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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의 배신? 정현철의 소신?

강개토 2011. 4. 23. 07:31

 

[한겨레]

 

"14년동안 감쪽같이 속였다" 대중은 당혹감 표출
공적인 활동과 사생활 분리 '불가피한 선택' 의견도
지인들 "사회적 파장 확산…당사자가 직접 해명을"
결혼 그리고 이혼…신비주의 후폭풍

서태지와 신비주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처럼 인식돼왔다.

'이미지를 위한 고단수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특유의 완벽주의와 내성적 성격 탓이 커 보인다.

1990년대 초중반 전성기 때도 서태지는 꼭 필요한 방송·공연을 빼고는 공개 활동을 꺼렸다.

예능 프로그램은 '맞지 않는 옷'처럼 여겼다.

앨범 활동을 하지 않을 때면 외부 출입을 삼간 채 다음 앨범 작업에 매달렸다.

이런 면이 신비주의 전략으로 비쳤고, 그럴수록 세간의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이에 서태지는 더 깊이 숨어들었다.

 

 

 

서태지가 1996년 1월 갑자기 은퇴를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사람들의 높아진 관심과 기대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태지는 은퇴 뒤 미국·일본 등 외국에 머물렀다.

'인간'의 온전한 삶을 위해 불가피했던 선택으로 보인다.

그는 2009년 한 방송 인터뷰에서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나라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지아와 가까워져 결혼까지 하게 된 것도 이즈음인 1997년이다.

서태지는 결혼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가수와 인간의 삶을 분리한 이상, 굳이 알릴 필요를 못 느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가 솔로 앨범을 내고 2000년 국내 가요계에 돌아오면서부터다.

서태지는 여러 인터뷰에서 "음악과 결혼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과정이야 어쨌든 대중을 속인 꼴이 된 것이다.

대중의 당혹감과 배신감은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대중문화 전문가들 사이에선

서태지·이지아의 선택이 충분히 이해할 만하며,

지나친 비판은 삼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과 교수는

"서태지는 사생활과 공적 생활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사유한 사람이다.

사생활을 폭로·고백해서 상품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려고 했다.

그것이 뜻하지 않게 불거지면서 기만으로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화감독 출신인 정지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온전히 개인의 자유다.

둘이 합의해 숨기며 산 것을 두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팬들이 조금 실망하는 정도로 끝나야 한다"고 했다.

여러 의혹과 파장이 퍼지고 있는 만큼

서태지가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지아는 21일 밤 공식 입장을 밝힌 데 반해, 서태지는 아직 외국에 머물며 침묵하고 있다.

 

그와 오랜 친분을 쌓아온 가수 김종서

22일 트위터에 "태지답게 본인의 입으로 말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데뷔 시절부터 그와 가깝게 지내온 한 언론계 출신 인사도

"황당한 루머가 일파만파 번졌던 나훈아 사건 때처럼

여러 얘기들이 왜곡되어 확대재생산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적 의혹을 본인이 직접 밝혀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정민 남지은 기자westmin@hani.co.kr
사진 서태지컴퍼니 제공