그램, EMI, 소니뮤직, 유니버설 뮤직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으며,
<스테레오뮤직> 발행인 겸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 연구소 객원연구원 및 강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