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해방후·한국전 등 혼란기에 종묘서 불법 유출된듯
소장 미술관 반환불가 입장…학계 "환수교섭을"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성 권력자였던
소장 미술관 반환불가 입장…학계 "환수교섭을"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성 권력자였던
중종(재위 1506~1544)의 왕비 문정왕후(1501~1565)의 금보
(왕실도장인 어보의 한 종류)가
미국으로 유출돼 현지 유명 미술관이 소장, 전시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금보는 원래 조선 왕실의 사당인 서울 종묘 신실에 봉안됐던 의례용 인장으로,
해외유출문화재 가운데 가장 우선적인 환수 대상으로 꼽히는 왕실보물이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정종수)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미술관(LACMA·라크마)이
문정왕후 금보를 구입해 구내 한국실에 전시중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박물관쪽은 "올초 라크마에 파견된 직원이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개략적인 경위를 파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쪽도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 2007년 라크마 소장 한국 문화재 목록을 조사하던 중
이 금보가 포함된 사실을 파악하고 보고서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금보는 높이 6.45㎝, 가로, 세로 각 10.1㎝의 크기다.
이 금보는 높이 6.45㎝, 가로, 세로 각 10.1㎝의 크기다.
금동 재질로 비늘과 등딱지 달린 거북이 모양의 손잡이가 있으며,
아래 인면(도장을 찍는 면)에 문정왕후의 존호(존경해 올리는 호칭)인
'성열대왕대비지보(聖烈大王大妃之寶)'란 명문이 돋을새김되어 있다.
조선 초기 왕실의 금보 제작 양식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로
공예사, 문화사적인 가치가 높다. < 조선왕조실록 > 을 보면,
1547년 그의 아들인 명종(재위 1545~1567)이
경복궁 근정전 섬돌 위에 나가 '성렬인명대왕대비'라는 존호를 올리고
덕을 칭송하는 옥책문과 악장을 올렸다는 기록이 나와 금보도 이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정왕후 금보는 해방 직후 또는 한국전쟁 당시의 혼란기에 종묘에서 무단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문정왕후 금보는 해방 직후 또는 한국전쟁 당시의 혼란기에 종묘에서 무단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라크마쪽 학예사로부터 수년전 한 개인 수장가한테서 금보를 구입했다는 말을 들었으나,
상세한 경위는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정종수 관장도
"재단 기금으로 구입한 합법적인 소장품이어서
반환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라크마쪽 방침인 것으로 안다"며 "
대여 전시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학계에서는 이 금보가 불법유출된 것이 확실하고,
종묘에 모셔졌던 최상급 의례품이기 때문에 외교적 차원의 환수 교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왕실도장인 어보는
왕실도장인 어보는
임금과 왕비, 세자, 세손 등 왕족들의 주요 통과의례 때마다 만들어졌다.
태종 이래 조선 주요 임금, 왕족의 어보는 모두 350여점 가량이 만들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10여점이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 사라져
현재는 330여점이 현재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남아있다.
문정왕후는 아들 명종을 수렴청정하며 당시 국정을 주도했으며,
친동생인 세도가 윤원형을 앞세워 윤임 등의 유교 사대부 세력을 정계에서 축출하는
을사사화(1545)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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