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창고

싹 바뀐 일본축구, 5개월 사이 무슨 일이...

강개토 2010. 10. 13. 17:29

 

일본축구는 남아공월드컵을 앞둔 지난 5월 한국을 홈으로 불러들여 0대2로 무기력하게 졌다.
2월 동아시아연맹대회에 이은 2연속 2점차 패배였다.
내용과 결과 모두 완패였다.


 

 
월드컵 4강을 호언했던 당시 오카다 다케시 감독은 경질론에 휘말렸다.
국민들은 외면했다.
선수들은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한달 뒤 월드컵에서 일본은 한국처럼 사상 첫 원정 16강에 진출했다.
결과와 내용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냉담했던 국민들은 환호했고 오카다 감독은 차기 일본축구협회 회장감으로 칭송받았다.

그로부터 5개월이 흐른 12일 한-일전.

일본의 월드컵 상승 무드는 여전했다.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 체제로 변화했지만 월드컵 때의 경기력은 그대로였다.
부담스런 한국 원정에서 0대0으로 비겼다.
내용에서 앞선 까닭에 일본은 비기고도 이긴 기분이라며 축배를 들었다.
지난 8일 아르헨티나에 1대0으로 이긴 데 이은 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5개월 사이 일본축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세대교체와 플레이 스타일 급변으로 요약할 수 있다.


월드컵이 계기였다.
오카다 전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에서 졸전을 거듭하자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 파격을 내놓았다.
일본축구의 심장이라 불리는 중앙 미드필더 나카무라 순스케를 베스트11에서 제외하는 한편
 미드필더 혼다 게이스케를 최전방 원톱으로 전진 배치한 게 큰 줄기였다.
 
일본축구의 간판이 일순간에 나카무라에서 혼다로 넘어갔다.
 
 몸싸움을 피하고 정석대로 축구하는, 소위 말하는 예쁘게 볼 차는
전형적인 일본 선수는 더 이상 필요없다는 메시지였다.
이번 한-일전을 전후해 틈만 나면 정신력을 강조했던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에게 주장을 맡긴 것은 상징적인 일이었다.
자케로니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
첫 시즌에서 6골을 넣은 가가와 신지를 공격 전면에 내세워 혼다를 지원케 했다.

이번 한-일전에서 몸싸움이 치열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예전 한-일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거친 태클로 위협을 가하면 일본 선수들은 주눅들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하세베를 비롯해 엔도 야스히토 왼쪽 풀백 나가토모 유토 등은 몸싸움을 즐겼다.
전반 12분 이청용이 볼 경합 과정에서
고마노의 어깨가 탈구돼 들것에 실려나갔을 때도
일본 선수들은 예전처럼 고개 숙이지 않았다.
오히려 엔도가 박주영에게 보복 태클을 하기도 했다.
조광래호는 이런 흐름 속에서 미드필드 주도권을 내줬다.

일본이 지난 십수년간 외쳤던 탈아시아가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