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장미란의 눈물 "다들 뜯어말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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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7·고양시청)은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확정한 뒤
김기웅 여자대표팀 감독에게 안겨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쁨 보다도 1년 간의 고통과 인내가 머리를 스쳐갔다. .
장미란은 1999년 중학교 3학년 때 역도를 시작한 이후 올 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마치고
'안식년'으로 삼았어야 할 2009년 오히려 오버페이스하고,
올해 초 교통사고까지 당해 심신이 극도로 지쳐 있었다.
지난해 국내(경기도 고양)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려
한국 역도의 간판으로서 나몰라라 할 수 없어 바벨과 씨름했다.
장미란은 "역도 붐을 위해 출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대회가 끝난 뒤 그는 녹초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가벼운 부상이라 금새 훌훌 털고 일어났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심각했다.
모교인 고려대병원에 한동안 입원하고 통원 치료도 꽤 오래 했다.
사고가 난 뒤 2주가 흘렀는데도 장미란은 입원해 있었다.
기자가 '왜 사실을 숨기냐'고 묻자
"사고를 낸 (가해자) 분께서 엄청나게 미안해 하실텐데
이런 뉴스가 나가면 더욱 힘들어 할 것 같아서 그랬다"고 말했다.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없었다.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에 동계 훈련을 할 수가 없었다.
이후 무관심 속에서 장미란은 눈물나는 재활훈련을 했다.
"무관심이야 늘 있던 일인데요 뭘. 대회 때 반짝 인기있는 것 한 두번 아니잖아요"라고 하면서.
9월이 되어서야 훈련에 참가할 수 있었다.
9월 18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김 감독과 물리치료사 모두 참가를 뜯어 말렸다.
"이 상태로는 운동할 수 없다"고 몇번이나 회유하고 혼도 냈다.
고집은 꺾을 수 없었다.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다 이번엔 허리를 삐끗했다.
교통사고에 따른 목 통증이 남아있던 상태였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하루에도 몇번씩 물리치료실을 들락날락했고 표정은 어두웠다.
편도선이 좋지 않아 목에 수건을 두르고 살았다.
당시 기자가 참가를 강행하는 이유를 묻자
장미란은 "개인적인 목표(세계대회 5연패) 보다는 팀을 위해(올림픽 출전권 확보 차원)뛰겠다"고 했다.
고작 일주일 바벨을 들고 힘겹게 참가한 세계대회에서 장미란은 3위에 그쳤다.
대표팀 관계자는 "대회 내내 안쓰러웠다.
운동하는 게 힘들었다.
서 있는 시간 보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했다.
개인 목표 달성은 실패했지만 입상해서 대표팀의 올림픽 쿼터 확보에 큰 도움을 줬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정상이 아니었다.
참가를 말린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엔 개인 욕심을 부렸다.
선수로서 생애 마지막이 될 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지난해 세계대회 우승할 때 컨디션과 비교하면 몸 상태가 70~80%도 안 됐다.
이날도 운동량이 부족해 왼쪽 팔에 힘을 줄 수가 없어 바벨이 계속 한쪽으로 기울었다.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태초'의 근육까지 쥐어짜냈다.
그리고 결국 해냈다.
장미란의 눈물에는 고통과 인내가 진하게 베어 있었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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