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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이천수 "청계산 마스크맨으로 살아요"

강개토 2010. 6. 16. 13:44


"4년 뒤 축제현장엔 꼭 제가 있을 겁니다"
'남아공 아니고 왜 여기 있느냐'는 물음엔 죄송한 마음뿐
그리스 2년전보다 약해져…지성이형 골결정력 정말 대단
 

  ◇이천수는 스포츠조선 맨투맨인터뷰에서 요즘 자신은 '청계산 마스크맨'으로 불린다고 했다.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 건 기자>

 남아공월드컵이 한창인데 우리에게 낯익은 한 명의 스타가 보이지 않는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영웅 거스 히딩크로부터 최고의 축구재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3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스페인 1부 클럽 레알 소시에다드에 진출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토고전에선 환상적인 프리킥 동점골을 꽂아 넣어 한국의 원정 첫 승 발판을 놨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그 누구보다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천수(29). 허정무호가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그리스를 격파하고 진군 중인 지금 그는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스포츠조선은 월드컵의 대표 아이콘이면서도 막상 남아공월드컵이 열리는 지금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이천수의 행방을 한 달여 전부터 수소문해 왔다. 긴 설득 끝에 어렵게 15일 서울 모처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이천수 측은 기자가 만나자고 제안할 때마다 "지금 제 입장에서 뭘 얘기할 게 있습니까. 월드컵에 나가고 싶어 나름 준비를 했는데 뽑히지 못했으니까 조용히 다음을 준비하겠습니다"라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올해 나이 29세. 현재 그는 무적 선수다.

 이천수는 약속 장소에 먼저 나와 있었다. 지난 3월말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에서 돌아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뒤 약 3개월 만이었다. 당시 이천수는 알 나스르가 주기로 한 약 8억원의 돈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해 충격을 던졌었다. 이후 서울과 인천을 오가며 착실하게 개인훈련을 하면서 자신을 받아줄 팀을 물색하고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표정이 밝았고, 얼굴에 살이 붙어있지 않았다. 몸을 잘 만들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화사한 핑크색 슈트에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뿔테 안경도 썼다. 이천수와의 인터뷰는 장소를 옮겨가며 3시간 이상 이어졌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얼굴이 좋은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 주위 사람들이 절 보고 '청계산 마스크맨'이라고 부릅니다. 일주일에 4일 정도 새벽에 청계산에 올라갑니다. 거의 새벽 5시에 뛰어올라갔다가 내려오면 30분 정도 걸립니다. 조금 늦으면 사람들이 알아볼까봐 마스크를 쓰는데 그래도 다들 알아보시고 왜 여기 있느냐고 안타까워하세요. 남아공에 있어야 할 이천수씨가 왜 이러고 있냐고요. 그럴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다음 월드컵 때에는 꼭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합니다.

 -운동을 어떻게 하고 있나.


 ▶축구 훈련은 혼자 할 수 없어 학교 선배가 감독으로 있는 서울 모 고등학교에서 어린 친구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선배 감독 형님이 제 처지를 보고 함께 하자고 해서 가서 볼 차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제가 프리킥 차는 걸 보고 너무 신기하다고 해요. 가르쳐 달라고 하는데 그냥은 안 된다고 말해줍니다. 제가 저만의 프리킥을 체득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아무리 후배들이지만 그냥은 안 되지요.(웃음)

 -지금 이대로 사라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동안 제가 잘못한 부분은 제가 책임집니다. 정신차려야지요. 깨달은 부분이 있습니다. 아, 내가 너무 최고가 되려고 했구나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팀에 꼭 필요가 선수가 되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이러고 있지만 다음 월드컵에는 현장에 있을 겁니다. 앞으로 4년, 정말 멋지게 볼을 차고 마무리해야지요. (2편에 계속)


 < 노주환 nogoon@sportschosun.com, 이 건 기자 bbadag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