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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중인 최덕주 감독(오른쪽)(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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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국제통 지도자..'아버지 리더십' 빛나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축구는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즐기려고 하는 거란다"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린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 대표팀 소녀들에게 최덕주 감독은 늘 푸근한 아버지와 같았다.
그라운드에서 수비수끼리 손발이 맞지 않아 실수로 골을 내주거나 패스 미스를 연발할 때에도
최 감독은 '덕장(德將)' 이라는 별명답게 고함 한 번 지르지 않았다.
선수들은 감독의 눈치를 살피기보다는
서로 눈과 입을 바라보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고 매 경기 승리의 포옹을 나눴다.
최 감독은
"아이들에게 윽박지르고 체벌을 가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어요.
감독 눈치 보느라 주눅이 들면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 없죠.
이기려고 임기응변에 강한 선수가 아니라
축구를 즐기면서 기본기를 착실히 다지는 선수로 키워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머나먼 카리브 해 섬나라에서 펼쳐진 세계무대에서
태극 소녀들이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히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최 감독의 온화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덕주 감독이 한국 유소년 팀을 본격적으로 맡은 건 불과 1년 전.
최 감독은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라이벌 일본과 강호 북한을 연달아 물리치고 대표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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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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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에서 활약한 주포 여민지 등이
당시 우승 멤버인 만큼 최 감독은 지난해부터
이미 대표팀을 세계 최정상급으로 조련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감독은
주로 일본에서 지낸 시간이 많았지만
유럽과 남미 축구도 경험하며 두루 안목을 넓혀온 국제통 지도자다.
포항제철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독일을 거쳐 일본에 둥지를 튼 최 감독은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 고등학교, 대학, 성인 팀을 두루 거치며
지도자 경험을 쌓았고 2007년에는 브라질로 건너가 반년 간 선진 축구를 공부하고 돌아왔다.
지난 8월 출국에 앞서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최덕주 감독은 자신을 한참 낮추며 겸손하게 말했다.
"제가 아는 게 별로 없어요. 많이 부족하죠. 그래서 더 공부하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한 달 뒤 자신이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쓸 것을 예상이라도 한 걸까.
최 감독은 이어 덧붙였다.
"하지만 U-20 대표팀보다는 우리 U-17 대표팀이 세계 정상에 더 가깝다는 건 압니다"
숙적 일본과 결승전에서 긴 연장전 혈투를 마치고
승부차기에 나선 선수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최 감독의 얼굴엔 믿음이 가득했다.
마침내 태극 소녀들은 일본을 꺾고 '아버지'의 신뢰에 보답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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